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대부분의 미영계의 어중간한 인문서적이 그렇듯 이 책도 읽기가 어렵다.

읽기가 어렵다는 점에는 두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비본질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인데, 이 책을 장하준이란 한국 사람이 썼음에도 이 책이 번역된 책이라는 점이다. 즉 장하준은 서구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썼고, 한국적 정서에 용해되지 않는 문화적인 틈이 이 책에는 분명히 있다. 두번째는 서구의 학자들이 책을 씀에 있어서 견지하고 있는 방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들보다 더욱 심화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두번째 문제는 우리와 같이 우지근 뚝딱, 단도직입, 결론이 뭔데?라고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들에겐 너무 지리하고, 때론 그가 말하고자 하는 논지를 따라가다가 길을 잃곤 한다. 특히 나처럼 지하철에서 출퇴근하면서 책을 읽고 간혹 졸곤 하는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장하준의 책을 읽기가 어려운 것은

① 우리가 옳다고 인정하고 있고 우리가 착하다고 믿는 선진국과 국제기구에서 주장하는 것들(자유무역과 자유방임)에 대하여 아니다 라고 애처롭게 말한다.

② 자신의 주장이 단지 하나의 논리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태동하면서 보호무역과 정부의 개입을 통하여 영국이나 미국 등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는 사실을 무수한 예증을 통하여 지적하고, 20세기에 있어서 급속한 발전을 이룬 한국도 그렇게 발전했다고 강변한다.

③ 이런 예증이 객관적임을 뒷받침하는 무수한 자료와 이론들이 각면마다 빼곡하다 보니, 정작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놓치곤 한다.

어설피 그의 논지를 요약하자면, 자유무역이나 정부의 개입의 축소 및 IMF니 WTO니 하는 것들은, 선진국들이 자신들이 올라선 그 위치에 개도국들이 올라서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그는 힘들게 어렵게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2007.10.10일 초판이 발행되었다. 그러니 장하준이 영어로 이 글을 쓴 때는 그보다 앞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장하준이 언제 이 책을 썼는지에 대한 언급은 이 책에는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① 학자들이여! 장하준처럼 책 좀 많이 읽어라. 학문은 IQ가 아니라, 방대한 독서량과 학문적인 엄밀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② 도표와 산수공식, 무슨 법칙, 없다는 가정 하에 등등으로 드라이하고  분과학된 경제학을, 아담 스미스가 썼던 에세이 수준의 인문서적으로 돌려놓았다. 결국 경제학은 인문학인 것이다.

③ 선진국과 국제기구가 싸가지없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과 부록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의 비결과 IMF의 협박 아래 시장을 개방하고 쳐들어 온 외국자본의 폐해들을 낱낱히 파헤쳐볼 수 있다.

④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훨씬 이전에 쓰여졌음에도,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제반 정책에 대하여 몹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은,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 자체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별로 재미없고 따분하며 지겹지만 한번 읽어볼 가치는 있는 것 같다.

참고> 나쁜 사마리아인들

This Post Has 4 Comments

  1. 위소보루

    저는 장하준 교수가 쓴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를 원서로 볼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에 글을 읽기 시작했다가 결국은 한국어판으로 읽었습니다 하하 그 때 경제학과 이중전공 할 때라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에와서 생각하면 선진국들이 다 성장해버리고 개발 도상국들이 올라올 수 있는 사다리를 다 치워버렸다는 것으로 밖에 기억이 남지 않습니다 쩝

    1. 여인

      예전에 블루오션을 쓴 김위찬 또한 영어로 쓰고 강혜구씨가 번역을 했는데…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Case Study가 많이 되고 그 사례를 통하여 교훈을 얻는 그런 책이 많았으면 합니다.

      이제는 우리도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나라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나쁜 사마리아인이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2. 클리티에

    불온서적으로 지정되어서 더 유명해졌죠. ㅋㅋ

    저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은 후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를 읽었는데요.

    솔직히 보면서 내가 머리가 나쁜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진도 빼기가 힘들었는데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는 책 구성이 잘되어 있고 쉽게 써있어서

    사마리아인들 보다 쉽게 읽혔어요. 🙂

    1. 旅인

      불온서적이라는 것은 정부나 그것을 발표한 기구나 조직(국방부)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되는 의견이 있는 책이라는 뜻이므로 우리의 정부나 국방부에서 어떤 생각과 정책기조를 가지고 있는가를 거꾸로 알아볼 수 있는 자료라는 뜻이 되겠으니 어찌 안 읽어보겠습니까?

      그런데 대한민국사를 읽고 나신 후, 헌법을 한번 읽어보셨습니까? 그러면 헌법이 아주 재미있게 읽혀집니다.

      장하준씨의 이 책을 읽고 난 후 다른 책은 읽어보고 싶지 않더라고요. 너무 진을 뺐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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