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이란

현명한 골목에서 잡상인들이 근으로 파는 그림문자를 비닐봉지에 담고 異國의 건널목에서 비를 긋고 있었지. 옆에서는 알 수 없는 언어를 켜 들고 침묵이 담배를 피워댔다. 아무 것도 그에게 묻지 못했는 데, 파란 불이 깜박여도 모든 것이 정지한 이 더러운 도시에 비(雨)만 세례를 퍼붓고 있는거야.

정의란?

넌 벌써 사흘째 먹지 못했고 이 골목에선 애시당초 그딴 것은 팔지도 않았어. 썩은 것들의 포장지에 불과해. 여기는 남루한 동양, 절망의 뒷골목. 크크크…. 정조를 유린당한 곳이지. 누이가 속옷을 빨 때마다 아그그 아구구 신음소리가 비누거품처럼 부풀어오르고 신문지 위에 연필로 조잡하게 갈겨 쓴 歷史 위로 양키가 탄 찝車가 껌을 씹으며 달려가고 있었단 말이야. 젠장.

그러니까 무용지물일 뿐 이야…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이슬 09.05.20. 14:59
    리틀 시카고라 불리던 70년대 동두천 모습이… 시안의 도시에선 정의란 무용지물이군요.. 하기사 우선 살아야죠..
    ┗ 旅인 09.05.21. 14:00
    아주 어렸을 적 제 외할아버지께서 동두천 여상의 교장이셨죠. 그래서 외가에 놀러가도 시내에 한번 데려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일한던 누나에게 맛있는 것 사달라며 졸라 가본 적이 있는데… 제가 본 것은 평범한 읍네였습니다. 그때 거리의 한 구석에서 미친 여자가 하늘을 향해 쑥떡을 올려부치며 뭐라 뭐라 소리 질렀고, 찦차를 탄 머리가 주먹만한 양키병사가 껌을 씹으며 그 여자를 보고 웃었습니다. 그때 여섯살인가 된 저는 마구 마구 부끄러웠는데, 지금도 왜, 무엇이 저를 부끄럽게 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 후로 여태 동두천 시내를 본 적은 없습니다.
    ┗ 이슬 09.05.21. 16:53
    그렇군요…

    다리우스 09.05.20. 16:51
    정의와 무용지물이 길가다 서로 무심하게 엇갈리는 비극스런 장면을 목도합니다.ㅜ
    ┗ 旅인 09.05.21. 14:01
    때때로 우리가 맞이하는 모든 단어와 개념들이 소용없다 다아 소용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 그라시아 09.05.21. 14:05
    그 , 소용없다에 순간에서 여인님은 어떻게 빠져나오시나요?
    ┗ 다리우스 09.05.21. 14:20
    정답: 무념무상~ 아닌가?
    ┗ 旅인 09.05.21. 14:24
    그라시아님 질문에 갑자기 말이 탁 막히네요. 어쩌면 정말 피상적으로 소용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 그라시아 09.05.21. 15:05
    아,긍개는요.. ^^ 소용없는 휘오리가 생기면 고뇌하거나 외로워지잖아요. 3초만에 지나가면 다행인데 어느때는 기진하여 맥이 풀리고 지푸라기 또는 술잔같은 지릿대가 없어도 잘, 참고 견딜 수 있느냐고요? 저는 무념무상으로 마음자리가 없으니 간절하게 물어봅니다.^^
    ┗ 다리우스 09.05.21. 15:14
    헉 피상적? 피상적이란 단어보니까,,, 녹슨 시절 생각납니다.^^
    ┗ 旅인 09.05.21. 15:20
    저의 무용지물과 그라시아님께서 말씀하시는 불현듯 찾아오는 그 느낌하고는 좀 다른 것인 것 같은데요. 저도 소용없는 회오리가 생겨 가슴을 답답하게 하거나 맥이 탁풀리는 그 순간들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술보담 산보를 하면서 하늘을 보거나 수풀을 보며 혼란을 다독입니다.
    ┗ 그라시아 09.05.21. 15:23
    보이는 것은 어떻게 다 이해는 못해도 느낌으로 견디지만,,, 안보이는 것들에 보여달라는 생떼질…(비때문) 하여간,, 그렇다고요… 정말, 소용없는건가요?…ㅋㅋ
    ┗ 旅인 09.05.21. 15:36
    방법이 있다면 한숨도 적어질 것인데… 마음이 지은 것을 마음으로 풀 능력이 없으니 할 수 없이 중생입니다.

    truth 09.06.22. 00:57
    슬픈내조국이여…..ㅜㅜ
    ┗ 旅인 09.06.23. 14:30
    이제 대한민국사를 읽으며 검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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