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秋水

秋水

추수란 莊子 外篇의 篇名이다. 사전적으로는 가을물 혹은 가을의 강이나 호수의 맑은 물을 뜻하며, (여자나 아이의) 맑은 눈매를 비유하기도 함.

장자에 그 표현이 뚜렷이 드러난 곳은 없으나, 가을물이란 겨울에 들어서기 전, 비도 내리지도 않았는데 개울이나 강물이 불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 물의 흐름은 잔잔하지만 고이는 것도 아니어서 淸澄할 수 밖에 없다.

영하의 겨우살이 동안 자신의 속에 물을 간직하고 있으면, 얼고, 터지게 된다. 산과 나무, 돌 따위의 無情의 것들도 저절로 그를 알아서 가을이 끝날 즈음에 속에 품고 있던 물을 토해낸다. 이렇게 개울과 강물이 부는 연유로, 秋水라고 한다.

지구가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가이아 가설을 추수라는 용어는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78년 여름, 산이 떠내갈 듯한 폭우 속에서 담배를 사러 쌍계사의 일주문으로 내려가는 솔밭을 지나고 있었다. 절을 둘러싸고 있던 양쪽 계곡물이 불어, 솔밭과 길을 불어난 물이 뒤덮고 있었다. 혹시 불어난 물길에 떠내려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중, 갑자기 솔밭 한쪽에서 물총을 쏘는 것처럼 물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더니 이곳 저곳에서 물이 찌익 찌익 뿜어져 나왔다.

소나무 뿌리들이 헐떡이며 감당할 수 없이 몰려드는 개울물을 뿜어내며 숨을 쉬는 것이었다.

낮인데도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그 광경을 보며, 숙연한 두려움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