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 생각-3

자살을 앞에 두고 막연한 것은, 그것이 삶을 앞에 놓고 죽음을 선택한 한 사람의 치열함에 대한 놀람이기도 하지만, 살아갈 이유가 충분한 산 입으로, 이승이 막막하여 저승으로 간 저 죽엄 앞에 세울 낱말을 더 이상 추억해 낼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장자연의 자살이 석연치 않음은 죽은 자의 집요한 묵비권 탓도 있지만, 아직 여기에 기어코 살아남은 저 산 것들, 썩어 죽은 것과 다름없으되 살아남고자 타인의 피를 빨아먹으며 사는 저 산 것들. 그것들을 덮고 감싸고 있는 것들. 그리하여 자살의 실체에 다가가기를 한사코 가로막고 있는, 그 석연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석연치 않음이다.

그녀의 자살은 한 여성 연예노동자로 살아가기에 대한민국이란 곳의 정신병리학적 기상도가 우울증에 시달리도록 흐리다는 것을 알려준다. 만인의 연인이 되기 이전에 노예가 되어야 하는 것과, 창녀가 되어야 한다는, 믿을 수도 없고 믿어서도 안되는 풍문이 진실이 되어가는, 이 찬란한 변태의 과정을 보며, 죽지 않고 살아서 우울을 삼키며 웃음짓는 저 어여쁜 우리의 어린 누이들이 그냥 불쌍한 것, 이것이야말로 썩어가는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강호순을 죽일 놈이라 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가 짐승보다 못하다는 것을 목도한다. 너무 너절하여 너절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에, 이 부패한 쓰레기통을 덮으려 하는 수사 상황을 목도하며, 대한민국에서 수이 살아가는 방식이란, 사회적 통고에 대한 불감증. 그리하여 싸이코 패스라는 질병에 감염되기를 바랄 즈음에… 한 어여쁜 죽은 가슴 속의 진실이, 더 이상 더러운 것들의 매장으로 지워지지 않고, 때론 세상에 깃든 망령들을 밝혀줄 수 있는 준엄함이기를 바라며…

20090324 싸이코 패스 보균자가…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truth 09.03.24. 17:16
    ….ㅜㅜ
    ┗ 旅인 09.03.25. 14:20
    오늘 유씨가 솔직하게 다 까발리기를,,,

    자유인 09.03.24. 23:30
    어느 초겨울.. 철책 근무를 서던 초병이 실탄이 장전된 M16 소총 총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기 위하여 팔을 뻗었지만 충분치 못했다는 것이지요.다시 발가락으로 당기기 위하여, 군화를 벗고 양말도 벗으니.. 차가운 땅기운이 발을 통하여 뒤통수 까지 때렸다 합니다.땅의 감각을 감각한 순간. 무상함,덧없음..삶속의 죽음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합니다.그 아름다움속에 흐르는 것은 나일 뿐이라는 것이였다지요.자살 미수범은 아직도 굴짬뽕 한그릇에 행복떨고 히히덕 거리며 아직도 이세상을 허적이며 살고 있다고 하지요.^^
    ┗ 旅인 09.03.25. 14:10
    하긴 이 세상이 별반 살 만큼 짜릿한 것도 아니고 내일이 짠할 것 같지도 않으니 딱히 살만한 것이 없는데…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살고 있다는 것이 기적같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때 자살미수에 그친 친구 녀석을 보면서 놈이 몹시 부러웠던 것은 얼마나 뜨겁게 살기에 세상에 대한 절망이 그토록 컸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저에겐 그렇게 뜨거운 것이 없었거든요.

    이슬 09.03.25. 06:52
    대한민국의 연예계는 아니 전 세계적으로 연예계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과 끊임없이 이여져오는 그런 곳이죠. 이런 관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에요.아마도…-.-
    ┗ 旅인 09.03.25. 14:02
    분명 성을 이용하여 스폰서를 잡고 스타덤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 차단해야할 것 같습니다. 꼭 한두마리의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고 나면 아무나 철벅거리며 흙탕을 만들게 되거든요.
    ┗ 이슬 09.03.25. 15:57
    언제나 극소수의 사람들이 전체의 물을 흐리게 하죠.

    난 향 09.03.25. 12:35
    다른이의 괴로움을 자신의 이익으로 삼는 삶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 旅인 09.03.25. 14:17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이익을 향유하고 이 사회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용서하는 시스템과 망각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거든요. 그것을 민족성이다 뭐다 하는데, 우리 민족이 치매에 걸린 것도 아니고 IQ가 다른 나라보다 낮은 것도 아닌데 그런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것은, 제발 잊어주었으면, 제발 용서해주었으면 하는 언론과 지도층들 때문이겠지요?

    유리알 유희 09.03.25. 12:58
    막막하여라. 너절한 세상에 사는 나, 어쩌면 저도 남루하다 못해 너절한 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죽음을 선택하는 기준, 그것은 무얼까? 주사위를 던지듯 그런 놀이를 저도 했거든요. ㅜㅜ
    ┗ 旅인 09.03.25. 14:20
    간혹은 이런 남루가 산다는 것을 되돌아 보게도 하지요. 남의 너절함에 침을 뱉음으로써 나 자신은 또 간신히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헉! 주시위로 죽음을 선택???

    라비에벨 09.03.25. 19:57
    국정지표 부터 맘에 않든단 말씀이야…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기대도 않지만 위(?)에서 부터 제발 정직했으면…아 소화가 안돼네요 크윽~
    ┗ 旅인 09.03.25. 21:41
    워낙 거짓이 받아들여지고 정직이 우둔함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에 불도저 우격다짐으로 밀어부쳐였으니… 그리고 천민 자본주의 아래에서 노블리스였어 본 적이 있어야 오블리제를 기대하기란 글쎄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라비에벨님 저녁은 편히 드셨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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