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들-01

일주일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전 본래 생각이란 것이 없는 놈이기 때문에 그냥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것보다도 <포지션>의 노래에 발목이 잡혔다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노래가 좋았냐고요? 빌어먹을 노래죠. 헤어지고, 울고 불고하는 그런 노래.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 그런 노래. 특히 그렇게 감미롭게 노래를 부르면서도, 가수가 잘생겼다는 것은 듣는 사람 염장 지르지요. 남자인 제가 볼 때, 여자가수는 예쁘게 생기고, 몸매도 끈내주어야 하지만, 남자가수란 모름지기 조용필이나 김건모처럼 노래로만 승부해야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노래도 못 부르는데 생긴 것도 거시기한 제가 볼 때, 둘 다 겹쳤다는 것은 짜증난다 이겁니다.

포지션의 노래는 싸가지가 없습니다. 따라 부를 수가 없어요. 저도 술집에 가서 한번 폼이라도 잡아보려고 하는 데, 포기했습니다. 따라 부르기 금지인 것처럼 리듬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콩나물 대가리들이 너무 촘촘하고, 때론 오선지를 훌쩍 넘은 높은 음자리로 따라 부르지 못하도록 하거나, 갑자기 잠수. 자다 봉창 뜯듯 쉼표가 텀벙 뛰어들거나, #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그래서 그냥 듣기만 하기로 했죠.

사랑한다, 헤어진다 하면서 지랄들은 해 놓고서 후회를 하고 그리워한다는 이 아리송한 가사를 들으며, 감미롭다는 이 심사는 또 무엇인지? 뮤직비디오는 또 그래요.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랑인데, 반드시 이루어지더군요. 아니면 걸려선 안 되는 병인데, 걸리더군요. 아름다운 사랑은 왜 그 모양 그 꼴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뮤직 비디오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면, 남녀 사이의 사랑하는 관계란, 옛날 말로는 간통이고, 요즘 말로는 불륜입니다. <12월의 열대야>라는 드라마에 영심이가 남편을 내팽개치고 죽어가는 남자와 함께 남은 날들을 보냅니다. 남자가 오늘 내일하는 형편이니, 살을 섞거나 하지 않았다고 칩시다. 이 시대에는 포옹이나 뽀뽀 정도야 이야기꺼리도 아닐 지도 모릅니다. 엄정화가 분한 영심이를 보면서, 못생긴 것들이 살을 섞으면 간통이 되고, 잘 생긴 년놈들이 그 짓거리를 하면 불륜이 된다는 거죠.

못 생긴 사람들이 살아가기엔 이 세상은 너무 험난한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절 미치게 했던 노래가 포지션의 <미루나무>이었죠. 이 아름다운 노래에 불륜이란 품위있는 단어는 어울려도, 간통이니 간음이란 싸구려 말들은 어울리지 않더군요. 예전에는 불륜이간 뭐건 간에 무식하게 돌로 쳐 죽이던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년놈들의 코를 그냥 베어버렸지요. 불륜의 본질은 간통이라 이겁니다.

이제 사랑이라면 뭐든 용서됩니다. 인터넷으로 채팅을 한 후, 눈 한번 맞춰보고 장미여관으로 가서 이것들이 속궁합을 맞춰봅니다. 그리고 남편이나 아내에게 걸립니다. 예전에는 “제가 죽일 년이에요. 이년이 미쳤지요. 가족들 볼 낯이 없어요.”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저도 사랑받는 여자이고 싶었어요. 그 남자는 저를 존중해 주었고, 남편은 그렇지 못했어요.”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간통과 불륜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사랑받고 싶었다? 좋은 말이지요. 저도 사랑받고 싶으니까요.

대충 이런 사건의 경우 남자들은 유구무언이거나 품위있게 말하진 못합니다. 이 시대는 남자에겐 발언권이 없거든요. 남자란 萬惡의 근본, 무조건 나쁜 놈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런 여자들은 설거지는 미뤄두고, 자식들을 보고 “꼭 지 애비 닮아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남편을 웬수처럼 여기면서, 사랑받고 싶다? 이것이 이 시대의 자화상이자, 진실이지요.

그러니까 부엌의 씽크대 위에 음식찌꺼기와 그릇이 수북하다면, 한번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확실하게 사진기를 준비하던지.

이 놈의 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합니다. 간혹 “니들이 사랑을 알아?”라고 묻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랑이라는 이 오묘한 것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잘 생기거나 예쁜 연예인에게 무슨 쇼 프로그램에서 못생긴 사회자가 묻습니다 “첫 키스는 언제, 어디서 하셨나요?” 절대로 “언제 이성과 처음으로 침대에서 뒹굴었느냐?”는 묻지 않습니다. 드라마건 뭐건 시청율만 오르면 다 인 세상에 뭘 그렇게 가리는지…?

