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두바이-7

다시 이스파한으로 또 다시…(R-E)

이스파한에서의 2시 약속을 연기하고 3시가 넘어서 람셰를 떠났다. 아침에 오던 눈은 비로 변하여 내렸다. 준사막지역임에도 비는 람셰에서 이스파한까지 가는 길에 줄곧 내렸다. 이스파한의 경우 강우량이 100~150mm/년인 바, 일년 내릴 비가 다 온 것만 같다.

차창 밖의 길은 빗물로 범벅이었고, 빗물은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하여 땅으로 스미거나 아니면 증발할 때까지 대지는 질척거릴 것이다.

기념비적인 구조물들은 그 모양이 흐릿하여도 아스라한 곳에서 보아도 그것이 날림으로 만든 것과 차이가 있는 것을 뚜렷이 알 수 있다.

빗줄기 속에 보이는 카조우 다리(Pol-e Khajou)는 그 문양이 보이지 않아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나는 다리에 아로새겨진 정교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빗길을 뚫고 이스파한의 약속된 호텔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여섯시가 되어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고객 둘을 만나고 저녁을 먹은 후, 테헤란행 10시 5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공항으로 향했다.

테헤란행 비행기(E-T)

테헤란에도 눈이 많이 온 모양으로 비행기편이 전부 취소되었다. 테헤란으로 가는 방법은 다음날 아침 상황을 보거나 국도를 따라 차로 다섯시간 정도를 달리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나에겐 다음날 아침 9시에 약속이 있었다.

그 약속을 지키기 보다, 차로 이란의 사막(Kavir 사막)의 한 귀퉁이을 가로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나에겐 더 강했다.

함께 간 이란의 고객은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러면 인샬라, 신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이 잘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두바이행 항공권을 받아 창구에 보여주며, 급하니까 테헤란 행 좌석을 구할 수 없느냐고 했다.

우리는 임시편 좌석을 얻었다. 그 후 테헤란행 하늘이 열렸는 지, 취소되었던 테헤란행 항공편이 전부 Cancel(취소)에서 Delay(연기)로 바뀌었다.

11시30분에 테헤란행 임시 비행기는 이륙을 했고, 일행은 1시에 비행기가 뜰 것이라고 했다.

1시 가까이 공항을 나서자, 테헤란의 날씨는 언제 눈이 왔느냐 할 정도로 푸근했다.

숙소로 돌아오자 2시가 되었고, 샤워를 한 후, 속옷을 벗어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침대에 누웠다.

침대의 땀 냄새를 맡으니, 이 침대에 누웠던 사람들의 사연이 궁금했다. 나의 땀 냄새도 거기에 섞일 것이고, 누군가가 또 와서 자신의 피로한 몸을 그 땀 냄새에 비벼댈 것이었다.

머나먼 길을 돌아다닌 탓인지 짧은 수면 중에도 정처없이 떠돌고 있는 꿈같지도 않은 꿈을 꾸었다. 그것은 꼭 타인이 꾼 꿈처럼 비릿했고 몽롱했다.

테헤란을 떠나다(T7)

7시에 깨어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한국음식을 잘 먹고 고객을 방문하고, 다시 돌아와 게스트 하우스에서 한시간 동안 고객과 상담을 한 후, 우리의 뒤를 돌보아 주었던 고객사를 방문하여 이란 출장을 리뷰한 후, 공항으로 출발했다.

떠나려고 하자 구름에 뒤덮혀 있던 테헤란에 해가 들기 시작했다.

테헤란 시내의 교통상황을 우려하였으나, 호메이니 공항에 차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다. 우리는 일찍 세관을 통과하고, 느긋하게 활주로 건너편으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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