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라는 형식

어제라는 형식은 때론 여지없이 우울하기도 하다. 사실 우울할 이유가 없는 데, 오랜 친구를 만나 젊은 나날들을 이야기했던 것이 어제를 우울하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친구와 지하철을 탔고 술에 취했는 지 깜빡 잠이 들었다. 누군가 잠 속으로 불쑥 손을 내밀었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친구는 3호선을 갈아타기 위하여 나에게 잘 가라고 한다. 친구가 떠난 후 또 졸았고, 내가 존다는 것을 깨닫고 깨어났을 때, 지하철은 내려야 할 역을 한참 지나왔다.

맞은 편으로 가서 되돌아가는 지하철을 탈 것이냐 아니면 택시를 탈 것인가를 가지고 오분인가를 생각한 후, 나는 건너편으로 가서 지하철을 기다렸다.

벤치에 앉았을 때, 불현듯 창피해지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구겨진 채 지나온 지점으로 가기 위하여 몽롱한 시간을 피로에 겨운 몸뚱이로 지하철을 기다린다는 것이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창피했을까? 하긴 나의 삶은 나에게 떳떳하지 못하였고, 나도 늘 나의 삶에 솔직하지 못했다는 그것? 그리고 텅 빈 승강장을 밝히는 불빛은 살갗을 태울 정도로 밝았고, 늦은 지하철이 뼈마디를 마주치는 소리를 내며 달려올 터널은 음침한 침묵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지하철 안에는 <이름없는 행인>들이 맞은 편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다시 내려야 할 역을 놓칠 수 없어 눈을 뜨고 있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매캐한 어둠을 지나 집에 도착했을 때, 식구들은 타인처럼 나를 쳐다보았고, 부끄러움에 이불 속으로 기어들었다.

자! 이제 오늘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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