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토요일 아침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나간 계단의 층계참에서 내다본 아파트 단지에 목련(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나무도 아니고 유일한 꽃)이 피었다. 그 옆에는 벚꽃인지 복숭화꽃인가가 피어있다.

그리고 앞 산에 꽃이 피었는지, 나무에 물이 올랐는지 보자고 생각을 했다.

월요일 저녁, 간판들에 불이 들어와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을 질펀하게 밝히고 있는 것을 보면서, 토요일과 일요일 내내 거실 창 밖을 한번도 내다보지 않았다는 것을 간신히 알았다.

단지 내에 들어서자 주황빛의 등이 켜져 있었고 나무에 스치는 은은한 빛 속에서 봄물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는 냄새를 맡았다.

불현듯 “그 날처럼 음악이 흐른다면…?”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도무지 그 <그 날>이라는 것이 언제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아마 그것은 아주 젊었거나 어린 어느 시절, 어느 때일 것이다. 봄바람이 나긋하게 불던 어느 밤.

그리고 어제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이미 날은 밝았고, 창 가로 나가 앞 산을 바라보았다. 아직 분홍빛이 스미지 않아 흐릿한 벚꽃과 겨우내 짙은 그림자만 간직한 나무가지만 보였다. 그러나 봄물이 오르기 위한 나무둥치의 부풀어 오른 모세관들을 보았는 지 모른다.

어제는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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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旅인

    [애린]
    아파트 단지에 봄꽃이 피기 시작했나 보군요. 볕이 잘 드나 봅니다. 제가 사는 곳은 유난히 춥고 골바람이 부는데다 응달이 많아 꽃들이 아직 봉오리조차 맺질 못하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의 봄은 춥고, 어둡고, 윗층엔 웬 예의없는 놈이 밤마다 음악을 틀어대는 바람에 저는 지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인]
    예, 햇볕이 잘드는 편입니다. 이 며칠 사이에 벌써 [목련]은 지려고 하고 있으며, 이제는 벚꽃들이 볕이 좋은 곳은 피었고, 응달에는 꽃망울을 터트리려 합니다. 앞산에는 나무에 물이 오르고 있습니다.
    [목련]
    봄물이 오른 봄을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요즘 련이는요..ㅎㅎ
    되도록 컴앞에 앉기를 피하는 시간, 여인님의 공간에는 몰래 스며 들어와서 여인님의 고운글들을 읽고 나가곤 합니다.
    이젠 하얀[목련]은 흔적조차 없어요. 목련이 진자리엔 잎이 돋아나고 있고요!!..
    자[목련]은 아직피어있는곳이 있지만, 하얀[목련]을 더욱 좋아하는데, 순결한 느낌,깨끗함이 느껴져서…
    그러고 보면 련이 , 아무랩도 깨끗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ㅋㅎ
    여인님..주말 남은시간 곱게 마무리 지으세요!.
    [여인]
    감기가 걸려서 골골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맑고 바람이 많은 날입니다. 햇살 아래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보면 언제 저리도 많은 잎이 피었는가 싶습니다.
    련님도 알찬 주말을 마무리하고 활기찬 새 주일을 맞이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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