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의 한시 두수

春曉

孟浩然

春眠不覺曉 / 봄잠 노곤하여 동터오는 줄도 몰랐는데,
處處聞啼鳥 / 곳곳에서 새들이 재잘재잘 지저귄다.
夜來風雨聲 / 밤사이 비바람 소리 들려도 오던데,
花落知多少 / 꽃잎 적지 않게 떨어졌음을 알겠구나.

날 밝는 줄 모르고 봄 잠에 취했더니
이곳 저곳에서 새들이 우짖는 소리가 들린다.
밤에 비바람 소리가 들렸으니
꽃은 또 얼마나 졌을까? (여인 광역)

이 시를 읽으니, 휴가를 내고 잠이나 푹자고 싶다.
합정동의 5월, 비바람 소리를 들으며 밤 늦도록 책을 읽다가 늦잠에 들었다. 마당의 새소리에 깨어나 늦은 아침 햇살을 맞이하고, 문 밖으로 나갔을 때 장미 꽃잎에 맺힌 물방울에 깨진 햇빛은 얼마나 시원했던가? 그리고 라일락과 아카시아의 향기는 또 어떻고?

春夢

韓龍雲

夢似落花花似夢 / 꿈은 떨어지는 꽃잎 같고 꽃은 꿈같은데,
人何胡蝶蝶何人 / 사람은 어찌 호랑나비 되고 나비 어찌 사람이 되나.
蝶花人夢同心事 / 꿈에선 나비도 꽃도 사람도 모두 한 마음의 일이니,
往訴東君留一春 / 봄 신에게 호소라도 하여 이 봄을 붙잡아 둘까보다.

꿈은 꽃잎처럼 나리고 꽃잎은 꿈처럼 피는데
사람이 어찌 호랑나비며 나비가 어찌 사람일까
나비와 꽃과 사람 그리고 꿈이 모두 마음이 지은 일이니
햇님에게 가 봄의 한자락이나마 남겨두라 할까 (여인 광역)

만해의 시는 늘 어디선가 본듯하다. 님의 침묵이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닮았다면, 이 시의 첫연은 雲外雲 夢中夢(구름 밖의 구름이요, 꿈 속의 꿈: 雲外夢中)의 분위기에 색즉시공의 의미를 담은 것 같다. 둘째연은 莊子와 나비의 이야기를 들어 범아일여 혹은 주체와 객체라는 분별망상에 대하여 이야기한 후, 셋째연에서는 본격적으로 직업(직업: 승려)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며 모든 것이 마음이 지은 것이라는 유식론을 설파한다. 그러나 오욕칠정을 묵조선에 묻어둔 스님께서도 마지막연에서는 봄날이 지나감은 아쉬운 듯 하다.

卍海님 께

色卽是空 空卽是色인 바, 彼此一如하고 一切唯心所造이니 何處得一春이니까?

<旅인 識>

This Post Has 2 Comments

  1. 旅인

    [애린]
    한문에 조예가 깊으신가 봅니다.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한문을 번역하려면 자간에 숨은 뜻을 풀어써야 하기 때문에 문학적 자질이 많아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여인님처럼 다가오는 봄을 느긋하게 즐겨야 할텐데 말이죠.
    [여인]
    전혀입니다. 제 친구가 성균관대에서 한문강독을 3년인가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해석이 안된다고 하는 것이 한문입니다. 저는 한번도 제대로 한문을 배워본 적이 없으니 어떻겠습니까?
    그냥 독서백편의자현(백번을 읽으면 뜻이 자연스럽게 뜻이 떠오른다)이라는 해석방법에 의존하여 개판 오분전으로 해석하고 있을 뿐 입니다. 저는 앞의 독서백편은 거두절미하고 의자현(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에 입각하여 해석합니다. 그래서 狂譯이라고 합니다.
    한시같은 경우는 제 스스로는 번역이 불가합니다. 다른 사람이 번역해 놓은 것을 바탕으로 재해석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야 한시야 말로 지멋대로 번역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한시 몇편의 번역을 보니 그 또한 지멋대로 해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목련]
    여인님 새롭게 안주하신 아름다운집에서 바라다보이는 앞산이 정말 훌륭하고 아름답더군요^^…
    언젠가 올려 놓으신 사진을 보았기에…
    꿈은 꽃잎처럼 나리고,꽃잎은 꿈처럼 피는데-;;
    곱게 꽃잎을 쓰다듬어 주던,사랑은 왜 멀어져 가는가..하핫
    여인님 이포스트를 련이 스크랩해가고싶습니다.
    [여인]
    언제나 환영입니다.
    련님의 포스트에서 본 제 글은 새삼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2. 旅인

    유리알 유희 09.04.15. 21:23
    비바람 소리 듣지 못했는데 출근길에 올려다 본 가지가 텅 비어 있어서 공연히 서러웠답니다. 이렇게 지난 봄을 향유하신 여인님! 올해는 어떤 자세로 봄의 꽃들과 새,지저귀를 만끽할까요. 맹호연과 만해님의 시보다 여인님의 역이 더욱더 좋습니다. ㅎㅎ
    ┗ 旅인 09.04.17. 12:58
    기존 번역이 있으니 그 흥취에 제 흥취를 비볐을 뿐입니다.

    이슬 09.04.17. 00:22
    합정동의 5월 글로 읽으며 보아도 아름답네요… 올려주신 아름다운 한시 천천히 읽으며 잘 감상했습니다.^^*
    ┗ 旅인 09.04.17. 12:59
    낮은 집들로 이루어진 곳이라면 어디든지 아파트처럼 삭막하지는 않을 듯…
    ┗ 이슬 09.04.17. 13:50
    그러게요…요즘은 작은 텃밭을 일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상추도 심고 들꽃들도 심고. 내년쯤에는 주말농장을 분양받아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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