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련이라는 곳

정말로 가기 싫은 출장을 다녀왔다. 1박2일의 출장의 무게는 6박7일동안의 출장 가방 무게보다 더하다. 아마 따리엔(대련)이라는 곳은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곳인지도 모른다.

재작년 봄에 이런 글을 쓴 것이 보였다.

홍콩 거리를 천천히 거닐며 남은 시간을 음미하고자 했으나 공항으로 가야할 시간이 됐다. 구룡역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공항특급열차를 타고 홍콩의 뒷면을 돌아, 바다 속에서 아파트와 집들이 솟아오른듯한 동네, 칭이(靑衣)를 지나 란타우섬에 접어들었다. 한 쪽에는 높다란 산과 아열대의 숲이 보이고 해협의 건너편으로는 골든코스트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든 풍광이 소실하려는 지점에 공항이 있는 것이다.
체크 인을 하고 세관을 지나면 나는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계에 서게 될 것이며,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티켓에 쓰여져 있는 곳으로 갈 것이며, 그 후에는 또 어디론가 갈 것이다. 그래서 어디를 다녀왔다고 어느 지점에서 멈춰 서서 쓰는 기행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단지 그 멈출 곳을 알지 못하고 바람에 흩날릴 뿐……

그 날 밤 대련에 도착했고 황량한 밤 길을 달려 호텔에 들어서자 방이 없다고 했다. 나는 타국에서 11시가 지난 밤길을 걸어가 낯선 숙소의 침대에 몸을 던졌고, 다음날 업무를 보고 돌아와 낮잠을 잔 후에 어스름 때 광장으로 나아갔다.

거기에 광장이 있음을 알았다기 보다 골목이 있었고 촌티나는 상점과 술집을 따라가다 노래소리를 들었다. 노래소리가 시작하는 곳에 광장이 있었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있었고 무대 위의 대형 스크린에서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나는 광장의 앞에서 한동안 멈춰섰다. 그리고 노래가 울려퍼지는 광장의 무수한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어갔다. 밤이 폭포처럼 내게로 쏟아졌다. 외로웠다. 그것은 웅장했고 광활한 것이었다.

2004년 4월 8일에서 4월 11일 중 어느 시점을 향하여…

2004년 그때, 대련 보세구의 호텔 근처는 거치른 맨 땅 위에 삶으로 다져지지 않은 건물과 도로 만 있어 거리는 시간이 지나도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아 황량한 곳이었고, 고독한 만큼 자유로웠다. 광장을 벗어나 저녁을 먹기 위하여 음식점들을 나는 기웃거려야만 했다. 결국 호텔로 돌아와 일식집으로 향했고 피로감과 고적감을 지우기 위하여 정종을 홀로 마셔야 했다.

그러나 이번 대련 출장은 일본인들에게 둘러싸여 입을 봉한 채 이틀동안 밥을 먹고 강의를 들었으며 가라오케에 까지 가야만 했다. 나는 외롭지 않았다, 처절하게 불편했을 뿐이다. 거기에서 나는 서양사람을 만났고 나는 그와 잠시 이야기를 했다. 아마 영어를 쓰는 그 순간이 제일 편했던 시간이 아니었던가 싶다.

몇일 지난 후, 오늘의 여행을 재평가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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