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질문을…

산상수훈에 보면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가난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습니다.또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하는 데 색은 알겠으나 정작 공은 모르겠으니…
고독도 또한 외로움 등등 아는 것 같은 데 그와는 다른 무엇인 것 같고, 남들이 말하는 고독은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고…
그래서 접어두어야 하는 것이 있음에도, 그만 결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추신: 여행기 섬진강 저물 녁 속에 조주스님의 이야기 중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에 대한 댓귀는 뜰 앞에 참나무가 아니라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喫茶去)입니다. 예전에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영화 속에서 떡갈나무 잎새 사이로 내리는 가을 햇살이 너무도 아름다와 뜰 앞의 참나무로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문에 가을이 왔습니다.
하안거가 지난 산사는 조용하고 바람은 소슬하기만 한 데 하늘이 뜨악하게 열리고 조실 뜰 앞에는 가을 햇살이 한 가득 입니다.

먼 절에서 온 젊은 이가 조주스님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달마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인가요?

달마? 그 친구 동쪽으로 가 버리지 않았던 가?
치열했던 그 여름과 함께… 하며
뜨락을 내려다 봅니다.

스님의 가슴 속에는 아무런 그림자도 지나지 않습니다.
단지 참나무 사이로 내려앉는 빛과 맑은 하늘이 그에게 전부일 뿐.

선승은 열기에 들뜬 눈으로 침묵하고 있는 조주스님의 답을 기다립니다.

낙엽이 뜰 위로 내려앉습니다.

조주스님은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단지 이 가을 날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젊은 이에게 보여주고 싶을 뿐 입니다.
견성을 위하여 이 아름다운 가을 날을 포기하도록 할 수는 없기에…

얘야! 차나 한 잔 들고 가지.

젊은 스님은 노스님이 손수 내어준 차를 마시고 허허롭게 산문을 나섭니다.

일주문을 돌아서자, 산비탈을 틀고 돌아가는 산길 너머로 가을 하늘이 보이고 나무 잎새로 푸르른 나날의 양광이 일렁임을 봅니다.
불현듯 달마가 동쪽으로 가 버렸고 여기에 없음을 압니다.
가슴이 텅 비어 버렸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이 가을나라로 접어들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산상수훈에 보면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가난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습니다.또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하는 데 색은 알겠으나 정작 공은 모르겠으니…
고독도 또한 외로움 등등 아는 것 같은 데 그와는 다른 무엇인 것 같고, 남들이 말하는 고독은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고…
그래서 접어두어야 하는 것이 있음에도, 그만 결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추신: 여행기 섬진강 저물 녁 속에 조주스님의 이야기 중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에 대한 댓귀는 뜰 앞에 참나무가 아니라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喫茶去)입니다. 예전에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영화 속에서 떡갈나무 잎새 사이로 내리는 가을 햇살이 너무도 아름다와 뜰 앞의 참나무로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문에 가을이 왔습니다.
하안거가 지난 산사는 조용하고 바람은 소슬하기만 한 데 하늘이 뜨악하게 열리고 조실 뜰 앞에는 가을 햇살이 한 가득 입니다.

먼 절에서 온 젊은 이가 조주스님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달마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인가요?

달마? 그 친구 동쪽으로 가 버리지 않았던 가?
치열했던 그 여름과 함께… 하며
뜨락을 내려다 봅니다.

스님의 가슴 속에는 아무런 그림자도 지나지 않습니다.
단지 참나무 사이로 내려앉는 빛과 맑은 하늘이 그에게 전부일 뿐.

선승은 열기에 들뜬 눈으로 침묵하고 있는 조주스님의 답을 기다립니다.

낙엽이 뜰 위로 내려앉습니다.

조주스님은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단지 이 가을 날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젊은 이에게 보여주고 싶을 뿐 입니다.
견성을 위하여 이 아름다운 가을 날을 포기하도록 할 수는 없기에…

얘야! 차나 한 잔 들고 가지.

젊은 스님은 노스님이 손수 내어준 차를 마시고 허허롭게 산문을 나섭니다.

일주문을 돌아서자, 산비탈을 틀고 돌아가는 산길 너머로 가을 하늘이 보이고 나무 잎새로 푸르른 나날의 양광이 일렁임을 봅니다.
불현듯 달마가 동쪽으로 가 버렸고 여기에 없음을 압니다.
가슴이 텅 비어 버렸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이 가을나라로 접어들었음을 깨달았습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