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류에 대한 생각

二流

어느 날 돌연히 이류라는 것을 알았다. 일류가 아닌 이류라는 것을 알았을 때, 느낌은 삼류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였다. 삼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길은 없다. 삼류이더라도 일류가 아니라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이류란 특별나지 않고 보편타당하거나, 최소한 일류라는 위치에서 간당간당 피곤한 것보다 훨씬 나은 일 아니겠는가?

里流

이류라는 편안함을 누리던 어느 날, 심심파적으로 출전을 찾아보니 탁족만리류란 글귀가 보인다. 서진(西晉)시대의 좌사(佐思)가 ‘천애의 벼랑 위에서 옷의 먼지를 털고, 만리를 흐르는 강물에 발을 씻는다(振衣千?岡 濯足萬里流)라고 씨부렸다고 나온다. 이와 같은 탈속의 기절은 갖추지 못한 즉, 간혹 십리라도 흐르는 조그만 개울가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개울에 담그는 탁족(버선을 벗고 개울에 발을 담그는 옛 선비들의 피서법)이나 즐겼으면 한다.

爾流

나는 당신과 같은 사람(爾流)으로, 그러니까 태허(太虛)에서 태을(太乙)로 있다가 문득 공공(空空) 가에서 노닐다가 음양을 만나 천년을 살아볼까 부생(浮生)을 타고 나왔다. 그러나 세상에 그렇지 않은 자 하나도 없으니, 천지간에 만나는 사람이나 축생이나 땅에 부박하고 있는 것이나, 애처롭지 않고 나와 동류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당신은 나와 같은 자요, 연기(緣起)는 같되, 그 이숙(異熟)함이 다를 뿐이니 세상에 이류(爾流)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우주 삼라만상이 한 뿌리(天地同根)에서 나왔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俚流

공자가 말씀하시는 쪼잔한 놈(小人)이 나이다. 한마디로 속물(俚流)이다. 이 놈의 진흙구덩이(穢土)에서 살려면, 공맹(孔孟: 철학))에 의지하고 도불(道佛: 종교)에 연연하기보다, 주판알을 튀기는 것이 낫고, 속 알맹이는 없어도 폼생폼사로 살아가는 것이 좋다. 처절하게 살아가지 못하면서도 <아, 저 속물들!>이라며 비아냥거리는 내 꼬락서니가 더욱 가관인 것이다. 군자란 뭐 말라비틀어진 것이란 말인가? ‘내가 살고 난 후에 남을 죽이던지 살리던지’(我生然後 殺他)라고, 떼돈이라도 벌고 나서야 대인이고 군자지, 지 앞가림도 못하는 놈은 속물근성에 충실해야 하는 법 아닌가? 아아 부생의 어려움이여…

異流

아무리 화광동진(和光同塵)의 경지를 얻어 세상에 살아간 흔적을 보이지 않으려고 얼굴의 낯빛을 죽이고(和其光), 시정잡배들과 어울려도(同其塵), 세상에 발자국은 남을 수 밖에 없고, 쪼잔한 놈이기 때문에 어울리되 자신을 지킨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 군자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지라도, 못생긴 것도 개성이라고 내가 당신과 같을지라도 또 다른 것(異流)이다.

This Post Has 2 Comments

  1. 잘읽었습니다. 언제나..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군요.
    저는 여인님에 대해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2. 旅인

    목련
    여인님..휴일 즐거우셨는지요??
    아고..넘 어렵지만..여인님의 글,열심히 잘읽었습니다…감히..누가 뎃글을 쓸수가..ㅎㅎ
    爾流 : 이곳에 글들이 개인적으로 넘좋으네요.
    제자신 공부가 많이 되는것 같습니다..소리도 없이 밤이 깊어감니다.저두 이제 꿈꾸러갈까 합니다.
    고운 한주 열어가시길요..~~
    └ 여인
    요즘 휴일은 아이들 학원에 배달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는 티스토리가지고 좀 싸웠고요.
    좀 어렵게 썼습니다. 마이가리나마 도사이기 때문에…
    태허나 태을이나 공공이나 다 같은 뜻입니다. 나뉘어지지 아니한 상태이지요.
    저는 화광동진을 참 좋아합니다. 사람이 옆에 있어도 보이지 않고 그 누구도 그가 잘났는지 못났는 지 알 수 없는 상태를 말입니다.

    애린
    전 늘 1등이 아니면 2등이나 꼴찌나 거기서 거기, 똑같은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제가 일류 지향의 인간이어서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구요, 어차피 이류(爾流)인 사람끼리 서로 평가하고 재단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피곤해서였죠.
    그런데 어쩌면, 수시로 엄습하는 ‘난 꼴찌’ 란 자각이 서글퍼서 이류에라도 어거지로 편승하려고 그랬는지도… ;;
    └ 여인
    애린님이 그런 말씀하시면 세상사람들 다 뒤집어집니다. 아마 꼴찌란 석차나 등위의 개념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에 그다지 맘을 두지 않아 무관심하기에 사람들과 떨어져 있다는 자각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그런 것이 애린님의 고유의 분위기와 향기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goho
    아`俚流를 說하신 여인님의 예리한 글이 사뭇 이 고호넘의 가슴을 마구 후벼 놓습니다.
    정녕,속물근성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는…ㅋ`
    아` 부생의 苦로움이여…^^
    조금 난해하긴 해도 우리 여인님의 글에 매료되어 이따금 흔적도 없이 훔쳐보곤 갑니다.
    건필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여인
    고호님, 예리하다기 보다 오히려 그렇게 살고 있는 제 이야기이기 때문에…
    건강하시죠?
    └ goho
    넵` 요즘 바쁘신가 봅니다…
    올때마다 여인님의 새로운 글을 기대하다보니…ㅋ`
    그래도 코멘트를 달아 주시니 만족합니다.^^
    └ 여인
    예 요즘 바빠서 글한번 쓰기가 힘듭니다. 이번 추석 때에는 좀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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