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책

이어폰을 끼고 산책을 간다. 음악에 대해서는 잼병이다. 어렸을 때 이렇게 음악이 좋았다면, 연주를 하거나 작곡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겠다. 첼로가 낮은 음을 더듬으면 누가 튕기기라도 한 것처럼 몸 속 혈관들이 부르르 떤다. 외로운 건반이 두드리는 그 반음에 풍경이 흔들린다. 그렇게 나는 길을 걷고, 음악은 나의 남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곳으로 흘려보낸다.

팔당에서 너븐나루를 거쳐 온 강물이 잠실보에서 폭포를 이루며 뚝섬으로 흐른다. 서해의 바닷물은 수중보를 넘어 이곳까지 올라올 수 없다. 갈매기들은 어쩌자고 소금끼없는 강물을 거슬러 광진교까지 날아온 것일까? 갈매기들은 광진교의 가로등 위에 앉아 강물을 내려다 보고 있다.

너무 낡아서 잊고 있었던 건물과 산책 중에 마주쳤다. 그 건물은 만성적인 피로 탓에 무게를 버티지 못하여 새로 기둥을 끼워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귀퉁이로 부터 전체로 번져가던 버즘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세월은 더럽고 흉악한 것이었다. 건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세월이 흐르다 보면 내 몸 속 어딘가에도 귀신이 머무는 구석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변두리의 골목 속 어딘가에 있던 그 건물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건물을 잊었다. 그러다 지난 주 산책길에 다시 찾았다. 한쪽 벽에 가림막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재건축을 하려나 보다. 건물의 다른 쪽을 보니 역시 세월은 흉악하고도 더러운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흐른 세월 역시 매만지기에는 더럽고 버즘같아 난감하기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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