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v-xmmxix 열차에서

파리를 떠난다. 06:29분 열차를 타고 피렌체로 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우버를 불렀다. 지도 상으로는 숙소에서 파리 리용역까지는 가까웠으나, 택시는 어두운 골목길을 누비며 한참을 간다. 새벽 5시 파리 어둠 저편으로 수로의 허리가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파리는 무수한 관광객이 오고 감에도 관광객에게 몹시 불친절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파리 리용역 전광판에는 06:29분 열차에 대한 아무런 안내도 없고, 국제선 열차대합실이지만 불어 외에 다른 나랏말은 없다. 사람들은 두리번거리고, 줄을 서 있지만 왜 서 있는지 모르겠고, 혹시 줄을 서 보면 그 줄은 개찰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커피나 빵을 사기 위한 줄이다.

6시가 되자 내가 타려던 9241 SNCF/TGV의 개찰구가 H에서 D로 변경된다. 개찰을 하고 탑승한다. 일등칸이라서 넓찍하다. 하지만 좌석이 역방향이다.

TGV객실

06:29분 열차가 출발하고, 8시가 되도록 열차는 컴컴한 터널을 통과하듯 밤 속을 질주한다.

8시가 되어서야 해가 떴고, 잠시 졸았던 모양이다. 08:30분쯤 리용에 열차는 도착한다. 리용을 지나자 산악지대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하나의 바위덩어리가 불쑥 쏫아오른듯한 이곳의 산세는 거칠고 웅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열차는 샹베리에서 부터 알프스의 남쪽 경사면에 위치한 바누와스 국립공원과 라메주과 바르데에크랑과 같은 바위산 사이를 지난다. 열차는 산 모서리를 지나고 터널을 지나면서 골자기에 자리잡은 몇 개의 마을과 탄광촌을 지난다.

TGV 열차에서 본 어느 역의 모습, 암벽이 마을을 덮칠듯이 서 있다

11시에 열차에서 샐러드를 사서 먹었다. 프랑스에서 사먹은 것 중 제일 맛있다. 샐러드를 먹고 나자 토리노(튜린)에 도착한다.

열차의 이정은 이러했다.

Paris-Gare-de-Lyon → Gare-de-Lyon-Part-Dieu → Gare-de-Chambery-Challes-les-Eaux → Madone → Bardonecchia → Oulx, Oulx(Stazion FS) → Torino Porta Susa

잠시 나가 본 토리노의 모습

토리노에서 이딸로로 타기 위하여 대합실에서 서성거린다. 프랑스보다 이탈리아의 안내가 훨씬 편하다. 열차 도착 30분 전부터 안내가 되긴 하지만 열차편, 승강장 등이 명료하게 안내되고, 줄을 서지 않고 개찰구를 통해 막바로 승강장에서 대기하기만 하면 된다.

이딸로 객실

열차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나폴리까지 가는 열차였다. 열차가 승강장에 진입하였다. 탑승을 하자 곧바로 출발했다. 열차는 롬바르디아 평야를 지난다. 아득한 산맥에 이르기까지 롬바르디아의 평원은 넓었다. 하지만 연무인지 안개인지 평야 위에 자욱했고, 지나치는 철로변에 보이는 건물들은 몹시 낡았다.

밀라노에 들어서면서 잠시(한참이었을지도 모른다) 졸았는데, 깨보니 아직 열차는 밀라노였다. 열차는 한동안 밀라노에 머물러 있었다. 밀라노에서는 좌석이 역방향이었는데, 열차가 출발하자 좌석은 순방향으로 바뀌었다. 아마 밀라노에서 화차를 바꿔 단 모양이다. 철로변에서 본 밀라노의 풍경도 낡아보였다.

열차는 들과 산, 터널을 지나고 달린다. 이탈리아 들의 안개는 계속되고 풍경은 흐렸다.

피렌체에 도착했다. 조그만 도시는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 조그만 가방 하나를 샀다.

여기도 와이파이가 좋지 않다.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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