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구원

지난 토요일에 시작한 <그 계절의 노을> 을 오늘 무작정 끝냈다. 글을 쓰기 시작하자, 머리 속으로 무수한 말들이 포말처럼 끓어올라 가닥을 잡을 수 없었다. 시시때때로 담배를 피우며, 말들을 정리해야 했고, 버려진 말들이 하수구를 틀어 막은 듯 글을 써내려갈 수 없었다.

지나간 사랑을 쓰자고 쓴 것은 아니다. 구원이라는 것이 주제였다. 그러나 글을 쓰다가 지난 세월 속에서 불쑥 나타난 한가지의 기억에 그만 좌초되었고 구원에 이르기까지 나갈 수 없었다. 기억에 좌초된 순간 내가 간직하고 있던 추억을 전면 부정해야 했고, 그 기억들을 새롭게 해야했다.

옛 추억 속에서 베아트리체가 되어 나를 구원으로 이끌 그녀는 아쉬웁게도 나락으로 떨어져버렸고, 구원에 이르고자 하는 순례자였던 나는 그만 머저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 글은 구원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단순한 신파조의 멜로물이 되어버렸다.

소득이 있다면, 머저리가 됨으로써 나는 그만 구원을 얻었다.

불륜

불륜이란 남편이나 아내가 있는 사람이 외간사람과 속살을 맞대는 짓거리라면, 젊은 놈의 불륜은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을 따스하게 안아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치졸한 사랑이야기는 불륜의 기록일 뿐이다.

추억

추억이란 기억과 시간의 연금술이다. 그래서 속으로 간직할 때는 아름다운 법이다. 그러나 자신의 추억을 타인에게 말로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그 추억을 듣는 사람은 괴롭거나, 혹은 당신을 경멸할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구질구질했다면, 최소한 예이츠의 단가는 구질구질함을 씻어줄 만큼 아름답고, 글에서 잠시 나온 까뮈의 글귀는 당신의 인생에 대하여 명료하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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