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5 11:45 : 무지개, 24분지 1의 꿈


김경주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의 詩 드라이아이스의 부제에는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라고 쓰여있다.

시의 각주에 이 글이 고대시인 침연의 시 중 한 구절이라고 쓰여 있으나, 침연이라는 고대 시인의 실존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그러니 저 글은 산(生) 사람이 쓴 글은 차마 아닐 것이다." 라고 메모를 단다.

하지만 산 사람이 쓰지 않은 글이 산 자들이 사는 이 곳에서 읽혀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메모는  헛 것, 바로 꿈, 백일몽에 취한 것이다.

하지만 헛 것을 메모한 나는, 현실이야말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아득한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광장이나 사람들로 붐비는 골목에 서면 왜... 내가... 이 곳에... 무슨 이유로... 와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떠오르고, 결국 아무런 존재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때 바람이 불고 벚꽃잎이 하르르 떨어진다면 분분히 떨어지는 꽃잎 하나로도 여기, 지상에 있을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율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봄빛에 바래고 봄바람에 벚꽃과 목련이 분분히 지는 주말 내내, 컴퓨터를 뒤집었다. 때로 창 밖의 아스팔트 바닥에 소복처럼 내려앉은 꽃잎들이 반사하는 오후의 햇살을 보면, 빈혈같이 어지러웠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에는 <이웃집 토토로>를 본다.

그리고 어제는 집으로 일찍 돌아가 잊었던 영화를 하나 보았다.

<꿈>

1998년 일본의 영화감독인 구로사와 아키라(黑澤 明)가 죽는다. 그래서 특집으로  그의 영화 두편을 접할 수 있었다. 하나는 불세출의 명작인 라쇼몽(羅生門), 또 하나는 옴니버스였는데 제목을 알 수 없었다.

그 후 란(亂), 가케무샤(影武者) 등의 영화를 한국으로 돌아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늘 보고 싶은 영화는 제목을 알 수 없던 그 옴니버스 영화였다. 아마 제목이 너무도 단순한 <Dreams>이라 기억하지 못한 것 같다. 1990년작이다.

이런 꿈을 꾸었다(

저녁의 벚꽃, 오늘도 또 옛날이 되어버렸네

                                                  小林一茶


200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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