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不死

죽지 않는다는 것은 음란한 일이다. 자살이 청정하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과잉과 결핍은 둘 다 부도덕적일 수 밖에 없다.

불사의 삶을 살고 있는 생 제르맹 백작은 유럽 역사의 중요한 현장에 등장하곤 했다고 한다. 천년 전에도 그랬던 것과 같이 젊은 육신에 날렵한 치장을 하고 사교클럽에 나타나 대화를 나누곤 했지만, 그에게 있어 인생이란 무의미해져 버린 지 오래되었으며, 행복과 쾌락, 고통과 분노 등의 것들이 자리잡기에는 그의 영혼은 너무 지쳐있었던 것이다. 사실 정신이나 영혼이 더 일찍 늙어버리기에 육신은 그에 따라 붕괴되어 버리는 것이리라.

아담은 여호와에게 선택을 강요받았다, 지혜(지식)와 영생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불사와 지혜를 아담이 구유한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인간은 신이 되리라. 아담이 지혜를 택함으로써 아담은 에덴에서 추방되었거니와, 여호와의 개입 또한 역사의 동쪽으로 간 것이다. 아담은 지혜를 선택함으로써 결국 인류의 조상이 된 것이다.

의식한다는 것과 죽는다는 인간의 조건이야말로, 기표와 기의가 결코 고착되지 못하고 다원적이고 중층적인 의미연쇄로 흘러가듯 철학, 문학, 음악,…으로 변화하며 포말과 같은 창조작업을 이루는 것이다.

불사조는 결국 죽음을 통하여 새 생명으로 태어나며 그 죽음은 육신의 정화가 아닌 영혼의 정화인 것이다. 영혼과 정신의 사악함을 정화하지 않고 어떻게 불사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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