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읽다 01 (학이편)

학이편의 요체는 근본에 힘쓰자는 것이다.

학습은 學而時習之(학이-01)에서 나왔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이라는 이 귀절로 부터 우리의 교육의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다.

학은 넘쳐나는 데, 습이 없다. 이 구절을 보면 배우는 것이 20%, 스스로(때때로) 익히는 것이 80% 쯤 되는 것 같은 데, 우리의 교육 현장에는 익힘(習)은 전무할 지경이다.

습이 없으니, 배운 것(지식)을 체화하여 지혜나 실천적 지식으로 옮기기 힘들며, 소학적인 수신이나 예절, 덕성을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다. 물론 공자의 학과목이 禮·樂·射·御·書·數 로 분명 익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익힘이 없다.

아들 놈은 고딩 2학년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해리포터를 영문판으로 한 삼일이면 끝장내는 실력이다. 하지만 놈은 아침에 혼자 일어나지 못한다. 또 소변볼 때, 변기 좌판을 올리고 오줌을 싸질 못한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안보면 또 그 짓거리다. 제일 좋은 학교를 다닌다는 놈의 품질이 이 정도다. 또 놈의 하루 행적을 보면 익힐 시간이 원천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내가 벌어다 준 돈으로 마누라는 놈에게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조직적으로 매울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실시한다. 놈은 학원과 과외, 그리고 스포츠 쎈타에서 시간을 소비한다. 놈은 배우는 기계다.

국민학교라는 명칭은 잘 바꿨다. 국민은 나라의 백성이라는 국가주의적 의미도 있겠거니와 황국신민이라는 일제의 냄새가 농후하기에 잘 바꾸었으나, 초등학교보다는 소학의 의미를 살리는 소학교였으면 했다. 밥 먹고, 똥 누고, 옷 갈아입고, 인사하고 하는 기본적인 것이 바르게 되면, 가방끈이 짧아도 사람에게 품위가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어렸을 때 아니면 배울 수도 없다. 이러한 것을 바르게 가르치는 학교, 소학교가 되었어야 한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하는 이 구절은 참 희한한 구절이라고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생각할 것이다. 어찌 즐거운가? 배움은 지겨운 것이다. 그러나 익힘은 재미있다. 시는 읊어야 맛이고, 소설은 읽어야 맛이며, 수학은 풀어야 맛이며, 영어는 토킹 어바웃해야 맛이다. 익힘을 통하여 In-Put된 지식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기에, 이론과 실천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학습을 통해서 품위와 덕성이 갖춰지고 지식과 지혜가 갖추어지면 자연히 친구들이 꼬이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친구가 없는 것을 보면, 아들놈에게 뭐라 할 형편은 못되는 것 같다. 특히 싸가지가 분명히 없는 것 같다.

말 재주가 뛰어나고 낯빛을 꾸미는 자는 인에서 멀다(어짐이 적다) 1학이-03 : 巧言令色, 鮮矣仁! 는 이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집주>에 보면 <말을 좋게 하고 안색을 부드럽게 하는 것은 바깥 일을 꾸밈으로써 사람을 즐겁게 하여 방자하게 하는 바, 자기 본심의 덕이 사라진다>고 하고 있으나, 잘 모르겠다.

천승의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2학이-05 : 道千乘之國 라고 시작하는 이 구절에서 한번 고대의 제도를 한번 살펴보자. 승(乘)은 전차이다. 네마리의 말이 끌며 갑병 3인이 마차에 오르고, 보병 72인이 뒤따르며, 25인이 보급·행정 및 후위를 맡는다. 그러니까 1승의 전차는 100명의 병력을 의미하며, 1승의 병력은 팔백가구(6인X800가구 = 약 오천명)가 충당한다(八百家出車一乘)고 한다. 그러니까 천승이라면 병력 십만, 팔십만 가구의 국가이다. 팔십만 가구라면 인구 오백만의 규모이다. 이 정도의 나라라면 이조의 세종조에서 임진란까지의 국가 규모이다. 천승지국 만승지존이라고 하여 천자의 나라(周)에서만 만승의 병력을 보유할 수 있으며, 제후국은 천승으로 병력이 제한되었다.

