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을 읽던 중

1.

아버지께서는 대학원을 가라고 하셨다. 더 이상 공부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말씀을 드렸다. “만약 철학이나 심리학을 공부하겠다면 어떻겠습니까?” “그건 좀 그렇다.” “그러나 공부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것 밖에 없네요.”그 말씀을 드린 후, 아버지는 대학원을 가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 후 심리학개론과 같은 것을 몇권 읽었다. 등대도 없는 방대한 인간의 마음 속을 항해해 나가기에는 내 머리가 너무 무겁다는 것(돌)을 그 책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꺼버렸다.

2.

엠씨 스퀘어라는 제품에서 엠씨(MC)는 마인드 컨트롤의 약자다. 마인드 컨트롤은 호세 실바에 의해서 창시되었고, 인간의 뇌파를 낮은 수준{7~14Hz의 알파(α)파}으로 낮추면 영적인 수준에 이르고 일상 생활 속에서 발생하던 심리적인 찌꺼기들이 제거되어 맑은 마음에 도달하게 되고 인간의 잠재적인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다고 한다.내게는 90년대 후반의 잡지기사를 복사한 것이 하나 있다. 뇌파학습법과 관련하여 <인간의 획기적인 진화는 가능한가?>라는 제하에 [로터스 뇌파 1호기]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그 기사에는 출산 당시의 산소결핍으로 대뇌피질이 손상되어 전혀 몸을 가누지 못하던 한 아이가 불과 몇 분만의 뇌파시술로 어느 정도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고 굽었던 척추도 펴졌다는 기사와 함께, 이 기계는 6년동안 480억원을 투입하여 500명 이상의 임상실험을 통하여 1000건 이상의 EEG (Electro-encephalo-gram: 뇌파계를 통한 뇌파) 결과를 얻어낸 후, 10만 페이지 가량의 자료집과 함께 지금 막 세상에 공개되었다고 보도한다. 이 기술은 비정상적인 사람의 치료만이 목적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의 지능지수를 10~30점 더 높게 만들고, 독서속도를 두세배 신장시킬 뿐 아니라, 15~20년간의 명상훈련으로 두뇌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단시일 내에 얻을 수 있도록 하며, 자폐증, 우울증, 주의력 부족, 심지어는 신체적인 질환까지도 치유가 가능하다고 한다. 로터스 뇌파 1호기는 알파파 뿐 아니라 4Hz인 쎄타(θ)파의 수준까지 뇌파를 끌어내려 뇌를 극단적인 수용상태로 만든 후 NLP(Neuro Linguistic Programming: 신경언어학 프로그램)로 균형된 상태에 사람이 이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인드 컨트롤 기계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1938년 독일의 한스 버거란 싸이코에 의해서 창도된 아이디어이다. 그는 나치병사들에게 이 α파를 주입시키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는 병사들의 알파파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면, 신무기의 조작법을 단시일 내에 습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통증도 모르며, 지칠 줄도 모르는 인간 병기>를 만들 수 있다는 원대한 비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버거는 알파파를 복제하지도 이를 발생시키도록 병사들을 유도하지 못했다.이 기사를 본 후, 이 로터스 뇌파 1호기의 후속보도를 기다렸으나, 더 이상의 보도는 없었다.이와 같이 심리상태의 기저를 이루는 뇌파의 경우, 이를 어떻게 통제하는가에 따라 선(치유와 인간능력의 창달)과 악(인간병기)의 양극단에 설 수 있는 양날의 면도날이 될 수 있다.

3.

심리학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바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관심법(궁예의 독심술)에서 출발한다. 이와 같은 생각은 참으로 이기적이고 졸렬하기가 그지없는 생각이다. 남의 심리를 간파해냄으로써 남들의 단물을 빨아먹고자 하는 이와 같은 생각은, 어처구니없게도 이성으로부터 환심을 사려고 하는 그 시점, 즉 사랑에 눈 뜨기 시작하는 시점에 비등하기 시작한다. 그 이전까지는 가족이나 친구라는 편한 상대와 관계를 가짐으로써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대화로써 단순하게 상대방의 의중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연애의 감정과 이성으로서의 상대의 표현은 너무나도 복합적이고, 사랑이란 고도의 심리전인 것이다. 아마 이러한 사랑싸움은 인간이 사회성을 획득하는 마지막 관문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심리학은 타인의 심리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고대 심리학의 보고이자, 인류 최고의 심리학인 불교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주의 모든 것은 나의 마음이 만든 것이다.”(一切唯心所造)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볼 수 없겠느냐는 욕구에서 시작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심리학의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처세술의 영역일 뿐이다.

4.

