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끝난 뒤

출근을 하니 직원들의 입에서 축구의 축자도 안나온다.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갑작스런 무관심 또한 생경하다.

월드컵은 그것 이외에도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열광과 광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국전이 치루어지던 그 날들에 벌어졌던 해프닝들, 차 위에 젊은 남녀가 올라가 서로 껴안고 요상한 짓거리를 하던가, 아니면 스위스에 패한 날 엉덩이부분을 잘라낸 바지를 입고 앞가슴에 보디페인팅을 하고 압구정동을 활보했던 그 아가씨가 보여준 것과, 이 기간 중 콘돔의 매출이 급증했고 그것도 구매를 기피했던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구매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해프닝은 미친 년놈들의 단순한 지랄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성 모럴이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시대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모럴의 변화를 대표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움보다 섹시라는 성적 언어로 절대가치를 구가하는 이 시대는, 은밀했던 성이 월드컵을 계기로 광장과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상대편의 얼굴을 보기 이전에 가슴과 엉덩이를 쳐다보는 시대인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러한 모럴의 변화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