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6 02:08 : 벌레먹은 하루

지난 주 목요일에 회사의 회식이 있었고, 다음날은 팀원들과 곤지암 리조트로 스키를 타러 갔다. 스키 실력이야 초급코스에서는 그럴 듯하지만, 더 이상 경사도가 급한 곳에서는 속도 조절이 안된다. 넘어졌다가는 어딘가 절단이 날 것 같아 더 이상의 난코스는 포기. 10시가 넘어서야 삼겹살 굽고 술 한 잔 하고, 삼육구도 하고 소발바닥 닭발바닥도 했다. 역시 나는 반박자가 느리다. 그래도 걸리지 않고 무난히 넘긴 셈이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회의다 뭐다, 또 다른 팀에서 술을 먹자고 오퍼가 왔고 할 수 없이 직원들과 함께 술을 먹고 노래방엘 갔더니 직원들이 신났다.

신난 직원들의 모습을 보자, 내가 노래를 못부른다고(싫어한다고) 나한테 노래방 한번 가자는 소릴 못했구나 하는 자책이 들었다. 미안하다. 다음부터 우리도 노래방엘 가자구나.

그리고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가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은 서글픈 것일까? 하늘은 흐리다. 망년회로 파김치가 된 몸을 추수르기 위하여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망년회다, 팀원들과 워크 샾 빙자 단합대회니 뭐니 했지만, 그동안 출퇴근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아가며 '철학과 굴뚝청소부'[각주:1]를 읽었고, 9자의 부호를 가지고 남들이 보기에는 지금 뭐하는 짓거리인가 하는 작업들을 했다.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쓴 이진경이란 친구는 서울대라는 곳이 그나마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데모 많이 하는 사회학과를 나왔다고 하는데, 독서가 깊고 사색이 여유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답적인 틀에 갇혀 어느 사상가의 사유를 간신히 풀어내는 통상의 철학사 책들보다 전개하는 내용의 유역이 넓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뭔가 배운 것 같다. 몇번 더 읽어야겠다.

20091226

  1. 데카르트에서 들뢰즈까지 라는 부제로 근대철학의 경계들을 조망한 책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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