디 그만두고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러저런 주제를 놓고 씨부릴 텐데, 생각보다 재미는 없을 겁니다.

This Post Has 4 Comments

  1. 클리티에

    아아, 미루나무……

    그 해 제게는 12월의 열대야가 최고의 드라마였어요.
    12월의 열대야에서 조용히 흘렀던 포지션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네요.

    드라마 음악의 진짜 매력은 두세달 동안 계속해서 반복되는 학습효과에 있지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 갈 때마다, 혹은 결정적인 장면마다
    다양하게 변주되어 되풀이되는 메인테마는 파블로프의 개가 들었던 종소리처럼 각인되어
    훨씬 강력하게 연상작용을 불러 일으키고 뇌 속에 기억을 분비하죠.

    그래서 드라마 주제곡이 오래되록 기억되고 사랑을 받나 봐요.
    푹 빠져 들어 봤었던 그 드라마 그 장면에 어김없이 흐르던 그 노래로 인해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가슴을 쾈 쥐어박던 그 장면이 어김없이 리플레이 되는,

    완성도면에서는 영화 o.s.t가 더 높을지 모르지만,
    드라마가 끝나도 음악은 남는, 드라마 주제곡에 대해 더 꽂히게 되네요.

    사랑에 관해 쓰신 글에, 전 음악 이야기만 하고 있네요. 하하 *.*

    1. 旅인

      12월의 열대야는 보지 못했습니다. 다 해서 한 십분정도 보았을 겁니다. 미루나무를 듣고 한번 볼까 해서 찾아보았는데, 제공하는 서비스가 없더군요.

      포지션의 이 노래는 호소력이 있어서 저 같은 사람의 마음도 설레게 만들더군요.

      사랑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는 사람이 쓴 글이니 개의치 않으셔도 됩니다.

  2. 旅인

    [여인]
    참으로 포스트 하나 쓰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블로그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입니다. 마치 무슨 덧에 걸린 듯,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빠질 수도 없는 심정으로 간신히 간신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밤 하늘이 걸친 베란다의 난간에서 담배를 피우며 도시의 불빛을 받은 구름이 스쳐지나면, 이 세상이 너무도 찬란하여 미칠 것 같은 데, 제 글은 이처럼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마치 숙제를 하듯 답답한 가슴으로 쓰고 있습니다. 세상이 조금만 덜 아름다워도 사는 것이 좀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다다]
    1인칭 시점의 소설이 시작되는 건가요? 힘들게 쓰셨다지만, 롤러코스터 타듯 읽어내려왔네요^^
    [여인]
    소설은 아닙니다. 그냥 사랑이라는 이상한 현상에 대하여 제 나름대로의 단상입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포스트 하나 쓰기가 힘들다는 것은 이 글을 쓰기 전 어떤 글을 쓰면서 발생한 특정한 사건이 그만 저의 감정과 의욕 그리고 생각을 점유했거나, 제가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이 없다는 것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좌우지간 글을 쓰더라도 진부하고,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저를 답답하게 만듭니다.
    [목련]
    비가 조금 내리더니..햇빗이 반짝하고 있군요…떠나야겠어요..어딘가로….~ 이름모를 들판으로갈까요??…
    혹시..련이 우리 여인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면…
    죄송해요!…꼭 죄인같은 마음에 왔다가 되돌아가는 짓을 했습니다.
    숙제를 하듯 답답한 가슴으로…포스트를 하고 있습니다……련이가 그래요.~~~
    그마져도 하지 않으면…하지 않으면….
    우리 여인님께서는…너무 훌륭하세요!!..
    글 감사함으로 참 잘보았습니다.
    [여인]
    그럴 리야 있습니까? 전에 어떤 포스트를 쓰다가 체증에 걸린듯 걸리더니 포스트를 쓰기가 여간 만만치 않습니다.
    저도 오늘 아내와 잠시 점심을 먹으러 남한강변에 갔다 왔습니다. 강물이 조용한 어느 집에서 아내와 단둘이서 애인처럼 호젓하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련님도 가슴에 땅과 하늘의 풍경이 가득찰 곳으로 가서 사진도 찍고 호젓한 하루를 보내시길…
    그런데 지금은 비가 많이 내리네요.

