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밝힌 하늘

어제 밤 집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는 데, 하늘이 밝다. 낮은 구름들이 삼켰다 토한 도시의 낡은 불빛이 변두리의 골목을 밝힌다. 그 불빛의 그늘은 뭔지 모르게 음울하다. 밤을 잊은 문명의 낮도 밤도 아닌 가면상태의 몽유. 그 속으로 늦게 학원을 마친 아이가 지나가고, 거리를 밝히는 불빛이 가로등인지 구름에서 내려앉는 몽유의 불빛인지 알 수 없는 데… 어디에선가 해소같은 웃음이 골목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This Post Has 4 Comments

  1. 흰돌고래

    나무가 밤에 불빛 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데요.
    밤에도 환해서 피곤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칠흙같이 어둡다는 그 밤을 저도 한번 보고 싶어요.

    1. 旅인

      해남으로 내려가도 칠흙같은 밤을 만나기는 어려운가 보죠? 저처럼 도시에서만 산 사람들은 시골로 내려가 칠흙같은 밤 위에 아로새겨진 별들을 보면, 소름이 돋습니다. 너무 별들이 많아서, 하늘의 깊이를 알 수 없어서 그렇게 소름이 돋나봅니다.

    2. 흰돌고래

      아아.. 대흥사에 들어가면 칠흙같은 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산 속에서 밤을 지내본 일이 없어서 ^^;
      다른 곳에 비하면 맑은 편이긴 한데 칠흙같이 어둡지는 않고요. ㅎㅎ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릴적에 더 시골 외갓집에 갔다가 밤하늘에 엄청나게 빛나던 별을 봤던 기억이 나요.

    3. 旅인

      저는 산사에서 보낸 날이 많은데도 그 밤들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지 풀벌레 소리만 기억날 뿐..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