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노동 그리고 화이트 칼라

대체적으로 화이트 칼라란 빌딩이라는 곳에 책상을 내어놓으면 거기에 앉아서 뭔가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무엇을 하는 지 나는 모른다. 그들은 일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일>에 대한 사유는 빈곤하다. 회사에 밥술을 대고 사는 만큼, 일은 나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 일이란 대체로 회장과 사장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강요되어지는 것들이다. 그들이 정의하는 일이란 대체로 직원들이 <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회장이나 사장이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바빠야만 하는 지에 대해서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미국이란 형편없는 나라에서 2차 세계대전에서는 이겼는 데, 월남전에서는 왜 졌느냐를 가지고 분석을 했단다. 결론은 무척 간단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병력의 90%가 전선에 투입되었고 월남전에서는 10%만이 전선에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90%는 병참이나 통신, 공병 기타 등등에 투여되었겠지만, 야포가 터지고 지랄발광을 하는 전선의 지휘관에게 사령부에서는 전황을 왜 보고하지 않느냐고 닥달하는 데 일조를 했을 것이다.

회사의 일이란 개략적으로 따져보면 한 60% 정도는 안하는 것이 회사에 득이 되는 일이며, 한 80%정도는 안해도 회사가 까딱없으며, 한 10% 정도는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계산이라면 30% 정도만 일을 하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회사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합리적이기를 기대하지만, 결론은 그 부질없는 70%의 일이란 것이 무척 중요하게도, 70%의 화이트 칼라에게 밥을 제공하는 것이다.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러시아황녀 08.10.28. 09:13
    재미있는 분석입니다..우리는 너무 과장되고 쫒기며 닥달을 당하며 삽니다..오죽하면 느림의 미학이 등장하겠습니까..나와 남을 살리면서 바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은 없을까요..
    ┗ 이류 08.10.28. 10:19
    여러가지 직업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요리사와 같은 것(그런데 바쁘고 힘들 것 같습니다). 필리핀에 갔을 때, 길거리에서 철판을 자르거나, 목수가 가구를 짜 맞추고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것을 멀건히 보다가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그런 광경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불현듯 느낀 적이 있습니다. 이제 일들은 높은 담벼락에 갇히고 감춰져 버린 것이 되었습니다. 비밀스럽고 은밀한 것이 되고 일은 작업지시서와 작업표준 그리고 생산량이라는 계량화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 버리고, 노동이라는 단어로 고착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길은 예전처럼 사람들이 나와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아이들이 뛰어놀고 하는 것이 아닌 단지 지나가기 위한 것으로 변모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산업사회란 지난 시대가 간직한 가치를 사전에 나온 정의대로 딱딱하고 견고한 것으로 틀지워나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유리알 유희 08.10.28. 21:03
    저는 화이트칼라인 적이 단 한번도 없어라. 허허허. 아이들이 뛰어노는 골목길, 제 유년의 골목길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 이류 08.10.29. 00:21
    그럼 블루칼라?? 유년의 골목길은 세상의 모든 것이 있었죠. 뽑기장사, 엿장사, 뻔데기, 철공소의 기리빠시로 뭔가를 만들곤 했는데, 요즘 애들은 별 재미가 없지요.

    전갈자리 08.10.28. 22:38
    저는 포장마차에서부터 잡역부, 화이트칼라,부동산 중개인등 직업을 10가지 이상 가져보았으니 세상물정은 훤하지요. 그러다가 작가가 되었습니다. 청소부 시절에 시인이 되었지요. 그 때 틈틈히 시집과 노마디즘을 읽은 것으로 기억되네요.
    ┗ 이류 08.10.29. 00:23
    안타깝게도 저는 한 직장에서 스무몇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일 단조로운 나날 밖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시집같은 것은 읽은 지 한참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 한번 작품을 혜람할 기회를 주십시요.

    전갈자리 08.10.29. 03:50
    네, 작품이 나오는대로 레테에 올리겠습니다.
    ┗ 이류 08.10.29. 12:51
    혹시 호모루덴스가 아닌가요. 아니라면 기다리겠습니다.
    ┗ 체인징파트너 08.10.29. 18:08
    어머 전갈자리님이 누구신지요? 무척도 궁금하여라 ㅡ,.ㅡ (호기심녀) 글고, 그렇게 다양한 직업중에 어떤 직업이 가장 맘에 들던가요? 또는….가장 일하기가 쉬운가요?
    ┗ 이류 08.10.30. 18:22
    아시는 것 아니신가요?
    ┗ 전갈자리 08.10.31. 04:02
    직업은 자신의 기질과 맞아야 합니다. 육체노동은 저 같은 경우에는 단순노동이 맞더군요. 아무 생각없이 일념을 가지고 단순한 몇가지 동작만 하면서 노동의 지루함을 잊게 되더군요. 그리고 생각은 사변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뻔한 결론 나오는 생각은 흥미가 없어서 재미가 없더군요. 하여 도공이나 화가 시인 철학자가 나와 어울리는데, 그 중에서 철학이 나와 제일 궁합이 맞더군요. 요즘은 문학에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만 하여튼 학자의 길이 나의 길인가 봅니다.

    자유인 08.10.31. 23:11
    미국 월가에서는 고액 연봉자 순으로 대부분 출근을 한다고 합니다.그것이 좋은 자동차 순서가 되기도 하구요~^^
    ┗ 이류 08.11.01. 07:58
    대신 정액의 급여생활자는 퇴근시간 땡하면 책상을 엎어버리죠. 그리고 월가처럼 자신이 벌어들이는 금액이 명확하게 계량되는 사회에서는 그 금액을 키우기 위하여 모든 것을 투자하게 되죠. 자신의 양심과 인격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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