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등에 관한 하찮은 이야기

사 랑

1980 년대 미국에서는 Love라는 단어 대신 Luv(사랑의 기술체 혹은 비공식적으로 어떤 사람을 부르는 것)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물론 발음은 Love나 Luv나 같다. 이러한 현상은 사랑이 너무 범람하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새로운 단어를 정립해야 한다는 묵시적인 요구가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도 사랑은 넘쳐나고 있다. 사랑이란 워낙 의미의 내포가 커서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범위를 확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놈들은 하찮은 물건이나 상품을 놓고 <나 그것을 좋아해.>를 <I love it.>으로 과장 표현하는 반면, 우리는 <I love you.>라는 것을 <나 너 좋아해.>라고 한 등급 낮춰 표현하고는 한다. 혹은 심적 상태와는 완전 별개로 육체적인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좋아한다와 사랑한다가 말로써 표현된다고 심적 양태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랑은 불필요할 만큼 범람하는데, 우리의 사유는 가까스로 성교육을 하는 수준에 머물고, 빌어먹을 일이지만 나는 그런 교육조차 받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학교 다닐 때, 그 흔했던 빨간책이라는 것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 시대에 제공되는 사랑의 논리는 생리학적인 논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의 일정 현상에 대한 설명을 될 수 있을지언정, 인위의 세계의 논리, 즉 윤리적인 가치는 지니지 못한다. 자연은 욕구의 충족을 위하여 가지런하지만, 사회라는 인위의 세계는 결핍된 욕구를 댓가로 거대한 문화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이란 욕구의 언어가 아니라 고도로 문화화된 코드이며, 증여의 언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뇌피질에 도파민 등의 호르몬 분비와 관련하여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는 보고서는 교접→잉태→출산→수유라는 산모와 아기를 집중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시기와 일치하며, 질투와 관련하여 숫컷은 자기 DNA 보존을 위해서 자신의 암컷에게 다른 DNA가 혼입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 질투이고, 암컷은 항상 자신의 DNA가 50%는 확보되는 만큼 자신과 자식을 보호해주어야 할 숫컷이 다른 암컷에게 침을 흘리는 것을 투기하게 된다는 논리는 생명체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과학적인 설명 논리로는 맞을 수 있지만, 가치라는 것을 천착해 들어가는 인문과학적인 측면에서는 가치중립적이거나 몰가치한 언사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우리가 말하는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이란, 다양한 종족번식을 가로막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연에서 인위의 세계로 접어들면서 자식들의 양육기간이 3년에서 10~20년으로 비약적으로 증대되면서 적자생존이라는 우생학적인 요인을 교육으로 능가할 수 있었기에 순식간에 문명세계를 이룩해낼 수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이란, 자연 상태에서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인위의 세계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 온 개념일지도 모르며, 그 안에는 자연 상태에서 유발될 수 있는 질투라는 것을 제거하기 위한 약속이 자리 잡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정 조

정조관념이 여성들의 주요 덕목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다지 오랜 역사를 지니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관념 또한 남성의 권위주의에 입각하여 형성된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

이러한 시점은 중세의 정조대가 사라지고 절대왕권을 중심으로 귀족계층이 대두되면서, 상류층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정조라는 개념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송대에 이르러 지식계급으로서의 사대부가 형성되면서 여성들 또한 정조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 진수라는 뒈놈 기자가 우리의 영고, 동맹, 무천 등에 대하여 기술하기를 상달이 되면 나라에 큰 모임을 열어 음주가무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기사의 말미에 음란하다고 쓰고 있다. 이는 브라질의 삼바축제의 혼음과 같은 뒷풀이를 연상케 하며, 삼국유사 등을 보면, 처용의 마누라가 남편이 술 쳐먹으로 간 사이에 외간남자와 버젓이 살을 섞고, 이조 건국 초기에 사방지 사건과 어우동 이야기는 기존 윤리 관념(고려조의 남여상열지사)과 참신한 성리학적 윤리질서 간의 마찰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중국에 정조관념이 있었냐 하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정조라는 것은,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경제발달이 가속화되고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을 바탕으로 귀족계급이 자리잡고 지식인들이 양산되면서, 단순한 성적 대상이나 자손의 생산력 혹은 노동력 차원에서 바라보던 여성을, 고결함이라던가 보호받아야 마땅한 대상으로 변모시켰던 것이다. 그러니까 정조관념이야말로 역으로 볼 때, 여성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는 페미니즘 운동의 하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정조개념이 굳건히 자리잡고 나서야 진정한 연애라는 개념이 나타났고 로미오고 줄리엣이고 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여인]
    그만 댓글을 날려버렸습니다. 용서하십시요. 대신 메일로 보냈습니다.
    [목련]
    여인님!!..고운 아침 맞으셨는지요?..
    용서라니요..련이도 그런 실수할때 많아요!!…흐흣!!..
    사람의 마음속엔 참으로 많은 천사와 악마가 존재하는듯합니다!.
    악마는 되지 말아야하는데.. 요즘 련이 차즘 ,,어~~ 도저히 못봐주는 련이지만..이해해주세요!.ㅎㅎ
    여인님의 아름다운 글들은요
    부족한 련이로서는 뎃글을 내려놓을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숨어보고 갈적이 더 많아요.
    [여인]
    우리가 이른바 악마적이라고 하는 것들 속에 선사시대를 넘어 이 문명세계로 이끈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천사 이전에 악마가 우리의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더욱 선한 것을 향하여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다다]
    뭔가… 다시 돌아오신 느낌이 드는데요?^^
    [여인]
    아다다님이 보시기에는 이런 글이 저에게 딱이라고 생각되시나보죠?^^
    [아다다]
    ㅎㅎㅎ 무안해라^^ 즐거워신거 같아서요…^^
    [여인]
    맞습니다. 손끝도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는 데 조금씩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잘 보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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