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에게 무진을, 안개를…

네가 말한 관념적이란 것은 결국 무지하다는 것이지?

를 쓰고 싶다. 그러나 결국 쓰지 못하고 말 것이야. 관념적이란 가슴에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산문조차 의미를 잃고 말지.

오랜만에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다시 읽었다. 더군.

………. 한번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 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한번만이다. 꼭 한 번만, ………

<무진기행에서>

This Post Has 2 Comments

  1. 클리티에

    김승옥 작가는 “서울, 1964년 겨울 ” 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문체가 간결하면서 세련돼서 푹- 빠졌지요.
    무진기행도 사람의 심리를 간결한 문체로 너무 잘 표현한것 같아요 배경묘사 및 감정묘사를 참 세세하고 특이하게 하더라구요..

    안개낀 걸 보면 늘 무진기행이 떠올라요..

    안개는 마치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는 입김과 같았다.

    1. 旅인

      김승옥씨의 글을 읽으면 어쩐지 예전의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1960년대와 70년대, 그리고 80년대가 그려집니다. 무진기행의 무대인 보성을 가보았으면서도, 안개는 보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1960년대의 그림이 남아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풍경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1964년은 어떤 해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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