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스무권의 책을…

어느 사람이 자신은 하루에 스무권쯤의 책을 읽는다고 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집에 4만권의 책이 있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그가 한 사십년 쯤 책을 읽었다고 치자. 일년에 천권을 읽으면 되고 하루에 세권의 책을 읽으면 4만권의 책을 읽을 수가 있다. 물론 움베르토가 4만권을 다 읽었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가지고 있다는 거지.

어떻게 하루에 스무권을 읽는다는 것인가?

250쪽 곱하기 20권하면 물경 오천페이지. 성경책의 분량을 하루에?

그의 독서법은 명료했고 실현 가능한 이야기였다.

두시간 정도 독서를 한다면 한시간은 스무권의 목차 등을 보아가며 읽지 말아야 할 곳을 추려낸다는 것이다. 그러면 읽어야 할 곳은 불과 한권 분량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 나머지를 읽는다는 것이다.

그런 식의 책 읽기는 싫다. 책이라는 것이 단순히 정보를 담고 있다는 그러한 발상에 근거한 발췌식의 독서라?

그리고 나로서는 책 한권도 소화해 내기가 정말 힘들다. 내가 읽는 책을 쓴 사람들의 지적 수준과 경험의 폭을 비루한 나의 삶의 폭으로 수용하기란 처참할 정도로 힘들다.

가령 김훈 씨의 글과 같은 경우도 읽고 직감적으로는 감탄할 지 몰라도 이해하기까지는 또 시간이 든다. 소설과 수필의 경우도 이렇커늘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읽는다는 그 난해한 책들은 어떻게 소화해 내겠는가?

그래서 나는 읽었던 책을 또 다시 읽곤 한다. 그러면서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반문한다. 거기에는 뾰족한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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