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읽다 05 (공야장편)

공야장은 고금인물에 대한 인물평으로 공자판 X-File에 해당하는 장이다.

공자의 인물 비평은 몹시 가혹하다. 그 가혹함은 공자의 인물평의 척도가 군자라는 것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시해야 할 것은 우리가 전혀 소수의 도덕적 엘리트인 군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생활인이자, 아녀자 아니면 소인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인물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공자 이상의 시각에서 전개된다.

맹무백이 “子路가 인자합니까?”하고 묻자, “잘 모르겠소이다.” 또 묻자 “仲由(자로)라? 천승의 나라의 세금과 군정을 맡길 수는 있어도, 그가 어진 지는 잘 모르겠소이다.” “冉求는 어떻습니까?” “염구라? 천여가구가 사는 백승의 경(卿)의 땅의 가신으로 총괄은 할 수는 있을지라도 그가 어진 지는 잘 모르겠소이다.” “公西赤은 또 어떻습니까?” “공서적이라? 관복을 입고 조정에 나가 손님을 맞이할 수 있어도, 그가 어진 지는 잘 모르겠소이다.” 1공야장-07 : 孟武伯問: 子路仁乎? 子曰: 不知也. 又問. 子曰: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不知其仁也. 求也何如? 子曰: 求也, 千室之邑, 百乘之家, 可使爲之宰也, 不知其仁也. 赤也何如? 子曰: 赤也, 束帶立於朝, 可使與賓客言也, 不知其仁也.

이 구절의 뜻은 논어 선진편 24장을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공자가 한가할 때, 자로, 염구, 공서적, 증석과 허심탄회하게 앞으로 뭐가 되고 싶으며, 어떻게 하겠느냐 물었다. 앞의 세 사람은 공자가 한 말과 엇비슷한 이야기를 했고, 증석은 기타를 치며 놀다가 말하길 “늦은 봄에 봄 옷을 입고 어른 오륙명, 아이 육칠명과 함께 기수에 가서 멱을 감고 무우(舞雩)에 바람이 불면 노래를 부르다 돌아오리다”하여 공자는 “나도 증석과 같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평하기를 자로는 “나라를 다스림은 예로 해야 하는 데, 겸양이 모자라다”, 염구에 대해서 “나라가 적다고 나라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 공서적에 대해서는 “제후 등을 맞이하는 일도 나라의 일이거늘 작다고 하니 어찌 큰 일을 하겠느냐”고 한다. 그래서 자로는 수상보다는 재정과 군사나 맡을 만하고, 염구는 나라의 재상보다는 가신 정도나 할 수 있으며, 공서적은 더 큰 일은 맡길 수 없으니 손님접대나 시키면 된다고 했다. 2선진-25 : 子路曾晳冉有公西華侍坐. 子曰, 以吾一日長乎爾, 毋吾以也. 居則曰, 不吾知也! 如或知爾, 則何以哉? 子路率爾而對曰, 千乘之國, 攝乎大國之間, 加之以師旅, 因之以饑饉, 由也爲之, 比及三年, 可使有勇, 且知方也. 夫子哂之. 求! 爾何如? 對曰, 方六七十, 如五六十, 求也爲之, 比及三年, 可使足民. 如其禮樂, 以俟君子. 赤! 爾何如? 對曰, 非曰能之, 願學焉. 宗廟之事, 如會同, 端章甫, 願爲小相焉. 點! 爾何如? 鼓瑟希, 鏗爾, 舍瑟而作, 對曰, 異乎三子者之撰. 子曰, 何傷乎? 亦各言其志也. 曰, 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 夫子喟然歎曰, 吾與點也! 三子者出, 曾晳後. 曾晳曰, 夫三子者之言何如? 子曰, 亦各言其志也已矣. 曰, 夫子何哂由也? 曰, 爲國以禮, 其言不讓, 是故哂之. 唯求則非邦也與? 安見方六七十如五六十而非邦也者? 唯赤則非邦也與? 宗廟會同, 非諸侯而何? 赤也爲之小, 孰能爲之大?

그러나 맹무백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을 들여다 보면, 왜 어진 것에 대하여 묻느냐? 각자의 능력에 맞게 이러저러한 일을 시키면 될 것을… 하고 말한다. 맹무백이 증석에 대하여 물어본다면, 공자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놈은 어진 것 같기는 한 데, 그대로 놀다 뒈지도록 놔 두시죠.”라고 말했을 것 같다.

