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의 촛불

빗줄기 속에 켜진 촛불들이 긴 꼬리를 남기며 세종로인가 어디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 안주를 정하지 못한 나는, 결국 낙지복음을 놓고 소주를 따른다. 마치 세상의 모든 사건들이 기나긴 밤에 풀어지던 그 날들에 나였던 것처럼…

이십도짜리 소주는 예전처럼 쓰지 않아 카아 소리도 없이 목구멍에서 흐트러지고,

이명박의 실용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것은 입에 발려 허망함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사실 나는 이념조차 알지 못한다.

미래의 일말의 구멍뚫린 죽음을 위하여, 지금의 허황된 진실게임을 위하여 조그만 촛불에 나약한 불꽃 하나를 세우는 데…

쓰지도 싱겁지도 않은 소주 잔을 들여다 보며, 물대포에 젖은 촛불과 전의경의 방패에 으깨어진 육신에서 흘러내린 붉은 피를

뉴라이트의 역사책에 어떤 조잡한 글씨로 기록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마 조중동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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