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시절 -09

놈의 샌드위치를 한조각 먹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쇼킹한 일인지?!

놈의 샌드위치를 먹는 것을 목격하지 못한 몇 놈은, 사실 확인 차 나에게 와서 그것이 사실이냐고 묻기까지 했다.

한 놈은 놈과 친해지기 위하여 장난삼아 놈의 샌드위치를 건드렸다가, 병원으로 후송될 뻔 했다며 나보고 어떻게 구워삶으면 샌드위치를 얻어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

샌드위치 한 조각 때문에 고독을 택한 놈이었다. 미친 놈!

못 먹을 것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이 완전히 미쳐 독약을 샌드위치에? 그래서 자리로 돌아온 놈에게 물었다,

“너 샌드위치를 왜 줬냐?”

반응은 의외였다. “니가 마음에 든다.” 하고 말하더니 갑자기 일어나 교실을 한 바탕 돌아보더니 “누구든 앞으로 여인이 건드리면 나한테 죽는다. 알아서들 겨!”하고 소리쳤다.

애들은 어안이 벙벙했으리라. 쌈질 좀 한다는 놈들은 야코가 죽을 수 없어, 저 씨뱅이가 어쩌고 저쩌고 했고, 몇 놈은 놈이 미쳤다고 대가리 위로 손가락을 돌려대거나 했다.

웬수였던 놈이 나의 보디가드가 되겠다고 자청한 셈이다.

놈은 그 전날(샌드위치를 내게 준 그 전날), “그년한테 전화를 받았고, 만났다”고 했다. 자신과 헤어진 것에 대해서 가슴 아파했고, 편지를 받고서 자신을 놈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그녀가 말했고, 그래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그 여자의 정신 수준에 의심이 갔지만, 아무튼 내 편지가 감동적이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한편으로는 놈이 다시 편지를 써달라고 할까 봐 걱정은 되었지만….

놈은 정말로 말이 없었지만, 간혹 자신의 속 마음을 내비치곤 했다. 내가 없었더라면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자신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나 때문에 알았고, 자신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놈은 화가가 되겠다고 했다.

또 그년이 자신을 죽도록 사랑하도록 만들고, 차 버림으로써 복수를 하겠다고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살 맛이 난다고 했다.

우정의 방식은 우스웠지만 나이는 두살차이, 유달리 작거나 크거나, 우등생과 꼴통, 이런 것이 뒤범벅이 된 채, 우리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샤 론 09.05.15. 18:14
    뒷빽이 단단해 진 거로군요..ㅎㅎㅎ ..필요하지요..좋은 가방이란..
    ┗ 旅인 09.05.15. 20:09
    하나님을 뒷배로 하는 분도 계신데…
    ┗ 샤 론 09.05.16. 07:58
    맞는 말씀입니다..^^그 분 덕에 이렇게 여인님도 만나서 이런 얘기도 하고..ㅎㅎㅎ
    ┗ 旅인 09.05.16. 21:52
    아~ 저의 이 불경을 용서합소서!
    ┗ 샤 론 09.05.16. 22:16
    저는 더 무지 한 것을요..더욱 불경하구요..더욱 ~

    이슬 09.05.15. 19:09
    밥 보다 더욱 값진 샌드위치 드셨네요 여인님~~ “누구든 앞으로 여인이 건드리면 나한테 죽는다. 알아서들 겨!”ㅎㅎ
    ┗ 旅인 09.05.15. 20:10
    그 말을 들을 때 저는 푸근했습니다. 저도 함께 눈좀 부라렸습니다.
    ┗ 이슬 09.05.15. 23:58
    ㅎㅎㅎ

    라비에벨 09.05.18. 17:11
    싸부가 되셨군요…여인님 같은 친구가 있었어야 했는데…꼴통들만 있었으니ㅠㅠ
    ┗ 旅인 09.05.18. 20:56
    이 놈한테는 싸부가 아닙니다.^^

    유리알 유희 09.05.19. 22:24
    아하!편지의 힘이었군요. 그 여인은 여인님의 편지글에 감동 먹어서. 흐흐흐….
    ┗ 旅인 09.05.20. 10:46
    제 편지의 주제는 애매모호입니다. 그리고 본질은 내용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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