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류인생

아침에 날이 흐리고 바람 소리가 지나더니 잠시 회사를 다녀온 길에 유치원 봉고차 색 은행잎이 까만 아스팔트 위에 거짓말처럼 내려앉았다. 은행 낙엽은 찬란하다. 낙엽이기보다 자살처럼 선명하다. 겨울로 바뀌는 빨간 신호가 켜지기 전, 노란 신호처럼 은행은 진다. 진다기보다 떨어진다. 가을 바람에 뭉턱뭉턱 잎이 빠진다.

빛이 밝고 바람이 불면 아마 나비떼처럼 떨어져 흩어졌으리라. 그리하여 봄과 여름에 볼품없고 누추했던 은행나무는 가을 며칠을 할 일 없이 찬란하게 보내고 그 주름진 가지로 겨울을 보낼 것이다.

거리에 가득한 은행잎을 보면서 내가 이류라는 것에 웃음 지었다. 그리고 만족했다. 이류가 보는 세상이 더욱 아름답다. 일류도 아니고 삼류도 아닌 이류에서 보는 세상은 딱 눈높이. 이 이류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이류에겐 여유가 있고 세상의 보편은 논리와 합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이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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