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와 진실

진실의 반증을 구하기 어려운 만큼, 허구를 증명, 여과해내기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작정 신뢰하거나 근거없는 불신 속에 빠지곤 한다. 현대판 마녀사냥인 매카시즘의 열풍이 미국에 몰아 닥쳤을 때,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선량하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여 빨갱이로 낙인 찍혔던 만큼 허구와 진실을 구분하기란 어렵다. 만약 쉽다면, 정치적이라는 단어는 윤리적이라는 단어로 대치될 것이며, 역사적이란 단어는 사실적으로 바뀔 것이다. 권모술수와 유언비어가 점철된 사람의 세계에서는 허구가 진실의 권위를 차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사실 상 진실이라는 것은 신화일지도 모른다.

역사는 진실과 허구에 대하여 무관심하다. 우리가 사용하며 구속되어 있는 담론 자체가 진실을 여과해 낼 아무런 기능을 못하고 무기력하며, 사고를 지배하는 언어가 논리나 진리 또는 실체에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닌 사회적 약속과 개인적 묵인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인류는 진리나 진실에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 “무너진 도서관”에 대한 주석 자체도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듯한 것에 대한 향수와 동경을 지니며, 그를 통하여 삶의 허무를 보상하는 것이다. 반면 동화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처럼 허구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으며, 종교적 광신 또한 이에 다름이 아니다. 그러나 “콘스탄틴의 증여”와 같은 허위문서가 뚜렷한 실체를 갖고 역사를 지배할 때, 우리는 기가 막혀 하거나 실소를 금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