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경제학

요즘 왜 이리 바쁜지 원~

경제학은 몹시 우울한 학문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재화는 유한하다’는 경제학 서적을 채우는 이 유치찬란한 원론적인 이야기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드러내고 있지만, 내가 경제학을 하게 된 이유는 고삼이 되도록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 뿐 아니라, 나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학문이 없었다는 데 있었다. 그러니까 남들이 가라고 해서 그냥 갔을 뿐이다. 그렇다고 국문과나 사학과, 경영학과, 아니면 기타 등등을 갔다면 만족했을까? 아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화적인 것이다. 나의 욕망은 무한을 넘어서 허무맹랑하고 재화는 유한하기보다는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더욱 비극적인 상황 하에서 조금 덜 비극적인 경제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은 깃털없이 나는(飛) 법, 즉 손오공 등과 함께 노는 것, 그런데 손오공은 구름이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나는 만큼 나보다 내공수준에선 한참 떨어지는 셈이다.

최근 며칠동안 레포트 2건, 독후감 1건을 쓰고, 앞으로도 한건의 독후감을 더 써야 하며, 업무 메뉴얼을 작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의 책상 위에 쌓여 있는 것은 책들이며, 이란 핵문제와 관련하여 IAEA결의에 대하여 한국 정부가 찬성을 했다고 이란 상무성에서 신규 수입을 전면 금지할 뜻을 비침에 따라 그동안 이란과 계약된 물건들을 다른 나라로 긴급히 처분해야 한다거나 이란향 콘테이너에 적재된 물건을 끄집어 내서 중국 등지에 팔아야 한다는 일 등이다.

물론 한국 국민으로서 “신사참배는 본래 마음의 문제로 다른 사람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한 고이즈미의 언동에 대하여 약간 흥분도 해야 한다. 놈의 말을 까뒤집어 보면 “내 맘이다. 어쩔래? 왜 참견하고 지랄들이냐?”라고 맛짱 뜨자는 심산이 아닌가? 아무튼 저런 놈이 수상인 일본은 갈만큼 간 셈이라고 치자. 그게 속 편하다. 미친개는 몽둥이로 패죽이던 지놈이 지랄하고 뒈지던 마찬가지다.

이러한 국내외적인 높은 파고 속에서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어제 핀랜드 출신으로 두바이에 거주하면서 우리 제품을 이란에 파는 친구를 교보문고 옆에서 만나 식사를 하기로 했다. 회교 라마단 기간으로 놈은 비지니스가 시들한 만큼 한국에 출장을 온 것이다. 만날 때까지 시간이 남아 잠시 들렀던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샀다. 그리고 매운 것을 잘 먹는다는 놈에게 무교동 낙지를 사 먹였다. 밤새도록 뱃속이 얼얼하여 나는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출근하였고, “어제 괜찮았느냐?”고 문후를 여쭌 결과, “까딱없다 어제 맛있게 잘 먹었다” 는 결과를 접수했다. 그러니까 한국사람들이 매운 것 잘먹는다는 것도 통념에 불과할 뿐,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 전화를 끊은 후, 그만 설사인지 방귀인지? 이란정부의 신규 수입동결 소식을 접했다. 이런 공교로움이라니!

Freak란 기형, 변종, 일탈, 진기한 볼거리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괴짜경제학이라는 말보다 멋있게 표현한다면 <변형경제학> 쯤 될 것이고, 탈구된 경제학도 그저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무엇보다도 진기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이제 책의 1/3은 읽었으니 퇴근시간 지하철에서 1/3을 읽고 나머지는 저녁식사 후면 다 끝날 것이다.

이 책을 저널리스트인 더브너와 함께 집필한 레빗은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하였고 동 대학원 최우수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또 MIT박사학위 취득, 현재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키면서 2003년에는 예비노벨상이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고, 같은 해 포츈지로부터 40대 미만의 혁신가로 선정된 친구다. 그런데 그가 말하길 “사실 난 경제학 분야를 잘 모릅니다. 수학을 잘하지도 못하고 경제지표 계산에도 재능이 없지요. 그리고 이론을 어떻게 세우는지도 모릅니다. 만약에 당신이 내게 주가가 올라갈 것인지 내려갈 것인지 묻는다면, 아니면 경기가 호황일지, 디풀레이션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세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묻는다면…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그런 것들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대답한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거죠.” 라고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학교에 다니면서 전공에 매달리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친구가 모르겠다는 경제학에 대하여 내가 아무리 공부하고 드리 판들 내가 알 것이 뭣이란 말인가?

레빗은 경제학은 해답을 얻는데 유용한 도구들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흥미로운 질문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한 학문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나는 늘 수요와 공급곡선 사이에 놓인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을 조건이 이렇게 변했을 때, 저렇게 변했을 때 하고 따져나가는 고리타분한 경제원론과 미거시경제학 교과서 사이에는 그래프와 사각형 ABCD와 최적 이런 것보다, 차라리 젊은 여인의 누드의 곡선이 채워져 있는 것이 인간의 욕망에 대한 본원적인 상상력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니까 경제학 강의실의 창 가에서 보고 싶은 애인에게 편지질을 할 수 있는 자만이 한계효용이 언제 어떻게 극대화되는 지를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책의 <들어가며>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가짜다. 왜 우리가 아는 세상은 현실 세상과 다를까. 범죄학자는 범죄율이 줄어든 것을 설명해내지 못하고 중개업자는 고객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교사의 일부는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돈은 선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오해가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경제적인 잣대가 아닌 도덕적인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파헤치는 것, 그것이 괴짜경제학의 유쾌하고 짜릿한 세계다. 자, 경탄할 준비를 하자 라고 쓰여 있다. 아마 이 책은 사회학 책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경제적인 잣대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다 읽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재미있으며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부정과 비리, 그리고 우리가 늘상 간과하는 것들을 드러내고 이런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이 스물 때에 나는 몽상과 이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지만, 레빗의 괴짜경제학은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 스릴과 서스펜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부정과 비리와 범죄의 온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도 세상이 과거에 비하여 조금씩 나아져 가고 있음을 그의 책의 도표는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직원들에게 거만한 폼을 잡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말세라고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공자가 살던 시대는 윤리고 도덕이란 것이 아예 없었는 지도 몰라. 그래서 공자가 말한 것을 제자들이 받아 적어 논어를 만든 것인지도 몰라. 하나님이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었다는 것은 그전까지만 해도 부모를 함부로 대했으며, 살인을 밥 먹듯 했고, 간음을 즐겼으며, 도둑질은 취미, 이웃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떡 먹듯 했을 뿐 아니라, 늘 이웃의 재물을 탐냈다는 증거가 아닐까? 라고 말했다.

참고> 괴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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