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일절

佛道廣蕩無碍無方永無所據而無不當

진리란 넓고도 넓어 어디에 갇힐 수도, 어디에 있다고도 할 수 없으니 그 근거할 곳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맞지 않다고 할 것이 없다.

故曰一切他義咸是佛義百家之說無所不是

따라서 세상의 모든 이론이나 말씀들이 진리를 갖추고 있으며, 무수한 종파에서 말하는 것들이 이것으로 부터 나오지 아니한 것이 없다.

八萬法門皆可入理而彼自少聞專其樣挾見

부처의 그 많은 말씀이 다 진리에 드는 것임에도 어떤 놈이 조금만 듣고서는 그것에 매몰되어 좁은 견해를 낼 뿐이다.

同其見者乃爲是得異其見者咸謂脫失

자신과 같은 견해를 가지면 진리를 얻었다 하며, 자신과 견해가 다르면 진리를 잃었다고 멋대로 말한다.

▷ 아마도 십문화쟁론 중에서 발췌된 것이라고 생각되는 데, 불도는 진리라는 말로 대체하였다.

▷ 얼마나 이 시대의 정치상황에 어울리는 말씀인가?


我所趣宗有無俱遣肅然無據

내 논리의 핵심은 현상세계와 진리의 세계를 다 말하면서도 그 엄밀하기란 어디에도 집착됨이 없다.

開則無量無邊之義爲宗合則一心二門之法爲要

한번 논리를 전개하면 헤아릴 수 없고 끝간 데 없는 의리를 기둥으로 하며, 모으면 일심(여래장)과 생멸문(현상계에 대한 설명 방편)과 진여문(진리계에 대한 설명 방편)을 뿌리로 한다.

▷ 원효의 이와 같은 교오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 아마 대승기신론소에 나오는 일절로 보인다.

This Post Has 3 Comments

  1. lamp; 은

    이 글을 쓰신 날짜(2004년 10월 7일)를 보곤 덜컥 겁이 났어요.
    금강경같은 책을 접한지 두어달.
    8월 마지막주 화요일부터

    여인님은 모르신다하실때마다 저도 덩달아 모르겠고..
    생각하면 할 수록 돌겠고.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다가 순간 환해질 때도 있고…
    그런데 이 빛이 그 빛인가 하는 순간 다시 어두워지고..

    ㅠ.ㅠ

    1. 여인

      아마 금강경을 한 서너번 읽어보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처님이 탁발을 하시고 돌아오시고 수보리가 인사를 드리는 그 장면까지만 기억나지 그 이후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만큼 금강경의 부처님의 말씀은 한 구절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그 참담함은 뭐라 할까요?
      하지만 금강경만큼 많은 사람을 깨달음으로 인도하고 공덕이 큰 경전이 없다고 하니 빛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2. 旅인

    旅인 09.05.03. 01:09
    존경하는 선생님의 생일을 그냥 보내고 말았습니다. 여기의 글은 원효 선생님의 글입니다. 대학자이지만, 글의 스케일의 방대하기란 도저히 넓이와 깊이를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truth 09.05.03. 04:27
    한번 논리를 전개하면 헤아릴 수 없고 끝간 데 없는 의리를 기둥으로 하며,,깊은뜻이야 헤아릴수 있으랴만은 이대목이 참 마음에 듭니다. 멋스런 표현이구요..귀한내용 잘 대하였습니다.^^
    ┗ 旅인 09.05.03. 14:35
    저도 글의 출전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한번 원효 선생님의 글을 다시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슬 09.05.03. 07:17
    ‘자신과 같은 견해를 가지면 진리를 얻었다 하며, 자신과 견해가 다르면 진리를 잃었다고 멋대로 말한다.’ 정곡을 찌르는 말씀이며 현시대 사람들이 지녀야 할 덕목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진리란 넓고도 넓어 어디에 갇힐 수도, 어디 쪽에 있다고도 할 수 없는데… 어찌 작고 허접한 지식 몇가닥을 가지고 다른 이를 심판하려 드는지. 저도 반성 중…
    ┗ 旅인 09.05.03. 14:35
    제가 증말로 반성에 반성을 해야할 중생입니다.
    ┗ 이슬 09.05.03. 18:51
    우린 모두 속세의 중생들이죠.. 그래도 바르게 살기 위해서 번뇌하고 있다는 것…^^
    ┗ 旅인 09.05.04. 07:29
    저는 바른 것이 무엇인지 조차 번뇌치 않고 있는 것 같으니…ㅠㅠ
    ┗ 그라시아 09.05.05. 07:38
    무의식이 들랑날랑 …님의 공덕에 기뻐하다…
    ┗ 이슬 09.05.05. 08:03
    이미 여인님도 그라시아님도 번뇌하고 계신 것 같사옵니다.^^*