추석선물로 어떤 사람이 내게 경영학 서적을 보내왔다. 불행하게도 나는 경영학 책을 읽는 것을 싫어한다. 대충 경영학 서적은 경쟁이나 전략, 피바다(레드오션)와 같은 살벌한 언어를 즐겨 사용할 뿐 아니라, 인간미 없는 인간들(CEO)에 대해서 극도로 찬양하거나, 날조된 언어(CRM, CI, Value in Use 등)로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침소봉대한다. 경영학자란 대체로 상식의 세계에서 통하는 개념을 돈이나 경쟁이라는 언어로 왜곡시키고, 인간을 단지 무한한 욕구를 가진 동물로 그리면서, 어떻게 자극을 가하면 돈이라는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조건반사에 대하여만 생각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저작물에 자극을 받은 최고경영층은 직원들이 이런 새로운 경영이론에 무지하다고 불만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경영이론에 빠삭하다면, 경쟁은 한층 더 가멸차 질 것이다.그 사람이 보내온 책은 <굿바이 잭 웰치>와 <설득의 심리학>이었다.추석 연휴동안 내가 무식하다고 아예 공부를 시키는구나 하며 책을 뒤적여보았더니 <설득의 심리학>은 나에게 보내온 것이 아니라, 옆 팀의 누군가에게 전달해 달라고 되어 있다.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잭 웰치란 작자는 너무도 위대한 CEO이기 때문에 나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는 인간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책 제목이 <잘 꺼져 잭 웰치>라는 것은 그럴듯해 보인다. 나같이 말주변이 없는 사람에게 설득이나 협상과 같은 <노가리 기술>은 솔깃하기도 하다. 그래서 <설득의 심리학>을 전달해 주기 전에 좀 읽어보기로 했다.

5.

기업의 경영이나 장사가 가치와 혁신을 창조하고, 국부를 늘리며, 재화를 나눔으로써 그 효익을 증진시키는 점에서 권장되고 보호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이 <설득의 심리학>과 같은 장똘뱅이 수준에 이르면, 경영이나 거래란 정말 천박하고 구린내가 나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심리학이란 하나의 사기거나 네다바이로 전락해버리며, 치졸한 처세술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돼버린다.이 책에는 어떻게 설득을 하면 내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그들의 멍청한 주머니를 털어내어 내 호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가 하는 소매치기 기법을 6가지 불변의 법칙이라고 하면서 나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런 치졸한 방법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류의 방식을 부지불식간에 혹은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짜피 경쟁적인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의 생존기제가 작동하기 마련이다.그러나 이 책은 사람들의 독특한 생존기제를 체계화하고 그것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성공을 한 작품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이 책이 인간의 극단적인 이기심을 극복하고 상호 Win-Win의 대안을 마련하리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책에서 기업윤리적인 측면에서 설득의 기법이나 철학이 제시되리라는 기대도 가질 수 없다고 보여진다.마지막으로 결코 이 책이 심리학으로 호도되어져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설득의 기법>이나 <설득의 처세술>로 불리어져야 마땅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상호성의 법칙 : 샘플을 받아본 상품은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관성의 법칙 : 자신이 선택한 상품과 서비스가 최고라고 믿고 싶어 한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 :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 더 많이 팔릴 것이다. 
호감의 법칙 : 잘 생긴 피의자가 무죄판결 받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권위의 법칙 : 상 받은 상품, 큰 체구, 높은 직책, 우아한 옷차림에 약하다. 
희귀성의 법칙 : 한정판매, 백화점 세일 마지막 날에 사람이 몰린다.

이와 같은 6가지 법칙은 사람들이 사회성을 갖추기 위한 의사결정의 방식의 맹점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증스러운 것이다.

6.