현대에 까지 내려오는 작위 개념은 봉건적 계급제도인 데, 제후란 공작, 후작을 지칭한다. 公의 작위는 천자의 혈족, 周公의 노나라는 공작이 다스리는 국가이다. 侯의 작위는 개국의 가신, 강태공의 제나라는 후작이 다스리는 국가인 셈이다. 伯의 작위는 내가 아는 한, 국가가 세워진 후 땅과 백성을 끌고와 귀순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 같다. 즉 주 문왕이 은나라 시대에 서백으로 봉해졌는 데, 이는 기산(제갈량의 출육기산)에서 그의 할아버지 고공단보가 오랑캐를 쳐부수고 나라를 세운 후 은에 귀순했기 때문이리라. 자작과 남작의 차이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온 김에 姓氏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성은 계집녀가 붙어야 姓이 된다. 성은 왕족과 제후에 속한다. 내가 생각해 볼 때 성은 처녀수태 설화의 결과물로 왕족의 탄생설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설화의 구조는 동명왕이나 박혁거세와 같다. 하나라의 우왕의 성은 사(女+以: 동서, 언니)이다. 진시황의 성은 영(瀛-水: 차다)이고 이름은 政이다. 주나라의 성은 희(姬: 아가씨)이다. 다 이름에 계집녀변이 들어가 있다. 문왕의 이름이 희창, 무왕이 희발, 주공이 희단이다. 이 姬는 女+巨이다. 그들의 조상은 后稷이다. 후직의 어미가 왕의 처로, 어느 날 거리로 나와 걷던 중 엄청 큰 발자국이 있어 기꺼워하며, 자신의 발을 거기에 올려보니 뱃속이 꿈틀하였다고 한다. 그 후 후직을 낳았다는 이야기인 데… 희는 즉, 후직의 어머니(女)가 큰 발자국(巨)에 접촉하여 후직(姬)을 낳았다는 덧셈이다.

이 덧셈은 고대의 뛰어난 영웅의 조상을 따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물일 뿐이다. <너의 아버지는 누구냐? 그 아비의 아비는 누구냐? 그러면 그 아비의 아비는…?>의 무한소급은 <몰라! 왜 뜳어?>이다. 그러나 팔 걷어부치고 <이 XX ! 마자 주글래?> 할 수 없는 입장에서, <그 다음은 잘 모르겠는데… 그때 할머니가 이랬다나 어쨌다나…>하는 결과물로 개국의 조상신화가 탄생하며, 그 신화와 성이 결합한다. 그래서 성은 예수처럼 영웅신화의 산물이자, 천인감응의 동정생식의 신화이다.

씨는 그와 좀 다르다. 춘추시대의 씨는 경·대부들이 사용하였다고 보여진다. 맹자는 맹손씨이다. 공자가 살아있을 당시 삼환의 난이 벌어졌는 데, 그때 맹손씨, 숙손씨, 계손씨가 삼환이다. 그들은 한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들로 맹손은 장남, 숙손은 차남, 계손은 막내이며, 여기에서 맹씨가 나왔다. 사마씨는 천문을 보는 관직에게서 나왔다고 사마천은 말한다.

다시 병제로 돌아가보자. 왜 하필이면 여덟 가구에 병사 한명(八家一兵)인가? 다산의 周의 田制(토지세 제도)를 숙고한 여전제를 보면, 우물정자로 논을 아홉으로 나눈 다음, 여덟은 각 가구의 소출로 하고, 가운데 하나는 공전으로 함께 일하여 그 소출을 납세한다는 팔 대 일의 법칙을 세우고 있는 바, 주대의 제도 또한 팔가일병의 군역이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천승과 만승의 군역은 전시가 아닌 평시상황에 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준전시 상황이지만, 징병율은 팔가일병(약 2%)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런데 싸가지 없는 자식 놈이 뭘 안다고 중학교 때 자기는 군대를 안가겠다고 내 앞에서 준엄하게 선언을 했다. 물론 나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만…

이렇게 중학교 다니던 뭣도 모르는 아들 놈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하여 지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는 이 참담한 사태가 아들의 잘못 만은 아니라고, 뒤따른 문장은 말하고 있다.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정무에는 정성을 다하되, 민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고, 재정을 아낌으로써 민을 사랑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또 때(농사시기를 따져서)에 따라서 민을 부려야 할 것 3학이-05 :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이라고 되어 있다. 해방 후, 반민특위, 사사오입 개헌, 삼선개헌, 유신, 광주사태, 오공 을 지나 IMF까지 민은 정부의 사기와 희롱에 일방적으로 당할 대로 당해 왔으며, 정성은 커녕 졸속행정과 오락가락 교육행정, 권위주의, 복지부동의 행정부를 보아왔을 뿐 아니라, 정부의 중복투자, 전노의 뇌물 삥땅정치, 석유사업기금의 선거자금 전용, 각종 세금은 물론, 의료보험 수가의 앙등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의료복지, 국민연금의 고갈 등 절약을 통한 愛人보다 민에게 괴로움을 주는 다양한 행정프로그램을 보아왔다.

