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탄다. 자리 옆의 아저씨는 다리 가랑이를 활짝 펼치고 졸고 있다. 이 놈의 도시란 좁기가 한량없어서 자신의 어깨를 좁혀야 타인이 간신히 스쳐 지날 정도다. 타인의 자리를 침해하는 저 무신경함과 몰염치란 어디에서 왔는지?
어깨와 다리를 좁히고 앉아 도시와 가랑이를 벌린 자들을 침묵으로 준엄하게 저주하지만, 침묵이란 늘 초라하고 비굴하기가 그지없다.
이제 도시에는 율법도 도덕도 없고, 늘 작은 것에 분노하면서도 정작 큰 죄는 나와 아무 관련이 없어서 뉴스와 신문에만 나올 뿐 늘 용서되고 잊혀져 버리는 것이다.

큰 것에 분노하지 못하고 사소한 것에도 비굴한 나는, 실로 사랑하거나 웃음 짓기가 힘들다.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목련]
    ^^
    우리 여인님…
    련이 왔어요.. 넘 뵙고 싶었습니다.
    짧은 여인님의 글에서 삶 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이련은,요즘,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아파서 한번은 쓰러지기도 했어요.
    철저히 무력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음이…나를 추스려야하는데…
    여인님..제게오셔서 늘 좋은것을 못보시고 안타까이 돌아서시는 여인님을 뵈었습니다.
    ^^
    죄송함니다.지금의 이모습이..이련이랍니다.
    활기찬 휴일 열어가시길 빕니다.
    ^^
    [goho]
    준엄하신 저주라니..ㅋ`
    집으로 가시는 길,내내 불쾌함을 애써 참고
    분노와 비굴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여인님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세심하시고 엄격하신 여인님의 성품이 그대로 인식됩니다.
    암튼,이글을 빌어 우리모두 사소한 노매너에 주의를 해야할 번잡한 도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旅인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