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말이야

가을이란 햇빛으로 부터 시작하는 것. 공기는 어느 때보다 낮게 깔리지만 가벼워서 이유없이 소근거리며 당신의 눈을 보게 되지. 그러면 사람들의 눈에서 그윽한 빛이 떠오르고, 느닷없이 공원의 벤치로 가서 앉거나 도시의 뒷 골목을 거닐거나 하지. 무더위에 지쳐 장농 속에 쳐박아두었던 낱말들이 불현듯 떠오르고 사진첩을 꺼내 먼지를 털기도 해. 뜰이 넓다면 색이 하얗게 바래도록 빨래를 널거나, 자리를 펴고 고추가 피멍든 색으로 물들도록 말리기도 하지.

그러면 말이야…

이란 가볍게 느껴지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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