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기041120(남종)

아내와 아침을 먹으러 가려던 계획은 깨져버렸다.
고혈압인 아내가 아침 잠에 빠져 있으면 깨우기를 포기한다. 그래서 오랜 만에 강변의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을 함께 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오후 3시 30분, 팔당댐의 남단으로 하남까지 새로 난 길을 가보고자 차에 시동을 걸었다.
결국 차는 남종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이제 남종가는 길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길이 되었는 지 앞으로 넉대의 차가 좁은 길을 안간힘을 쓰며 가고 있다.
남종으로 가려면 오른 쪽 타이어를 중앙선 너머로 올려놓아야 되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물과의 친화성을 배우는 곳은 바다나 개울가가 아니라 바로 남종이다.
팔당호가 차창을 넘어 내 목구멍까지 차 오르면 숨소리에 물결소리와 호면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허파에 찬다.

남종에선 차와 내가 반역한다. 차는 달리려는 충동으로 헐떡이고 나의 눈은 호수와 강물의 흐름에 정신을 팔고 있다.

가을이 성근 가지 사이로 하늘과 강물과 건너편의 대지를 잊혀진 전설의 색으로 때깔 입히고, 때는 4시. 이제 11월의 오후의 빛이 하늘색과 석양의 색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 색의 침울과 성스러움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물과 대지가 색정 넘치는 입맞춤을 하는 귀여를 지나면서 호수는 끝이 나고 남한강의 좁은 물길이 산맥의 저 편 끝으로 타들어가며 눈 앞에 대지의 광활함과 하늘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것은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대지의 미에 순종한다면, 사람은 결코 어느 곳에도 깃들지 못하리라. 숭고한 대지와 하늘 앞에서 인간의 진정한 윤리란 자연에 대한 타오르는 정염이 아닐까 한다.

나는 결국 동쪽으로 가서, 서쪽으로 가라앉는 태양을 마주보며 집으로 돌아온다.

차의 앞 유리에 비치는 서쪽 하늘은 구름과 노랗게 지친 태양과 약간 남아있는 가을 하늘 빛으로 가득하고 그 아래로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산이며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 땅의 속살 등이 긴 그림자 속에 깊은 가을 속 일모로 침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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