이상의 글에 “기교는 절망을 낳고, 절망은 기교를 낳는다.”는 문구가 있다. 대학 1학년 시절, 나는 이 글을 보고 게으른 자가 도달할 마지막에 각혈처럼 이 글을 썼을 것이란 처절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이 구역질나는 순환과정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은 기교에서 벗어나 순일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 밖에 없는데, 그 방법이 찾아지지 않았다. 그때 나에게 세상은 아주 뻔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사람들은 아주 뻔한 생각에 빠져있다고 생각되었다. 단지 몇 가지만 희생을 하면, 모든 것이 내가 뜻한대로 움직일 것이란 믿음이 있었고, 늘 내가 의도한대로 되었다.친구들은 나를 보면, 아무 고민도 없을 뿐 아니라, 여자들이 졸졸 따라다니고, 세상에서 제일 한가하면서도 모든 일들이 그럴듯하게 풀려나간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내가 예언을 하기도 할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 속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그 시절 나의 머리 속에는 온갖 술수들이 가득차 있었고, 어떤 일이 발생하면 머리 속에서 고도의 함수가 계산되면서 각종 수들이 머리 속에 그려지곤 했다. 어떤 한마디를 하면,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가 예측되었고, 그 결과치를 그려나가는 와중에 발생하는 돌발변수와 그 돌발변수를 교락시켜 무화하는 변수가 무엇인가 등에 대해서도 늘 계산에 반영되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은 헐떡거리며 몸으로 때워야 할 것들을 나는 늘 한두마디로 중간중간 걸쳐놓으면서 탄도미사일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가만 점검하면 모든 일이 내 그물에 들어오는 고기였던 것이다.늘 이러한 유희는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포기하게 만든다. 결국 세상과 사람에 대한 뜨거운 유대를 갖지 못하여 내면은 공허하고 영혼은 텅비게 될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머리는 자갈소리를 내며 굴러가는데, 나는 머리야 그만 굴러라! 라고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러나 나는 늘 머리가 만들어낸 술수에 복종을 하고 그것을 실행하곤 했다. 우정이나 사랑과 같은 것을 가슴 속에서 더 이상 뽑아낼 수가 없었고, 내가 늘 희생했던 단지 몇가지란 늘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나는 기교와 술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몇 년간 노력을 했고 우연한 기회에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때때로 술수들이 내 머리 속에서 나를 유혹하곤 했지만, 그것보다 더 가치있는 것들에 매혹되었기에 술수에 점거되지 않을 수 있었다. 반면 내가 더 가치있는 것들을 추구하기 시작했을 때, 나에게 더 이상 친구도, 애인도 없었다. 이미 나의 가슴 속에 아무 것도 없고 단지 커다랗고 허무한 이기심 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도 투명하게 알았고, 그들은 떠나갔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설득의 심리학>은 음산하며, 인간을 값싸고 못되게 만드는 그런 것이다. 그리고 천박한 자본주의가 요구한 하나의 추잡한 처세술일 뿐이다.

참고> 설득의 심리학

1 thought on “설득의 심리학을 읽던 중

  1. 목련
    우리 여인님처럼 명석하신 두뇌를 가지신분은
    로터스 뇌파 1호기 필요의 존재가치가 필요없을것 같다는.ㅎㅎ
    음..확실히 우리 여인님은 보면볼수록 신의 경지에 이른듯한 도사님의 분위기 납니다.
    아! 이가을 저는 맨날 찔질거리고 하니…로터스 뇌파 1호기..
    제게 필요한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로터스 뇌파 1호기 ..와~ 넘 좋은정보 에요.
    └ 여인
    뇌파학습기에는 섬광에 의하여 간질이 유발될 수도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러니 엠씨 스퀘어 같은 것도 위험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이죠. 호세 실바의 마인드 컨트롤 같은 기구를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 마음 조절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로터스 뇌파 1호기에 대한 보도가 있은 지 이미 십년이 넘었는 데, 그 후 추가 보도 등이 없는 것을 보면, 그 프로젝트가 보도된 것처럼 대단하지 않거나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영화 론머맨은 이런 뇌파학습기의 부작용을 여실하게 보여준 영화입니다.

    * 론머맨의 줄거리
    20세기말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기술이 널리 이용된다. 컴퓨터 속의 사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이 기술은 새로운 마인드콘트롤(Mind Control)이 악용될 우려도 있다.
    천재 과학자 래리 엔젤로(Doctor Lawrence Angelo: 피어스 브로스난 분)는 미국 정부 비밀 기관의 재정지원을 받아 가상현실기술을 연구한다. 그가 책임진 제5프로젝트 프로그램은 동물의 공격 본능을 자극하는 약물과 가상 현실을 이용하여 새로운 전쟁 무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지만, 앤젤로 박사가 원한 것은 본래 그런 연구가 아니다. 그의 본래 의도는 가상 현실을 인간에게 이로운 기술로 완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험 대상 침팬지가 공격 본능이 발등하여 우리를 뛰쳐나와 사살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엔젤로는 기관에서의 연구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가상 현실 기술을 완성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채 그는 죠브(Jobe Smith: 제프 파이 분)라는 정신지체 청년을 실험 도구로 사용할 생각을 한다. 실험은 가상 현실을 이용하여 그의 지능을 향상시키자 좋은 뜻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실험 대상이 된 잔디깍이(Lawnmower Man) 청년은 놀라운 속도로 지능이 발달하면서 이상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연구에 한계를 느낀 엔젤로는 죠브를 기관 연구소로 데려간다. 죠브의 놀라원 지적능력을 목격한 가관 사람들은 엔젤로 몰래 연구 프로그램 내용을 변경하여 공격성 증대가 동반되게 한다. 지능이 극도로 발달하고 공격성까지 극대화된 죠브는 평소 그를 무시했거나 못살게 군 사람들에게 복수한 뒤, 스스로 지력향상 약물을 과다투약하여 무시무시한 악의 화신으로 둔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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