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인간에게 내면이 없다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죽음조차도 시간이 멈추는 것처럼 정적이 감돌고 그래도 또한 세상은 봄과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에 감싸이며 돌아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람의 이름마냥 의미가 있는 제목이기도 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용하고 아름답다. 아무런 작위가 없는 것 같은 영화, 사람의 웃음이 자꾸 그리운 영화다. 낡은 담벼락과 찌그러져 가는 사진관을 가진 동네, 그리고 그 흔해빠진 플라타너스의 무지막지하게 촌스러운 큰며느리 엉덩짝같은 나뭇잎, 그리고 초등학교 운동장과 3층 짜리 교사. 이러한 엉성함이 이루어낸 영화 속의 동네는 담배냄새에 절은 내의같이 정겹기도 하고, 약간은 지겹기도 하다.

때로 생활의 미시적인 속성에 지겨워 우리는 거시적인 이론과 장황한 논리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의 나의 손에는 소줏잔과 나의 이야기를 듣는 친구, 그리고 짜식 입만 살아가지고 그러는 너나 잘해 임마!하는 놈들의 거친 욕설, 이런 것들이 삶에 달라붙는 것이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여자 친구의 손만 잡아도 인생은 축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순간 순간의 미시적인 것들이 그만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사진사와 주차단속을 하는 여자의 무덤덤한 만남은 무엇이 이 세상을 감싸안고 있으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것인가를 가장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우리의 인생을 뒤덮고 있는 세상인지 명확한 답은 없다.

한석규의 웃음이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참고>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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