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아아 이방인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라는 것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야 말로 가장 절박한 문제인 것이다.

[시지프스 신화 중에서…]

아닐 지도 몰라. 현실적으로 놓여진 것에 침을 흘리지, 인생의 의미는 무슨? 인생의 의미를 생각할 때는 이미 늦어버렸거나, 그 놈의 현실이 우리 등에 이미 칼을 꽂아버렸는지도 몰라.

여태까지의 나의 삶은, 아니 이후로도, 늘 시간과 마주하고 있어. 시간은 음침하고 무의미함을 예고하고 있을 뿐이었지. 놈은 심심한 듯, 간혹 사랑과 기쁨을 한쪼각 잘라 나에게 던져주곤 했어. 나는 그것을 야금야금 음미하며, 놈을 쳐다보곤 했지. 그러면 놈은 야비한 웃음을 짖곤 했어. 놈은 자신이 던져준 그 하찮은 것들이 소진되고 나면, 삶이 더 재미없어지고 지루해진다는 것을 내가 깨닫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목을 매기를…

그래서 나는 결심을 했지, 시간을 살해해버리기로…

……

까뮈는 <나는>이라고 대부분의 소설을 쓴다. <그는>이라는 단어는 몹시 어렵고 생경한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자신이 말했듯, 그는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한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의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방인, 전락, 적지와 왕국 등 모든 소설의 내용이 파편처럼 부분 부분 만 기억날 뿐 나머지는 망각의 어둠 속에 침몰되어 버렸다. 그것은 그의 이야기 속에 줄거리가 없고 사건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어떤 흥미를 끌만한 매력이 없다는 특이성 속에서 그의 이야기는 항상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의 <나는> 늘 허름한 거리를 거닐거나, 선술집의 그늘 아래서 저기 있잖아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하면서 씨부린다.

왜? 그의 이야기는 그렇게 절실하게 다가오고 지워져 버리는 것일까?

그것은 상황에 던져진(企投) 별 볼 일 없는 그와 나의 독백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선술집에서 만난 어떤 볼품없는 작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서글픈 인생에 짱~하고 술잔을 부딪힌 후, 다음 날에는 숙취에 풀린 눈으로 황급히 넥타이를 매고 삶의 현장으로 달려나가야 하는 나날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20050303 18:19

뫼르소의 허무한 삶 속에서 맞이한 뚜렷한 삶의 의미를 향한 소야곡(2005/07/14 12:56)이라고 쓰여있음.

異邦人 중에서

아닙니다, 나의 아들이여” 그는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이 어두워서 그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당신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리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몰라도 내 마음속에서 그 무엇이 터지고 말았다. 나는 있는 목청을 다해 외치며,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기도는 그만두라고 말한 다음 사라지지 않으면 불살라 죽여 버리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신부복의 깃을 움켜잡았다. 기쁨과 분노가 섞인 용솟음과 함께 마음속을 송두리째 그에게 쏟아버렸다.

그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 않고 뭐냐? 그러나 너의 신념이란 건 모두 여자의 머리카락만한 가치도 없다. 너는 죽은 사람 모양으로 살고 있고,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없지 않느냐? 나는 보기에는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다.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그것은 너보다 더 강하다. 내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의식이 내게는 있다. 그렇다. 내게는 이것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그것이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굳게 붙들고 있다.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언제나 또 옳으리라. 나는 이처럼 살았으니 또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하고 저런 것을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저 순간, 내 정당함이 인정될 저 새벽을 여태까지 기다리며 살아온 셈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 까닭을 알고 있다. 너도 그 까닭을 알고 있다. 내가 살아온 이 허망한 생애에선 미래의 구렁 속으로부터 항상 한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도 오지 않은 해들을 거쳐서 거슬러 올라와 그 바람이 도중에 내가 살고 있던 때, 미래나 다름없이 현실적이라 할 수 없는 그때에 나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모두 아무 차이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는가? 너의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생활, 사람들이 선택하는 숙명, 그런 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말인가? 단지 하나의 숙명이 나 자신을 사로잡고 나와 더불어 너처럼 형제라고 하는 수많은 특권을 가진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냐?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지고 있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 밖에는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또한 장차 사형을 받을 것이다. 살인범으로 고발된 자가 어머니의 장례식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해서 사형을 받는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말인가?

살라마노의 개나 그의 마누라나 그 가치를 따지면 매한가지다. 꼭두각시 같은 그 자그마한 여자도, 마송과 결혼한 그 파리 여자도, 또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하던 마리나 마찬가지로 죄인인 것이다. 셀레스트는 그 성품이 레이몽보다 낫지만, 셀레스트나 마찬가지로 레이몽도 내 친구라고 해서 그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는가? 마리가 오늘 또 다른 한 사람의 뫼르소에게 입술을 내밀고 있다 한들 그것이 어떻다는 말인가? 사형 선고를 받은 녀석, 이놈아! 너는 도대체 아느냐? 미래의 구렁 속으로부터…

이 모든 것을 외치며, 나는 숨이 막혔다. 벌써 신부는 내 손에서 떼어지고 간수들이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그러나 신부는 그들을 진정시키고, 잠시 묵묵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괴어 있었다. 그는 돌아서서 가버렸다. 신부가 나가버린 뒤에 내 마음은 다시 가라앉았다. 나는 기운이 없어 자리 위에 몸을 던졌다. 그러고는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눈을 뜨자 별들이 보였으니 말이다. 들판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내가 있는 곳까지 들려왔다. 밤 냄새, 흙냄새, 소금냄새가 관자놀이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잠든 여름의 그 희한한 평화가 조수처럼 내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때 한밤의 끝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그것은 이제 나에게는 영원히 관계없는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는 것이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만년에 왜 어머니가 ‘약혼자’를 가졌었는지, 왜 생애를다시 꾸며보는 놀이를 했는지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곳 생명들이 꺼져가는 그 양로원 근처에서도 저녁은 서글픈 휴식시간 같았다. 그처럼 죽음 가까이서 어머니는 해방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마음이 생긴 것임에 틀림없었다. 아무도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다. 그리고 나도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내 괴로움을 씻어주고 희망을 안겨 준 것처럼, 나는 이 징후와 별들이 드리운 밤 앞에서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스러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 그처럼 세계가 나와 다름없고 형제 같음을 느끼며 나는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성취되고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하여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을 울리며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뫼르소의 독백, 1940>

This Post Has 2 Comments

  1. 흰돌고래

    아 저도 이 부분을 아주 집중해서 읽었었는데!
    깊숙한 곳으로 가라 앉는 기분이에요..ㅜ

    1. 旅인

      저는 가라앉았다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참았던 숨을 왈칵 몰아쉬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논리적으로 설명을 안되어도 뫼르소가 사형당해도 될 것 같다는, 그래서 “그럼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어도 될 것 같다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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