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들-04

행 복

싸이코, 변태인 심리학자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만큼 귀를 씻는다는 차원에서 저의 친구가 해 준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합시다. 무지하게 행복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부부가 있었는데, 무쟈게 차카게 살았고, 서로 사랑했으며, 신에 대한 믿음이 누구보다 뚜렷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들에게 아이가 없었다는 거죠.

아내는 새벽마다 신에게 예쁜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무지하게 뻔한 이야기죠?) 그러던 어느 날, 신이 꿈속에 뿅 나타나 “여인이여! 내가 아이를 갖도록 해주겠다. 너의 기도가 간곡한 즉, 너의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게 말하라. 너의 기도에 대한 사은품으로 주겠노라.” 아내는 “저희들의 아이가 모든 사람에게 늘 사랑받도록 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뻔하게도 예쁜 사내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는 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선생님도 사랑했고, 짝도 사랑했고, 동네의 아줌마, 아저씨도, 강아지도, 심지어는 들에 핀 채송화도 그 아이를 사랑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놈을 만나려는 여자아이들로 넘쳐났기에 늘 귀가가 늦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여자친구들을 빼앗긴 남자아이들이 그를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너무 사랑스러웠거든요.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직장을 다녀도, 사업을 시작해도 모든 사람이 이 친구를 사랑했기 때문에 도움을 받았고 모든 것이 만사형통이었습니다. 단지 문제라고는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 정도죠.

그러나 아이는 늘 뭔가 2%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곤 했습니다. 사업의 성공과 꽃그림으로 치장된 여자가 보낸 연애편지, 세상에 넘치는 사랑에도 불구하고 늘 허전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아이는 산 속에 있는 조그만 연못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연못은 잘 아시는 금도끼, 은도끼의 그 연못입니다. 혹시 금빤쓰, 은빤쓰의 연못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거기 살던 산신령이 그만 옥황상제에게 소환을 당했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그 연못을 방만하게 경영했다는 거죠. 항상 적자 상태였다나요? 무쇠도끼 한자루를 금도끼와 은도끼 두자루와 교환한다던지, 냄새나는 여자의 면팬티 한장을 금빤쓰와 은빤쓰로 바꾸어 준 것을 볼 때, 변태적 성향도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무튼 소환이 되고 다른 산신령이 부임을 했다더군요.

그런데 새 산신령은 유머 감각이 뒤질 뿐 아니라, 좀 자잘한 산신령이었던 모양입니다.

전의 산신령은 나무꾼에게 <그럼 몽땅 가져 가거라> 아니면 멱을 감던 아가씨에게 면팬티를 흔들어 대며 <좀 빨아 입어라. 너한테는 금빤쓰고 은빤쓰고 없다.>라고 했는 데, 이 산신령은 폼은 드럽게 잡고 짠! 나타나, 물었답니다.

“너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느냐? 이제 금도끼나 은도끼는 없다.”
“저는 도끼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그럼 뭐가 필요한 데…? 금빤쓰냐?”
“아닙니다. 저는 여태까지 사랑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누굴 사랑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 때문에 우울해서 거닐다보니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 정도라면 금전적 손해가 안나는 만큼, 네 소원을 들어주지. 네가 세상의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해주지. 그런데 원칙은 철저한 기브 앤드 테이크다.”

사내가 산에서 내려가서 처음 접한 소식은 사업이 그만 망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뭘 믿고 그를 도와주었을까 하며, 빌려준 돈을 되찾아 가거나, 회사에서 성심껏 일하던 직원들이 봉급이 작다며 떠나거나, 고객들이 더 이상 회사의 제품을 사지 않았습니다. 부도가 난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채권자들이 그의 멱살을 잡고 “내 돈 내 놔!”라며 흔들어댔습니다. 또 누군가는 이거라도 팔아야겠다며 전화기나 책상 등을 들고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이 밉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스러웠습니다.

늘 자신의 주위를 떠돌던 여자친구들은 자신들이 그에게 뭔지 모르지만 속아왔다고 느꼈고, 그에게 “네가 한번이라도 나에게 눈길을 주었더라면 이러지는 않아.”라며 그에게 침을 뱉고 떠났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들이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고, 그녀들이 자신에게 침을 뱉는다 하더라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내는 그만 거지가 되고 말았지요.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구걸을 한다거나, 지하철의 찬 바닥에서 잠을 청하곤 했습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하루 종일 이 곳 저 곳을 떠돌아 다녔어도, 세상은 아름답고 찬란했으며, 길거리의 모든 사람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워 다가가면, 아이들은 “미친 놈. 바보”하며 그에게 돌을 던졌습니다. 그의 이마에선 피가 났고 아팠지만, 사내는 그 아이들을 미워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이 이야기를 끝낸 친구는 저에게 “너는 누가 더 행복하냐?”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사랑받는 쪽 보다 사랑하는 쪽이 더 행복하다고 했죠.

