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들의 이야기

지난 주 금요일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국으로 가는 데 만날 시간이 없다고…
그리고 작년 가을에 미국으로 떠난 친구가 반년동안이나 연락이 없더니, 인디아나에 산다고…
이메일 주소를 잃어서인지 방명록에 자신의 연락처를 남겼다.

반가움이 앞서기 전에 아득하게 멀다는 사실이…
어렸을 적에 불쑥 집으로 쳐들어가 저녁을 얻어먹거나, 한 이불을 덮고 잤는 데,
저녁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 떠난다>란 말 한마디만 남기고 떠나도록 했다.

무엇이 바빴기에, 무엇이 서로 함께 할 시간을 가로막았으며, 또 인디아나란 어디인지?

죽기 전에 다시 만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금요일에는 <널 만날 시간은 없고 내일 떠난다. 북경 오면 연락해라. 연락처는 이메일로 보내마.>
하며 떠난 친구는 또 무엇을 배운다고 먼길을 갔는지?

늘 만남이 뜨뜻 미지근하듯, 헤어짐 또한 그런 것이어서…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거들먹거릴 개재가 못됨은 알지만
친구가 떠나도 옆구리가 시리지 않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 지?

아마 마음이 없나봐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애린]
    늘 가까이 있어야 마음도 생기는 건가 봅니다. 만남이 뜸하다는 건 존재가 그만큼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루만 못 봐도 몇 년 못 본 것 같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없는 일상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심한 논쟁을 벌이곤 그 후유증으로 일 년 넘게 만나질 않았었죠. 서운한 감정은 말끔이 사라졌지만, 이젠 만나는 것이 시들합니다. 청춘의 우여곡절을 함께 겪던 샴쌍둥이 같은 친구였는데… 저도 아마 마음이 없나 봅니다.
    [여인]
    예전에는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주어지지 않는 것이 시간이다 보니 만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휴일에 여행을 가자고 해도 한놈은 교회 때문에, 한놈은 늘 일이 생겨서 함께 할 시간도 없이 떠나보내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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