최근에 국무위원에 대하여 인사청문회를 한다 어쩐다 하고 있다. 강동석, 이기준, 이헌재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낙마하면서 대세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의 인사청문회 대상은 행정부의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사법부의 대법관이며, 목적은 예정직위에 대한 직무능력이 갖춰져 있는지, 도덕성 및 청렴성에는 결격사유가 없는지, 재산형성 과정에 오점이 없는지를 엄격히 검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의 확대에 대하여 틀렸다 맞는다 나는 말할 수 없다.

공자는 군자란 그릇이 아니다 3위정-12 : 子曰, 君子不器. 고 한다. 이 뜻은 다양하겠지만, 군자란 한가지 기능에만 치우치지 않는다. 다양한 사안들에 대하여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라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한 구절이야말로 군자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네럴리스트이다 하는 것으로, 시인이 정치가가 되고 화가가 되고 북치고 장구치는 세상을 만들어, 과학(分科學: 지식의 체계를 나누어 연구)이 발전한 서구에 서세강점의 빌미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공자는 관중의 그릇의 작음이여! 4팔일-22 : 子曰 管仲之器小哉! 라고 한탄하면서, 그가 시중의 세금을 착복하고 가신들에게 마구잡이로 관직을 주었으며, 제후나 세우는 색문을 겁대가리없이 세웠다고 질책을 한다.

그러나 헌문편에서는 관중이 환공의 재상이 되어 제후들의 패자가 되어 천하를 바로잡았다. 백성이 아직도 그의 은사를 입고 있다. 만약 관중이 아니라면, 나 또한 변발을 하고 왼쪽 어깨를 내놓고 있으리라(오랑캐가 되었으리라) 5헌문-18 : 子貢曰, 管仲非仁者與? 桓公殺公子糾, 不能死, 又相之. 子曰, 管仲相桓公, 霸諸侯, 一匡天下, 民到于今受其賜. 微管仲, 吾其被髮左衽矣. 豈若匹夫匹婦之爲諒也, 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 라고 술회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촉급한 상황에서 국무위원에는 누가 앉아야 할 것이냐? 증석이냐? 관중이냐? 잘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의 눈이 도덕적 관점에서 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우리들의 대감마님들께서 욕심이 너무 과한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총리 등의 인사청문회를 지켜 보면, 이 대한민국에는 국무총리를 할 사람이란 나 <여인>밖에 없구나 라는 불칙한 망상이 항상 들곤 했다. 돈 없고, 빽 없고, 땅 없고, 군대 갈 나이의 자식 없고, 애들 다 대한민국 허름한 병원에서 낳았고… 열거하자면 총리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고등학교 출신인 데, 후진 대학이라도 간신히 졸업했으니 더 물어 말하기가 숨가쁘다.

선생님에게서 詩 書 등의 문헌적인 가르침은 받은 바 있으나, 선생님이 성이 어쩌구 천도가 저쩌구 하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는 것은 들은 적이 없다. 6공야장-12 : 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라고 자공은 술회한다.

하지만 주자의 <집주>에 보면 배우는 자가 성과 천도에 까지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을 것이나, 공자께서 그에 대하여 말씀이 드물었기 때문에 배우는 놈 중 못들은 놈도 있거나, 성문의 가르침의 요체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 자공이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고, 말씀의 아름다움을 찬탄한 것이다. 7집주 : 固學者所共聞 至於性與天道 則夫子罕言之 而學者有不得聞者 蓋聖門敎不躐等 子貢至是始得聞之 而歎其美也 고 주희 지가 타임머신 타고 가서 본 듯 孔門十哲에 들어가는 자공에 대하여 무식한 놈 알지도 못하면서 탱자탱자 한다고 씨부리고 있다. 이렇게 씹지 않는다면 인의예지희노애락애오욕과 태극이무극이요, 이발이니 기발이니 씨발이니 하는 성리학이 자공에 의해서 싸그리 묵사발 날 터이니, 자공이란 주희의 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뭣도 모르는 게 지랄”이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공의 본 뜻은 우리 선생님은 공허한 관념론을 철저히 배격하고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세우지 않으셨으니, 후학하는 너희들도 선생의 뜻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성리학을 버리고 다산이 했던 경학을 하라고 줄기차게 외쳤던 것이다.

이러한 공소한 논리가 얼마나 많았던 가?