그러나 어느 쪽을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사랑받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저는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신파조의 인간이 못된다는 것과 아울러 행복이라는 심적 상태 이전에 늘 밥그릇부터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속물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예쁜 여자들이 제가 한쪽 눈만 찡끗해도 볼링장 핀처럼 와르르 무너진다는 것은 상상 만해도 통쾌 짜릿한 광경 아니겠습니까?

빌어먹을 제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더 가관입니다.

놈은 꼬시고 싶은 아가씨가 있으면, 이 이야기를 해준다는 겁니다. 머리 속이 텅 비어 있을수록 효과가 있다나요?

이 이야기를 해준 후, 아가씨에게 “저도 사랑 받기보다 사랑하고 싶습니다. 저는 행복하고 싶거든요. 아마 지금부터 저는 행복할 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한답니다. 그러면 이 멍청한 여자들은 이 사람은 마음이 순수하며, 자신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으며,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나요?

그러나 이러한 유치찬란한 동화를 듣고 감동을 느낀다거나, 늑대와 같은 남자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그토록 부족하다면, 순수를 초월하여 멍청하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놈이 만나는 여자를 보면 늘 묻고 싶더군요. “금빤쓰 은빤쓰 이야기를 들으셨는지요? 아참 제가 말 실수를… 용서하십시요. 사랑받는 남자와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This Post Has 2 Comments

  1. 旅인

    [목련]
    그참…사랑이 무언지…..흐흣,,,
    아~~~~우리 여인님 때문에 미치겠어요…웃지 않을래야 안웃고는 베겨날수 없어요!.
    아~~~우리 여인님은 정말 아까운 분이세요~!!..
    오늘도 웃음없는 제게 웃을수 있는 선물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햇살이 고와요…련인…장미사진을 촬영하여 돌아왔습니다.
    장미를 보아도 이제…예쁘지가 않아요..확실히… 아픈건지..ㅎㅎㅎ
    고운시간에 머물러계실줄 믿고 이만 총총총….
    여인님!!..안녕히 오늘도 즐겁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글 넘 즐겁게 잘보았습니다.
    제집에…오셔서 늘..놀라셔서 돌아가실듯합니다.ㅎㅎ
    [여인]
    드디어 성공!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친구의 이야기는 좀 심각했는데,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첨가하니까 좀 그럴듯 해집니다.
    서울의 날씨는 좀 뿌옇습니다.
    장미사진을 좀 봐야겠네요. 카메라에게도 장미가 예쁘지 않았는지…

  2. 旅인

    유리알 유희 09.01.05. 12:47
    아~~ 기발한 풍자십니다. 친구의 이야기라는 식으로 들려주는 구성, 그거이 압권입니다. 굴러다니는 민화같은 애기들을 수집하여 절묘한 알레고리를 만든 솜씨 아주 일품이라고요. 또 유희의 배가 살상 아파오기 시작하네요. 즐감하고 저는 또 돈벌이 갑니다. 여인이시여! 평안한 휴일 되시길요.
    ┗ 旅인 09.01.04. 22:56
    그렇다니 고마울 밖에요.

    샤론 09.01.05. 16:02
    하하하.재미있습니다…사랑하면 앞이 캄캄합니다…아무것도 안 보이고 오직 눈앞에는 그 사람만 ….그 사람이 빈 털털이라는 것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旅인 09.01.05. 19:30
    저도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뇌진탕이라도 걸렸는지 잘 기억이 안납니다.

    스윗 노벰버 09.01.06. 23:02
    “예쁜 여자들이 제가 한쪽 눈만 찡끗해도 볼링장 핀처럼 와르르 무너진다는 것은 상상 만해도 통쾌 짜릿한 광경 아니겠습니까?”…..ㅋㅋㅋ 여인님, 매력있는 눈을 가지셨나 봅니다.
    ┗ 旅인 09.01.07. 08:13
    한번 그래봤으면 하는 상상을 한번 해 본 것이지요^^

    다리우스 09.01.07. 16:53
    사랑과 행복에 관한 우화, 인생의 깊은 해학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 旅인 09.01.08. 22:46
    그런가요?

    산골아이 09.05.14. 11:16
    우화에 풍자에 해학까지… 두루 섞인 글 많이 웃었네요. 하지마 웃음 뒤끝이 허탈한 건 사랑 자체도 허무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 旅인 09.05.14. 14:21
    이리 먼 곳까지 왕림을 해주시다니, 벌써 한 3개월 전에 올린 글이 되어버렸네요.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