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계도-3: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변주

一曲 : 雨寶益生滿虛空, 二曲 : 衆生隨器得利益

말씀은 우주에 가득하나니 크고 작은 그릇에 은혜는 넘쳐나도다

이 도시를 감싸고 돌던 수많던 노래 가운데 나의 노래는 없었다. 깃들 곳도 없는 나, 어느 골목에서 별을 보고 누웠으며 새벽이면 이슬이 내 뼈에 박혔다. 삶의 위대했던 指南은 태양도 밤의 어둠도 아니었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당신의 노래라. 작은 내 가슴에 울려 퍼질 뿐. 모든 旅路 가운데 마침내 당신에게로 난 길을 찾았나니 가시와 자갈과 먼지 가득하여도 음율은 별들 속에 울려퍼지고 어느 날 기나긴 꿈에서 깨어나 당신에게 입 맞추리라.

Om

三曲 : 是故行者還本際, 四曲 : 叵息妄想必不得

나그네여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그릇된 생각에서 떠나가야 하리라

4시 30분 열차가 다가오는 驛舍에는 이미 꽃이 지고 弔鐘이 사거리에 울릴 시각은 이십분쯤 남았다. 나는 알고 있었지 그 시각이 오면 우주와 세계는 한낱 꿈이며 사랑과 증오 모두 허무 속에 빠져들 뿐이라는 걸. 태양은 백양목껍질 같은 자갈을 뜨겁게 달구었고 차표는 땀에 절어있었다. 기갈든 멸망이 도시를 배회할 때 시골의 들풀인들 대지의 수분을 취할 것이며, 누가 창문을 열고 산맥과 바다를 맞이할 것인가? 나의 생명의 생명이여! 차표는 찢어졌으며 풀 냄새 가득한 달구지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 단 하나의 길로 들어섰나이다. 죽음이 탄 열차는 정차하지 않은 채 알 수 없는 먼 세상으로 향했고 건널목을 스쳐지나는 망령들은 <불멸은 태어나지 못한 자에게 깃들고 세상은 허무의 우상>이라며 울고 있었다. 소방울 소리 쩔렁이는 광막한 들녘을 다가오던 수도자가 들을 가리키며<무지의 땅>이라 했지만, 지팡이가 닿는 모든 곳에 철 이른 제비꽃과 늦은 감국이 피어났다. 대지는 낮과 밤이 마주치는 소리로 울며 짙은 냄새를 토해냈고 제 육시가 되었더라. 그러나 길은 멀었고 어둠이 다가왔다.

Amogha Viarocana

五曲 : 無緣善巧捉如意, 六曲 : 歸家隨分得資糧

그 손길은 자재로워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적은 그릇에 만족케 하나니

가야 할 길은 천년의 자갈길. 근육은 지푸라기처럼 갈라지고 뼈는 먼지가 되었다. 몇 번의 생이 저 진흙과 그 뿌리에 머물렀던가? 꺾인 관절이 흙이요, 육지이며, 푸른 바다는 옆구리에서 흘러내린 물과 붉은 피라. 축복이 흘러 넘치나 늘 나의 잔이 크고 찬란하기를 욕망한 탓에 넋은 陰府를 배회하며 분노와 저주로 빛을 바라보지 못하고 기왓장을 쪼개어 살갗 속의 옴을 긁었다. 나의 수형번호는 불려지지 않아 잊혀져 버렸으니 당신의 부드러운 입술이 악취와 구더기로 가득한 내 입에 숨을 불어넣으면 黑暗이 걷히고 또 다른 생명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려니. 차서 넘치는 잔에 승냥이와 이끼 또한 축복을 얻겠거니와 나의 살과 영혼은 곱절에 곱절을 더하리라. 나의 누이여! 영혼이여! 돌아가노니 어리석은 배덕자를 용서하라.

Maha-Mudra Mani Padma

七曲 : 以陀羅尼無盡寶, 八曲 : 莊嚴法界寬寶殿

말씀 속의 다함없는 보배로 온 우주와 그 殿을 위대하게 하여

이제 난로가에 앉아 당신의 노래를 듣노라. 영창은 창을 넘어 담쟁이의 잎사귀에 흔들리고 묵은 세월의 적막으로 만든 거문고의 弦은 삼천의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온 소리로 아득하기만 한 데<사랑한다>는 당신의 그 말 한마디에 그 추운 겨울과 메말랐던 사막과 가파랐던 산맥, 노도로 넘실댔던 바다는 사라지고 꽃과 별과 푸른 하늘과 당신의 향기로 가득하니 죽음은 정원 한 가운데에서 죽도다. 천개의 보잘 것 없는 나의 生을 자아 날줄을 만들고 당신의 천개의 생을 뽑아 씨줄을 자아 베틀에 걸어놓았으니 시간으로 풀을 먹이고 천공의 별을 따다 물을 들여 하늘이 하늘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함께 하려 하나니 이 허무한 육신이 허물어져 먼지가 되기까지 껴안아 다오.

Jvara Pravartaya

九曲 : 窮坐實際中道床, 十曲 : 舊來不動名爲佛

생성과 소멸이 사라진 그 곳에 앉았으니 처음부터 부처였어라

우리는 <연꽃 속의 보석>이니 본시 不二로 온갖 삶과 죽음이 침노하지 못하였고 시간도 공간도 말씀도 우리를 어쩌진 못하였어라. 우리가 포옹하고 입맞출 때 온갖 세월과 천공 속에 끝나지 않을 빛으로 가득하고 처음도 끝도 없는 고요가 흘러 넘치니 마음을 하나로 하여 절을 올리고 돌아드나이다.

Hum

<義湘의 卍華에 핀 우주의 진리에 대한 노래 중 마지막 열구비 變奏>

<旅인> 狂譯 및 주절거림

참고 : 화엄일승법계도

This Post Has 3 Comments

  1. 旅인

    지건 08.10.30. 15:23
    비밀 문서를 들여다 보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이류 님은 참 멋있는 분 같아요…^^.. “나의 노래는 없었다.”..”당신에게 입 맞추리라.”…”나의 생명의 생명이여! “…..”어리석은 배덕자를 용서하라”…”당신의 노래를 듣노라”…”껴안아 다오.”.. “우리가 포옹하고 입맞출 때”…..”마음을 하나로”
    ┗ 이류 08.10.31. 10:59
    그러고 보니 연애편지로 써도 괜찮겠네요^^

    truth 08.10.31. 01:36
    부드러운 실크의 감촉입니다.
    ┗ 이류 08.10.31. 10:59
    7곡과 8곡이요?

    유리알 유희 08.11.01. 00:13
    역시 절창입니다. 책으로 엮으시길요. 유희는 반드시 사서 잘 읽고 간직하거나 연애편지를 쓸 시절이 오면 도용하겠슴다. 크크크…
    ┗ 이류 08.11.01. 09:22
    그렇다면 영광입니다 ^.~

    러시아황녀 08.11.06. 18:35
    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 旅인 08.11.06. 21:03
    예, 영광입니다.

  2. 흰돌고래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 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 타야 훔 _()_
    저도 한 소절 한 소절씩 여인님처럼 독자적인 해석을 해보고 싶네요. 🙂
    하지만 한자를 알아듣기 쉽게 풀이한 글을 읽어도 쏙쏙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어서
    시간이 좀 걸릴 듯 합니다. ^^

    여인님 덕분에 주말 아침이 풍요로우면서도 고요합니다. 🙂

    1. 旅인

      한번 나름대로 번역을 해보려고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큰 공부가 될 것입니다. 저도 번역하면서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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