즉, 나라가 나라 같지 않으니까, 아들놈이 군에 가서 뭣 빠지게 고생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타당하다 못해, 아버지가 아들에게 조국에 봉사하는 것은 신성하고 국방은 의무는 조국을 사랑하는 표현에 다름 아니라고 준엄하게 말 할 수 없어, <이 짜식아! 너 같은 놈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라가 잘되겠냐? 이 싸가지 없는 놈아!>하고 비논리적 육두문자로 답할 수밖에 없다.

다른 대목은 약한다.

국민이라는 단어를 싫어하기 때문에, 민으로 백성이나 국민의 뜻을 대신한다.

This Post Has 5 Comments

    1. 여인

      논어의 첫구절이니 빠질 수가 없지요. 어디에서 번역한 것을 보니 배우고 때때로 또 배우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라고 되어있는데, 배우고 또 배우고 하면 그 또한 지겹지 아니한가가 되는 것이 아닌가가 싶습니다.

      사실 논어를 통해서 동아시아 문명을 총체적으로 비판해볼 생각이었는데… 능력에 벅찹니다.

  1. 선수

    ㅎㅎ 아드님 얘기가 참 정겨워요. 아드님은 그래도 저보단 훨 나은것 같습니다. 저희 엄마는 저를 무척 사랑하시매도 어디 나가시면 딸래미 자랑할 것이 그래 없대요 ㅋㅋ

    1. 旅인

      제가 아들 놈보고 뭐라 하면, 아내가 그리 말합니다. “당신은 제 만큼 공부 잘해본 적 있어? 영어를 제 만큼 할 수 있어?”라고…
      그러면 그리 말합니다. 우리어머니는 한번도 나를 과외나 그런 것을 시켜주신 적이 없고, 우리 아버지는 주재원같은 것 해 보신 적이 없다고…

      선수님은 풍부한 상식과 열정이 있으신데요 뭘?

  2. 旅인

    다리우스 09.01.20. 15:53
    올것이 왔군요, 논어를 늘 그립어 하는 어떤 이 올림. ㅜㅜ(감읍)
    ┗ 旅인 09.01.20. 17:23
    쓰다 만 글이고, 논어에 대해서는 기라성같은 사람들이 써놓은 것이 있어서 문화비평하듯 쓰려고요.
    ┗ 다리우스 09.01.20. 20:02
    아 예 문화비평이라 흥미롭습니다.^^
    ┗ 스테판 09.01.20. 20:59
    반복해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한약재같은 몸에 좋은 글 같습니다.
    ┗ 다리우스 09.01.21. 16:48
    그쿤요 한약 복용하는 셈치고 ㅎㅎㅎ점점 느끼는 거지만서두 여인님은 해석학적 역사고증학 계통에 능통한 기질이 있으신듯,,, 현대로 치자면 푸코와 아다리 혹은 궁합이 착 맞으실듯한 예감이,,,
    ┗ 旅인 09.01.22. 14:45
    푸코는 읽어보다가 야 이것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만…

    유리알 유희 09.01.21. 13:04
    빗대어 풀어 주시니 한결 이해가 빠릅니다. 모델에 되어 준 아들이 조금 거시기하겠지만요. ㅋㅋ, 변기뚜껑 올리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한 아드님이십니다요. 아무래도 부전자전인가 봅니다.
    ┗ 旅인 09.01.22. 14:48
    저와 아들은 좀 다릅니다. 저는 중국을 좋아하고, 놈은 서구를 좋아합니다. 저는 일찍 일어나고 놈은 늦게 일어나고… 꼭 반댑니다.

    다리우스 09.01.21. 20:45
    잘 읽습니다. 여인님은 천상, 국회로 가셔야 할 것같은 선비 느낌이 듭니다. 사견임.
    ┗ 旅인 09.01.22. 14:49
    뽑아만 주신다면…^^
    ┗ 다리우스 09.01.22. 15:25
    제 표는 여인님 것임.
    ┗ 旅인 09.01.22. 16:12
    유권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 다리우스 09.01.22. 16:39
    헉~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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