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들-11

불 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사실이 되는 곳이 이 세상입니다. 그래서 꿈보다 더 꿈같은 것이 현실이며,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곳이 이 곳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백주대낮에 벌어진 일들이 거짓이 되어버리는 곳도 여기입니다. 그러나 정당하고 당연한 일들만 벌어진다면, 거기는 세상이 아닐 것이고 너무도 조용하여 아예 살 맛이 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세상의 이 시대를 살면서, 불륜이란 누구나 꿈꿀 수 있습니다. 불륜이란 진부하기가 한량없지만, 늘 갓 잡아낸 생선처럼 퍼덕거리는 드라마의 소재입니다.

그러나 정작 불륜이란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두리뭉실하고 고리타분한 뜻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노상방뇨를 한다거나 백주대로에서 술 쳐먹고 지랄발광을 해도 불륜이고, 부모에게 대들고 한다면 패륜입니다. 사전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지 불륜이란 모텔, 캬바레, 침대, 외간남녀 등과 관련된 섹슈얼 어페어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간통이라는 생생하고 비린내나는 단어가 어느 날부터 이 땅에서 사라지자, 불륜이 죽은 간통을 대신하게 된 것입니다. 결혼하여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적 관계를 맺는다(간통)는 것을 단지 윤리적이지 않다(불륜)고 호도하는 이 시대는 그야말로 막가자는 세상이 되었는 지도 모릅니다.

나의 ‘사랑에 대한…’로 미루어 볼 때, 기의가 고정되지 않은 기표의 연쇄 상에서 사랑이라는 것이 한 남자와 한 여자에 정박하고 닻을 내려 까만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반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이 세상이며, 자유를 부르짖으면서도 늘 자유롭지 못한 곳이 이 곳입니다.

또한 사랑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놓고 그에 합치되는 행동을 타인에게 요구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나만 빼고”를 외쳐대는 나와 너, 그리고 저들이 불륜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이 세상이 도덕적으로 온존하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은 윤리적이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늘 윤리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불륜이란 하나의 생리인 것입니다.

그러나 불륜은 방조되어서는 안됩니다.

사람에게는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될 일들이 부과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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