  3. 旅인

    truth 09.01.02. 19:14
    음표이야기까진 ㅋㅋ댈수있었는데 그 아래내용부턴 티비를 안봐서인지..영화도 그런내용들은 못봐서인지..영 뭐가뭔지..그러세요 자~펼쳐보시지요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
    ┗ 旅인 09.01.03. 04:34
    저도 12월의 열대야는 못보았습니다. 포지션의 미루나무가 좋아서 대충 거꾸로 그 내용만 알고 있을 뿐 입니다.

    자유인 09.01.02. 23:22
    예전에 코메디언 이경실이 tv에서 이런 말을 하드군요.”결혼후 10년이 될때마다 부부는 계속 결혼생활을 할 것인지에 대하여 물어야한다.한쪽이라도 no라고 하며는그것으로 끝을 내야 한다는 유머 였습니다..그후 얼마가 지난후 이혼을 하드군요..절대적으로 보이는 지금의 제도들도 세월따라 시대따라 변화와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다음편 사랑이야기를 기대합니다.^^
    ┗ 旅인 09.01.03. 04:36
    아무래도 모계사회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원시모계사회에서 후기모계사회로…

    유리알 유희 09.01.03. 00:13
    사랑얘기 해 보시어요. 유희가 들어 줄게요. ㅎㅎ. 저도 첫사랑 애기 하고 싶지만 그거이 짝사랑인지라…
    ┗ 旅인 09.01.03. 04:37
    저의 사랑얘기가 할 것이 없어서 넘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ㅋㅋ

    스윗 노벰버 09.01.03. 01:39
    제 아버지께선 자식들에게 늘 하시는 말씀이 있으신데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 만나면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라는 거거든요? 그래야 서로 존중하면서 사랑하며 살 수 있다고… 정말 존댓말 쓰면 사랑이 깨지지 않을까요?^^, 저희 부모님께선 평생 존댓말 안 쓰시고도 안 깨지셨는데… 왜 그런 말씀 하실까??? 싶어요. 저희 언니랑 형부는 말 놓는데 제 동생이랑 동생 여자친구는 5년째 존댓말 쓰면서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당부하셔서 그런 게 아니라 동생이랑 여자친구 아이가 직장 동료관계이고 둘 다 착해서 그런 것 같은데…지켜보고 있습니다^^, 두 커플이 어떻게 차이나나 하면서. 다음 편 기다리겠습니다^^,
    ┗ 스윗 노벰버 09.01.03. 01:45
    아름다운 사랑은 왜 그 모양인지…에서 폭소!!^^,
    ┗ 旅인 09.01.03. 04:42
    존댓말 일리가 있습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누님, 형님이라고 부르게 했습니다. 그때는 형제 간에 싸우거나 하지 않다가, 그렇게 부르는 것이 챙피해서 형, 누나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서로 싸우게 되더군요. 그리고 여친하고도 존댓말을 쓰다가 반말트기 시작하니까, 금새 분위기가 바뀌더군요. 남을 존중하고 배려할 때, 자신도 상응한 대우를 받게 되니까요.
    ┗ 러시아황녀 09.01.04. 18:55
    저는 부부싸움을 하면 존댓말을 씁니다..그 만큼 격앙된 분위기를 갈아 앉히는 효과도 있고 결정적으로 험한 말을 피할 수 있어서요..그러나 한참 싸우다 보면 아주 낯선사람과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 旅인 09.01.04. 23:02
    아주 좋은 방법. 하지만 흥분의 순간에도 발휘되는 그 절제력을 범인이 어짜 따라하오리까?

    라비에벨 09.01.03. 18:18
    다른 분위기의 글이네요^^기대 됩니다…
    ┗ 旅인 09.01.03. 21:53
    에벨님, 사실은 이런 글이 저한테는 더 잘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황녀 09.01.05. 13:32
    여인님의 또 다른 문체가 기대됩니다.. 사실 사랑에 대한 환상적 찬사나 과장된 헌사 보다는 훨씬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 旅인 09.01.04. 18:29
    여기에서 사설은 부스러기 같은 이야기(僿說)이기 때문에 제 멋대로 늘어놓으면 되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 러시아황녀 09.01.04. 19:36
    그렇다면..역시.. 진짜는 감춰 두시는 건가요..
    ┗ 旅인 09.01.04. 23:01
    저에게 진짜 가짜가 어디 있겠습니까? 몽땅 다 털어도 먼지 하나 없습니다.^^

    산골아이 09.05.14. 10:33
    오늘부터 그동안 못 읽엇던 여인님의 글들 읽어보렵니다. 사랑에 대한 말하는 어투가 재미있습니다. 자 다음편을 읽어보고 갑니다.
    ┗ 旅인 09.05.14. 14:24
    한참 고생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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