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포네뜨에서 온 쿠키

때론 말로 할 수 없는 것에 불현듯 부딪히게 되고, 그러면서도 우리의 사유가 너무도 빈곤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지점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또 사유가 지나치게 많이 가버렸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 또한 있다.

그 교차점에 바로 맛과 멋이 있다. 멋을 예술이라는 한자어로 써 놓으면, 눈과 귀로 체험하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이것을 위하여 미학이라는 이름 하에 얼마나 많은 사유와 턱없는 단어들을 탕진했는가를 반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밥상을 앞에 논 우리의 철학적 명상은 늘 빈곤하기만 하다.

어제 이웃인 퐁포네뜨의 키로로님으로부터 방문히트이벤트의 선물로 쿠키세트를 받았다. 홍대 앞에 있는 <케익, 초코렛 그리고 카페 퐁포네뜨(Cake, Chocolate & Cafe Pomponnette)>는 서강에 있는 우리 사무실에서 그다지 멀지 않고, 홍대 앞이란 나에겐 고전시대라고 할 수 있는 대학 때 늘 산보를 가곤 했던 곳이기에 한번 산보처럼 한가로운 마음으로 가보고 싶던 곳이기도 했다.

온라인 이벤트이기에 네이버 아이템이 온라인으로 쪽지와 함께 배달될 것으로 생각했던 나에게 오프라인으로 산넘고 물건너 쿠키세트가 온 것이다.

택배의 포장을 뜯으면서 화려한 색깔의 코팅된 골판지로 만든 쿠키세트의 상자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마분지로 된 상자였다, 회갈색의 거친 느낌의 두꺼운 마분지.

얼마나 오래된 느낌인지!

그것은 오랫동안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밟고 지내온 사람이 땡볕에 바짝 마른 신작로에 떨어지는 미루나무 그림자를 밟고 섰을 때 매미소리가 울리고 불현듯 향수에 젖어드는 어느 오후와 같은 느낌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지만, 나의 입맛은 맛에 대하여 뭐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은 못 된다. 그러니 입에 발린 맛에 대한 찬사는 포기하자.

아내가 오래 간만에 “쿠키 맛이 뭔가 다르네. 맛있다.”라고 한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쿠키를 먹으면서 나는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 처음 쿠키를 배어먹을 때 쿠키에는 별다른 맛이 없이 무덤덤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입안에 서서히 향기가 부풀어 오르고 여러가지 맛들이 뒤섞이곤 한다.

이것은 상업적으로 양산되는 일반쿠키의 표면에 들뜬 감미적인 것들이 침윤되거나 여과되어 시간을 갖고 뜸을 들이며 맛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것을 충분히 설명하려면, 바슐라르적인 몽상에서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나, 그러자면 재미없는 바슐라르를 다시 읽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 맛은 곡물의 정기를 빻고 갈아서 촉촉하게 수분을 가한 후 오래된 화덕에 넣고 열기로 서서히 달구면, 모든 맛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부풀고 딱딱해지거나 푸석해지면서 유당과 초코렡, 그리고 갖은 감미로운 것들이 함께 뒤섞여 각각의 맛은 튀지 않고 조화가 이루어져 소박한 형태로 가라앉는 그런 맛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손자들을 위하여 불란서의 낡은 오두막에서 할머니가 구워주는 과자의 맛이 이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장고와 장고 끝에 디카를 사기 위하여 인터넷 쇼핑몰에 지난 주 토요일에 주문을 냈는 데 아직까지도(여태까지도) 디카는 오질 않고 주문이력에는 <상품준비 중>이라는 황당한 시그널만 올라오고 있다.

폰카로 찍은 이 사진은 내 능력 상 아무리 해도 포장에 담긴 정성을 제 모습 그대로 나타내 보일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받은 것은 바로 위의 사진(포스트를 옮기면서 사진 사라짐)과 같은 쿠키세트이다.

얼마나 예쁘게 정돈이 되어있는 지를 보려고 한다면 한번 퐁포네뜨의 홈페이지(http://www.pomponnette.co.kr)를 방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래의 글은 오마이 뉴스에 나온 글인데, 퐁포네뜨의 칩 마스터인 키로로님의 전력과 어딘가 유사한 점이 있어서 올려본다.


알록달록한 케이크와 타르트, 과일무스를 만들어내는 파티쉐라는 직업이 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젊은층의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베이커리 아루의 김원선 대표도 김삼순과 같은 파티쉐이다.

이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30대의 싱글이며, 케이크에 매료돼 유학을 다녀왔고, 파티쉐라는 직업으로 평범했던 삶이 특별해졌다는 것이다. 방앗간 집 셋째딸에 일수 사알짝 놓으시는 어머니 밑에서 우당탕당 좌충우돌 살아가는 김삼순과 다르게 김원선 대표는 전폭적으로 그를 밀어준 부모님과 독창적인 감각으로 5년만에 백화점 및 로드숍에 8개 매장을 오픈한 CEO이며 성공한 여성이다.

“원래 대학 때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어요. 쥬얼리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어 일본에 갔는데 작고 허름한 한 케이크 숍에서 맛본 조각케이크의 맛에 반해 본격적으로 파티쉐로 입문하게 된 것이죠”

결국 그는 양과자로 유명한 동경제과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고 맨 앞자리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열정을 다해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신라호텔 베이커리부에서 7개월 가량 일하며 감각을 다진 후, 2000년도 명동이란 가장 활발한 공간에 아루라는 이름으로 그의 응축된 꿈을 펼쳤다.

오마이뉴스에서 나온 기사의 일부를 다른 블로그에서 또 사알짝 파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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