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할 블로그

새벽 네시부터 깨어나 뒤척이다가 더 이상 잠을 못잘 것 같아 이웃 블로그의 글을 읽다가 거기에 올려진 글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어서 이글루스로 가서 이웃 블로그를 찾으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틀전에 찾은 Protopage 안의 Quick Search에 네이버의 Search를 달려고 했으나 나의 실력으로는 힘들어 한글구글의 Search를 만들고 나의 아이디인 yeeryu를 쳐 넣어보니 구글에 세 개가 떠오른다.

두 개는 나의 블로그에 연결되어 있고 한 개는 이글루스에 있는 어느 블로그에 연결되어 있다. 그 포스트에 가 보니 멋진 스킨을 가진 참고 블로그로 올라가 있다.

아마 블로그 배경의 여자 나신 때문에 그는 멋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작은 아버지께서 몇해 전에 본가에 오셨다가 나를 한동안 본 후, 불현듯 아버지께 말씀하셨다.

“형님, 얘 어렸을 때 좀 이상했어요. 글도 읽지 못하는 녀석이 마루에서 책을 펼쳐놓고 보던데… 한 삼사십분 꼼짝도 않고 침까지 질질 흘려가면서 보더라고요. 다른 아이 같으면 지겨워서라도 책장이라도 넘길텐데, 잘 보니까 줄곧 같은 페이지만 보고 있더라고요. 너 뭐하니? 하고 물어도 한번 씩 웃고 는 계속 들여다 보더라니까요.”

나는 작은 아버지가 그 말씀을 하신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세권짜리 세계문화사대백과사전이 있었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거운 그 책을 꺼내 낑낑거리며 마루로 들고가 햇빛 아래에서 사전 속의 사진 보기를 즐겨했다. 그 책을 어머니가 처분했던 증학교 때까지 그 사전에 쓰여진 글을 읽은 기억은 없다. 단지 그 책 속에 삽입된 삽화와 사진 만을 보았을 것이다.

그 사전 속에서 나를 끊임없이 매료시켰던 사진은 단 두 점, 그리스의 조각인 토르소였다.

가난이 생활이었던 당시, 동네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치는 것을 기집애들이나 할 짓이라고 생각했고 나 또한 챙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가기 싫다던 나를 동네 어귀에 있는 미술학원에 보냈다. 지랄맞은 성격을 순화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명분에 따라 하는 수없이 누나가 뎃생을 하는 옆자리에 앉아 도화지에 붓질을 하고 수채화의 화려한 색깔들이 축축한 습기를 따라 흘러 저희들끼리 몸을 섞고 불순하고도 칙칙한 색깔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보았다.

돈 주고 이따위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누나나 사람들이 그리는 뎃생에 매료되어 갔다. 백색의 도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코올로 그어진 희미한 선들로 채워지고 다시 면들은 그림자라고 할 것들로 구분지어지면서 도화지에서 저절로 빛이 떠올라 평면의 도화지가 입체상의 석고상으로 치환되어 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것이었다.

“선생님, 저도 조금 있으면 뎃생하게 해주는 거예요?” 나는 학원 선생에게 그렇게 물었다.
“물론! 수채화를 더 열심히, 잘 그리면 뎃생도 할 수 있게 해 줄게.”

열심히 수채화를 그렸지만, 결국 뎃생에 손을 대지는 못했다. 나의 성격이 차분해졌거나 아니면 어머니도 여느 사람들처럼 사내자식이 그림이나 그린다는 것을 챙피하게 생각했는 지도 모른다. 나는 더 다니겠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나에게 미술학원을 그만 다녀도 된다고 했다.

무료한 어느 날, 나는 다시 사전을 꺼내 또 그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종이를 꺼내 그 위에 최초의 뎃생을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사진은 바로 이 토르소이다. 블로그의 배경에 떠오르는 여인의 나신은 이 토르소와 닮아 있으며, 토르소의 없어진 조각들이 메워진듯한 느낌이 든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