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왜?

새들은 왜 먼 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새들은 더 남쪽도 더 북쪽도 아닌, 길이 삼킬로미터의 바로 이 곳 좁은 모래사장 위에 떨어졌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가리

단 몇 줄로 로맹가리의 글을 다 읽었다는 느낌이다. 더 이상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충분하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그의 책 이름은 ‘새들은 안데스에 부딪혀 죽는다’라는 식으로 풍문을 잡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글을 누가 썼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산 후, 거리로 나섰을 때, 이미 두시가 되었다.

작년 여름의 뙤약볕도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했다.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집으로 가서 먹는다면 너무 늦을 것이므로 식당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혼자 밥을 사먹는다는 것은 약간 외로운 일이긴 했지만, 나이 오십에 외로움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태국에 가 있는 동안, 아내가 홀로 나간 친구 부부들 간의 모임에서 한 녀석이 나와는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티브이를 쳐다보던 나에게 멀건히 말했다.

친구들과 나눌 이야기가 더 이상 없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리마의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가 떨어진 그 해변으로 가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본 새의 주검은 처참하다. 거기로 간다면 죽은 새들의 깃털이 해변에 가득하고, 새들의 시체를 어쩌질 못하고 절절맬 것이 틀림없다. 왜 죽음은 그토록 처참해야 하는지? 그러나 산다는 것도 처참하기는 마찬가지다. 살기 위하여 유정의 것들을 죽인다는 것도 그렇다.

참으로 필요한 것은 죽을 때까지는 할 수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당에서 메밀과 함께 나온 낫교나 잘 삭은 깍두기를 씹는데도 이빨이 아팠다. 단무지는 씹기를 포기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책을 펴놓고 여지없이 졸았다. 그리고 저녁에는 싱가포르에서 상해로 발령이 난 동생의 식구를 위하여 가족들이 모였다. 벌써 십년 가까이 해외에서 살기만 하는 조카들이 커서 한국에서 살 수 있을까 싶었다.

왜 나는 이 모양이며, 동생은 왜 해외를 전전하기만 하는가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편적인 것일 뿐이다. 왜 태어난 지에 대하여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왜 이렇게 사는가에 대한 설명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것을 운명이라고 하지만, 운명이라는 그 장중한 것이 나와 같은 사람에게 주어지기나 했을까 싶기도 하다.

본가에서 집까지 걸었다. 골목 사이로 부는 바람은 시원했다. 길 가에 등불이 피어올랐고, 아파트의 창문으로부터 불빛들이 얼룩덜룩한 무늬를 그리고 있다. 도로 저 끝으로 밤이 내려앉고 차들이 엉거주춤 달리곤 했다.

다시 아파트와 집들의 창으로부터 새어나오는 생활이라는 불가사의한 모습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This Post Has 5 Comments

    1. 여인

      이제는 읽고 나서도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기억나는데, 이 단편들은 단지 새들은… 밖에 기억에 나질 않습니다.

      새들은… 이라는 이 단편은 뭔지 모르지만 새들이 왜 리마의 북쪽에 있는 그 곳에 와서 죽는지를 설명해 주지 못하듯 왜 사느냐에 대해서도 아무 말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뭔가 형이상학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말입니다.

  1. 흰돌고래

    ‘왜’라는 질문에 대해 ‘왜’냐고 묻고 싶어져요.
    ㅜㅜ ‘왜냐고 왜 묻느냐고..’

    1. 旅인

      What과 How에 대한 대답은 나름대로 쉽지만, 늘 Why에 대한 해답은 모호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이라고 말하지요.

  2. 旅인

    [목련]
    인간이기에 나이 상관없이 외로움과 친구죠..우리는……누구나……
    누구나 외롭기때문이죠!!…
    항상,늘..문장의 힘이 강건함을 느낌니다.
    우리 여인님은 외로움도 초월하신분 같은데요..흐흣,,,
    [여인]
    사실 외로움이란 어떤 감정인지 잊은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누군가와 몹시 이야기를 하고 싶다던지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심심한 것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갈 경우가 있습니다.
    [목련]
    같은 생각이에요!.
    어느땐, 맘이 통하는 누군가와 오랜시간 함께 이야기하고싶을때가 있더군요.
    그때가 내가 외로울때인듯도하고…외로움이라는거..도무지 알듯도 모를듯도해요..흐흣!!,,,
    [여인]
    아마 마음에 드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저는 이야기를 나누기 보다 함께 같은 방향을 쳐다보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혼자 쳐다보던 풍경 위로 그가 바라보는 또 다른 풍경이 떠 오를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영혼에 대하여 말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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