2009/12/31 18:13 : 찻집의 오후는

1. 저와 블로그

블로그 프로필을 보면 2009.6.15일부터 텍스트큐브 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섣달 그믐인 오늘이 시작한 지 딱 200일째가 됩니다.

이후 제가 쓴 포스트가 104개나 되는군요.

이틀에 한개 정도의 포스트를 올렸음에도, 줄곧 제가 글을 쓰지 못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포스팅된 글들도 제 마음에 들지 않고 꼭 남의 글처럼 딱딱하고 생경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글을 쓰지 못한다는 이유보다, 올해의 제 생활 속에 글을 쓸 꺼리가 없었다는 것이며, 쓸 꺼리가 없음에도 굳이 글을 쓰고 있었다는 도치된 문제로 부터 연유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올 한해 제 곁을 지나간 사건이 뚝 끊기고 진공상태였다기 보다, 세상에 대한 불감증이 해가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불감증은 세파에 견디기 위하여 연약한 제 육신과 마음이 대응하는 방식이겠지만, 이 또한 세상을 껴안고 사랑할 줄 모르는 비겁한 저 자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쓸 것이 없으면서도 백개가 넘는 포스트를 올렸다는 것은 분명 제 블로그에 머물다가신 님들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많은 이웃들을 만났고 이웃들의 포스트를 보면서 마음과 새로운 사고, 그리고 저한테는 미지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섭취하고 때론 동일한 사안이지만 저와 다른 접근 방법과 시야를 접하며 저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2. 2009년 우리나라

작년에 이어 금년 한 해는 우리나라의 정치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소통이 부재한 가운데 헌법 제 1조 1항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다."라는 말이 사그러들 즈음,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헌법 16조문에도 불구하고, 용산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철거민 그들이 살아야 할 곳은 대한민국이 아니었나봅니다. 그러면서도 이 정부는 법치주의라는 말에 시퍼런 날을 세웠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은 국민의 법과 정부의 법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일 것입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너무 한 탓인지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손님이 되셨고, 민주화를 몸으로 실천하셨던 김대중 대통령마저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강팍한 세상의 칼바람은 이유없이 드세어서 광장은 닫히고 실체없는 말들만 분분했던 모양입니다. 장자연 사건은 힘센 정자를 가진 사람들에 의하여 유야무야되었고, 대신 강호순과 나영이 사건이 사람들의 치를 떨게 할 뿐이었습니다.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이 나라의 국회에서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되었습니다. 또 용산참사 농성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으면서도 경찰의 책임을 묻지 않는 도치된 문법 속에 살며, PD수첩의 수사를 담당했을 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성마른 소리를 질렀던 천성관을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갖은 비리로 얼룩진 그는 자진사퇴하였습니다.

양심과 도덕의 최소가 법이라지만, 그 최소를 통해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양심과 도덕이 아닌 추악함과 불의이자, 실종된 정의며, 법은 가진 자의 편이고, 결과는 에버랜드 헐값 발행은 무죄이며, 이건희 단독사면으로 올해를 마감하고 맙니다.

또 방송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서 '미디어법 처리과정은 위법이지만, 그 위법절차를 거쳐 가결된 법안은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보며......

우리나라에 횡행하고 있는 말(言)이 얼마나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는가를 새삼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이 말같지 않고, 말을 말같이 알아들을 수 없는 세상에서 소통을 운운한다는 것은 2010년이 되어도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言)이 바로 서야, 정치와 법이 바로 서고, 정치와 법이 바로 서야, 바른 나라가 되고, 바른 나라가 되어야 국민이 올바르게 살고, 국민이 올바르게 살아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을 생각하며...

정조가 의도했던 문체반정(文體反正)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3. 이웃분에게...

다시 한번 이웃분들께 감사드리며, 2010년에는 더 많은 것을 체험하시고 좋은 글들을 많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 글들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조금 더 성장하고 다른 것들을 많이 느끼고자 합니다.

올 한해 어렵고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면 남지 않은 시간동안 훌훌 떨어버리시고, 다가오는 새해를 큰 꿈과 희망으로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건강과 행복이 여러분에게 가득하고 흘러넘쳐 이 세상이 아름다운 곳으로 변하기를 기원합니다.

2009년 12월 31일에 旅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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