    유리알 유희 09.05.03. 07:51
    네에,퇴근 후 잘 묵상 하겠슴다. 인님!
    ┗ 旅인 09.05.03. 14:35
    네에…

    다리우스 09.05.03. 11:41
    창밖의 봄볕이 너무 화사하여 당장은 이 중생에게 금같은 문자체가 들어오지는 않고 마음을 식힌 후 이따 녹녹한 어둔 밤 홀로 차분히 읽어보겠습니다. ㅜ

    다리우스 09.05.03. 11:43
    생멸문과 진여문, 현상계와 진리계의 구분을 전 굳이 후설의 현상학 체계에대 비추어 반야밀다 심경의 유식체계까지 연결시켜 나름 전개해보는 수밖에 없겠는데, 아, 현상계의 봄빛은 왜 그리 화사하여 마음의 진여를 그리도 어그러뜨리는지,,,ㅠ 찾아봐도 보리수는 없고 목만 타는데,,, 보리차나 마실까 합니다. ㅜ
    ┗ 旅인 09.05.03. 14:32
    색즉시공이라는데 살고 있는 생멸의 봄볕이 없으면 진여의 문에 어찌들겠습니까? 보리차? 저도 한잔!
    ┗ 다리우스 09.05.03. 22:22
    아참 후설 아니고 라캉에 연결시켜야 하는 걸까?
    ┗ 旅인 09.05.04. 07:31
    그저 즉심시불이라네요. 멀리갈 필요가 없다고…^^
    ┗ 다리우스 09.05.04. 11:32
    즉심이란 또한 현상학적 판단중지 아닐까 여전히 카오스 복잡다단계를 헤매는 중,,,ㅜ

    난 향 09.05.03. 17:06
    ㅇㅇ바가지 물 마시고 깨달음 얻으셨다는 그분 말씀이시라는 거지요?….진리란 넓고도 넓어서…아 정말 이것이다 저것이다 말한다는 자체가 모순일듯 합니다..여인님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 旅인 09.05.04. 07:32
    예~ 계속 오일 연휴를 즐기고 있습니다. 난향님께서도 이 아름다운 봄날들을 잘 보내시고 계시죠?
    ┗ 난 향 09.05.04. 11:42
    네 여인님 ! 행복이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더불어 산다는 것과 함께…

    유리알 유희 09.05.03. 21:28
    글을 펼치자 마자 진리, 거기서 이미 유희는 아, 감탄하고 맙니다. 물론 저는 한글팬인지라 한문은 읽지도 못하는 우매한 생이랍니다. ㅜㅜ. 조금 맛만 보고선 아는 척 할까봐 두렵기도 하고요. 아무튼 글을 읽는 찰라의 시간만이라도 참, 의 시간을 살았기를! 즐감입니다. 여인님!
    ┗ 旅인 09.05.04. 07:34
    저런 큰 가슴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진리 건 뭐건 필요없이 다 좋을 것 같습니다. 보리차가 시원합니다.

    라비에벨 09.05.05. 16:40
    진리란 것이 진리 아닐 수 있고 진리 아닌 것이 진리 일수 있으니…쥐뿔을 아는것 보다 이해와 겸손함이 우선이겠습니다…
    ┗ 旅인 09.05.06. 18:54
    나이가 들면서 겸손과 이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결국 공부의 끝은 그것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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