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유감

향후 산업화의 예측을 위한 지표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측정된다. 인구의 도시화 정도와 글을 읽을 수 있는 인구비율, 연령에 따른 인구비례, 그리고 산업을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엘리트가 전체 인구 중에 어느 정도 함유되어 있느냐이다.

즉 도시화가 80%와 30%의 차가 있고, 글을 읽을 수 있는 비율이 95%와 50%, 엘리트 비율이 10%인가  30%인가, 10대, 20대, 30대, 40대 비율은 어떤가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80% X  95% = 전체 인구 중 76%의 2, 3차 산업 종사 가능 노동력 보유
30% X  50% = 전체 인구 중 15%의 2, 3차 산업 종사 가능 노동력 보유

인구구조가 항아리형이냐 종형이냐는 향후 십년 후, 이십년 후 경제활동 인구가 어떻게 될 것인가의 척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엘리트 비율의 문제는 단지 몇 퍼센트인가라는 계량적 문제를 떠나서 상당히 많은 정성적이고도 복합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엘리트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지니고 있는가하는 정성적 문제에서 전체 인구 중 몇 퍼센트가 적당한 가하는 계량적 문제가 있다. 계량적 문제에서 일정 비율을 넘어서면 엘리트는 사회에서 소모할 수 가 없어 엘리트가 이리떼(백수, 사기꾼, 문제아)로 변질된다는 문제를 가질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는 사회적 자원을 최적화하고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 선을 지향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런 문제를 넘어서 면접유감을 시작해 보자

출장을 갔다오자 마자 일도 보지 못한 채로 면접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미 경쟁율이 백 대 일이라는 사전예고는 지수적인 측면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기에 오늘 몇명을 합격시키면 되는가만 신경을 쓰면 됐다. 이미 서류전형, 1차 면접을 통과했기에 50% 정도 합격을 시키면 될 것이라는 통보에 조금은 안심을 했다.

출장 때문에 입사지원서를 검토해 보지 못했기에 인적사항을 숨가쁘게 읽어 나가면서 무슨 질문을 해야 할 까하고 걱정을 했다.

입사지원서의 인적사항에는 TOEIC 960점, 학점 4.1/4.5, 취미 축구, 동아리 ○△봉사, 저는 근면하시고 엄격하신…… 등등의 자기 소개가 들어있었다.

드디어 지원자가 입실을 하고 질문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는 선택의 주도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이미 선택을 포기한 면접관과 같았다.

사실 면접을 보자면 상대편에 대한 적당한 불신을 가져야 한다. 아니 불신보다는 회의 쪽이 가깝다.

공채가 아니라 우리 팀에 한 사람의 결원이 생겼다면, 나는 충분한 회의를 가지고 면접을 볼 것이다. 아니 입사지원서의 활용은 이 사람이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 팀과 조화할 것인가에 대하여 초점을 맞출 것이다.

TOEIC 960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업무에 얼마만큼 매진할 것인가에 신경을 쓸 것이다, 만약 학점이 4.1/4.5라면 아예 뽑지를 않고 석사과정을 택하라고 권고를 할 것이다.

그러나 공채가 되다보니 지수적인 부문에 신경을 쓰게 되고 몇가지 형식적인 질문 후에 동그라미, 세모, 엑쓰 표를 기재한 후 사람을 내보낸다.

나는 돌아서는 그들을 보면서, 한국의 교육에 있어 최대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후 균형상태에 있던 대학생 수가 갑자기 졸업정원제라는 명목 하에 공급과잉으로 돌아섰다.

그전까지만 해도 최대의 수혜자는 값싸고 양질의 노동력을 기업에서 흡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취업이 쉽고, 기업이 요구하는 적성 또한 전공이 아니라 광범위한 범위에서 동창과의 관계, 음주와 가무, 어느 정도의 독서력에 바탕을 둔 사고력 등등의 복합적인 것이기에 대학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직원을 뽑는 데 TOEIC 커트라인이 970점이라서 965점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도로공사에서 왜 TOEIC 970점이 필요한 지가 의문이다. 아직도 기업이 정작 요구하는 것은 지수적인 측면이 아니라 멍청할 정도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 무식할 정도로 저돌적일 것, 고객과 술 잘먹고 넥타이 머리에 두르고 춤 잘추기 등이 아닌가?

그러나 저들은 TOEIC점수를 만들기 위하여 1년 정도 어학연수를 가야 하고, 점수관리를 위하여 C학점을 지워가면서 한 학기를 더 다니면서도 책이라곤 읽을 시간도 없고 친구와 술을 먹기보다는 자원봉사동아리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이 불행한 현실은 무엇이란 말인가?

면접이 끝났다. 과연 이 회사에 다니면서 나는 무엇을 했던가 하고 생각해 본다. 한 일없이 봉급만 꼬박 꼬박 받아왔던 것이 아닌가 한다. 대기업이 좋은 이유란 일 안하고도 봉급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저들은 대기업에 입사하기에 안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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