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두바이-4

호텔 압바시(E3)

정원은 호텔의 안쪽에 있다. 호텔의 옆에는 푸른 돔을 지닌 모스크가 있다. 호텔은 18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아마도 예전에는 승원의 부속건물이었을지도 모른다. 호텔의 로비에는 회교의 문양이 천장이나 기둥에 아로새겨져 있고, 낡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의 객실에 들어가 창문을 열면, 정원을 둘러싼 아취형의 객실 발코니가 보이고, 그 위로 호텔의 지붕이 연이어져 수풀 속에 사라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객실은 하얗게 회칠이 되어있고 단순한 붉은 직선으로 벽을 장식했지만 그 간결함이 더욱 객실의 품격을 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밤이 깃든 정원에는 노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호텔의 설명은 http://www.abbasihotel.com

세라자드(E4)

세라자드(Shahrazad)가 아름다웠는지 나의 기억에는 없다. 천일야화(alf layla wa layla)를 읽어본 적도 없다.

이 땅의 여인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워, 오히려 정물과 같은 느낌이다. 그 아름다움은 고정되어 있어서 그녀들의 얼굴의 표정을 읽을 수 없도록 한다. 백옥같은 얼굴 위의 뚜렷한 눈동자와 길고 짙은 속눈썹, 말하기를 거부하는 듯 약간은 거만스러워 보이는 견고한 입술들을 쳐다보면 불현듯 내가 무엇을 쳐다보고 있는 지를 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아라비아의 그 밤들을, 처절한 살육으로 이어져 왔던 밤들을 기억할 뿐이다. 세레자드는 낮이면 죽음의 밤을 건너기 위하여 천개와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를 예비하였고, 하늘이 납빛으로 어두어져 가면, 자신의 침실에서 뚜렷한 용기로 광기에 찌든 왕 샤흐리야르(Shahriyar)를 기다렸다는 것을 기억할 뿐이다.

우리는 거칠고 어두운 이스파한의 골목을 지나 육중한 나무문을 지나 내부가 목조로 치장된 세레자드란 식당에서 9시가 되어서야 저녁을 먹었다.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여인]
    18세기 초에 지어진 이런 박물관과 같은 호텔에서 묵을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이 박물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ttp://www.abbasihotel.com
    에 가보면 될 것 같음.
    [애린]
    18세기 초에 지어진 건물이라면 정말 대단합니다. 링크된 곳을 클릭하니까 암호 같은 문자가 화악하고 펼쳐지네요. 애써 외면하고 그림만… ㅜ.ㅠ
    [여인]
    영문과 아랍 두 종류로 되어있습니다.
    [애린]
    아, 옆에 있는 잉글리쉬 버튼을 못 봤어요. 영어라 한들 크게 나을 것도 없지만요. 하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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