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구

아파트 입구의 그 나무

촉이 딱딱하고 날카로운 펜은 굳게 잡되 가볍게 써야 하고, 그 반대로 붓은 가볍게 잡되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힘차게 써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서법을 거스렸다. 의도한 것이 아니라 서권기라는 것이 도무지 있을 리 없는 까닭에, 아무렇게나 그려도 다 괜치 않다.

지난 겨우내 나무의 뼈가지를 보았으나, 요즘 아파트 입구에 서 있는 나무는 생명감으로 충만하여 겨울의 헐벗은 가지를 도무지 기억할 수 없다. 나무의 과거를 까맣게 잊고 새롭게 맞이하는 나무의 살(잎)을 대하며 놀랄 따름이다.

저작권 때문에 자작하는 그림과 사진이 늘다.

This Post Has 14 Comments

  1. 위소보루

    요즈음 그림을 자주 그리시는게 그런 이유였군요. 개인적으로는 여인님의 그림을 무척 좋아해서 그림이 자주 올라오는걸 좋아합니다 하하하하

    나무에 대한 말은 정말 공감갑니다.

    1. 여인

      간혹 그리는 그림인데 그릴 때 마다 어렵습니다. 차츰 나아지겠지요?

    1. 여인

      어떻게 하면 보다 단순하게 추상화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힘이 듭니다.

    2. 여인님의 눈에 들어오는 각 사물들의 특징을 하나씩 잡아서 스케치북위에 던지듯 그리면
      抽狀(상을 뽑아내고 추려내는)이 될것 같아요.


      안녕하세요..저는
      서정적 자아.. 친구… 은… 입니다. -.-;

    3. 여인

      이렇게 방문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써주신 추상처럼 그림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서정적 자아님은 늘 풍요로운 것 같다는 느낌에 빠집니다. 늘 친구분들, 선배와 동생들과 함께 하니까요.

      반갑습니다. 혹시 블로그 주소라도 남겨주신다면, 한번 엿보기라도 할텐데…

  2. 저는 블로그가 없어요..-,-;
    그림… 되요되요~~
    그림조각들을 바닥에 휙~ 뿌려놓는다고 상상해보셔요~

    1. 여인

      너무 어려워요. 마치 불면증에 걸린 사람에게 그냥 자면 된다고 하는 것처럼…

      추상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깊이 바라보고 언어처럼 단순화한다는 것이 아닌지 싶은데, 바라보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2. 어이쿠!넘 복잡하세요..
      전 무지 단순하게.. 말씀드린건데..ㅠ.ㅜ

      나무는 나무줄기와 나뭇잎이 있어야만 나무일까요?
      동그라미안에 바늘이 세개가 있어야만 시계일까요?
      .
      .
      .
      기표를 깊이 바라보면 기의를 알수 있을까요?
      가볍게.. 가볍게.. ^^;;

    3. 난…두사람이…..
      좀 다른 면이 있지만… 많이 비슷하다고….
      여인님을 본 그 순간부터….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소개도 없이… 만났구먼..

      은의 성격에…
      내 블로그 링크 타고 이런 데를 쑥 날라오는 것도 묘한 일이고…
      은의 성격에…
      나도 모르는 사이 글을 이렇게 불쑥 남기는 것도 굉장한 일이고…

      은. 넌 나 모르는 이에 정말 많이 변했구나.

    4. 여인

      이런 일들이 다 익명의 세계가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만남의 기회가 아닐까요? 서정적…님?

      아마 은님과 추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일부는 일치하고 일부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는 추상화는 미술에서 말하는 추상화와 다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화는 化, 은님은 畵라고 생각됩니다. 저의 추상은 단어는 동일하겠습니다만, 가장 보편적인 개념에 도달하기 위해서 개별적인 요소를 빼내는 작업을 말하지만 결코 칸딘스키처럼 나무를 삼각형으로 만드는 추상화와는 다릅니다. 마치 만화와 같이 구상이되 추상화된 것, 부분으로 전체를 대변하거나 옆의 것(구름)을 그림으로써 산을 표현하는 홍탁기법과 같은 것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기표를 깊이 바라보면, 기의처럼 생각되는 또 다른 기표를 찾아낼 수도 있겠지요. 그것을 또 다시 바라보면 또 다른 기의처럼 바라보이는 기표가 또…

      그런 기표를 찾아내고 싶다는 것이 저의 추상化하고 싶다는 욕구의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은님.

    5. “기표를 깊이 바라보면, 기의처럼 생각되는 또 다른 기표를 찾아낼 수도 있겠지요. 그것을 또 다시 바라보면 또 다른 기의처럼 바라보이는 기표가 또…”

      그렇게 생각하니까 뱅뱅 돌아요.
      돌고싶은 마음 없었는데..-.-;

    6. 여인

      계속 기표를 찾아가는 것보다 차연(差延)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런 것입니다.

      기의란 현상계에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이 세계는 기표 만이 우굴대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신이니 영혼이니 죽음이니 하는 형이상학의 대상이 기의없이 기표만으로 이루어졌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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