광주항쟁은 군부독재에 대한 순수한 민주항쟁이었다. 그러나 그해 가을부터 일과적·감성적·낭만적 운동으로는 안된다고 운동권 내부에서 진행된 무림-학림 논쟁에서 ‘霧林’ 측은 “학생 운동은 모든 운동의 주도체이므로 산발적이고 소모적인 시위보다는 내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한 반면, ‘學林’ 측은 “학생 운동은 주도체가 아니라 선도체이므로 즉각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논쟁은 현재 한국사회는 어떠한 역사적 단계에 와 있는가?(사회구성체론) 해결되어야 할 모순들은 무엇인가?(모순론) 투쟁의 주체는 어떤 사람들이고, 누가 동지이며, 누가 적인가?(계급구성론) 어떤 방식으로 투쟁을 해야 하는가?(전략전술론)로 운동 이데올로기를 제공해 갔다. 그러나 자민투, 민민투 등으로 핵분열을 해가며 학교옥상에서 투신을 하는 등 얼마나 많은 젊은 피를 희생했던가? 또 미선이 효순이를 위한 순수했던 촛불시위가 깃발을 올려 내려 하면서 이데올로기화 해가려던 것을 보지 않았는가?

분명 이러한 논쟁을 통하여 사회구성체의 모순을 보다 노골화하고 수구 보수에 대한 개혁의 논리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반면 이러한 와중에 헤게몬이 형성되고 그 헤게모니를 탈취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해 가는 과정에서 民과 양식을 상실한 채, 영혼이 이데올로기에 빠져 익사한 선례를 우리는 무수히 목도하지 않았던가?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러시아황녀 09.03.18. 08:47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난 향 09.02.04. 21:23
    예전에 중국어 배우신다고 하신 분이 여인님?..저 아래 한문은 이제 능통하게 해석 가능하신 겁니까? …존경스럽습니다..국무총리 할 사람은 여인밖에 없구나..ㅎㅎㅎㅎ..정말 삼국지에 나오는 호탕한 장수 중의 한 사람다운 말투이십니다…재미있습니다..
    ┗ 旅인 09.02.05. 09:26
    중국어 한 2년 배우고 3개월 만에 다 까먹었습니다. 한문은 대학시절부터 조금씩 공부를 했고, 중국사람들도 논어, 주역 등의 해석은 하지 못합니다. 주자집주를 통하지 않고는 回야! 由야!의 명칭이 누구인지? 공자가 실존했을 당시의 시대상황이나, 논어의 다른 편에 대한 연구가 없으면, 해석에 애로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삼민서국의 백화논어, 사서집주, 일부는 사기의 공자세가를 보아가며 참고로 하고 썼습니다.
    ┗ 난 향 09.02.05. 10:18
    티브에서 김용옥 교수가 강의하는 거 보았는데 정말 그렇게 똑똑해 보일 수가 없더라구요..저런 사람은 얼마나 머리가 좋은 걸까? 하고 감탄한적이 있지요..여인님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지금도 바쁜 일과사이사이 공부하시니 정신건강에는 그만이겠습니다…처음엔 재미되게 없는 분인줄 알았는데 사랑의사설 읽고나서 완전 재미있는분으로 바뀌었다가 또 이런글을 대하면 엄청 남자다운 분이구나 생각되니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한마디로 표현이 불가능한 분 되시겠습니다..여인님은요…ㅎㅎㅎ
    ┗ 旅인 09.02.05. 13:47
    아참 빠진 것이 있는데, 도올의 책과 강의같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논어를 직접 한번 읽어보기로 했는데, 논어를 직접 읽어보니 굉장히 신선하고 지금 현재를 바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 난 향 09.02.06. 09:31
    전에 제가 들은 강의 시리즈도 논어 였어요..하지만 워낙 다양한 사상에 대해서 강의 했기 때문에 엄청 많은 것을 배웠지요..교육방송에서 했던 것 같은데 그 분의 시간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으니까요..한가지 기억나는 것은 뭐든 배우고 싶다면 가르쳐라 였는데 지금 저는 그 말을 실천하고 있어요..잊지않기 위해서 가르치고 배우고 싶어서 가르치고 하지요..

    다리우스 09.02.05. 19:41
    풀어 쓰신 논어가 무척 재밌습니다. 중귁 발음 기호가 달린 논어 책을 찾아볼 생각마저 듭니다.^^;(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음.)

    truth 09.03.03. 10:41
    오늘 오전 오후 일정을 마친후 피곤해지칠즈음에 이글을 읽어야겠다…
    ┗ 旅인 09.03.05. 15:48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 truth 09.03.05. 17:05
    여인님은 참 다르세요..어렵고 딱딱한내용의것들도 참 쉽게다가설수있고 부드러워 체하지않게 풀어주시는 배려가 있으십니다. 눈 아프신거 많이 좋아지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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