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블로그

이런 블로그를 보았다. 거기에는 음악도 그림도 없다. 단지 기나긴 문장이 있다. 문장은 시작부터 단어(용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가 하나의 사고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어가 표현의 도구라는 것에 항상 한계를 느끼면서도, 사고의 도구라는 것에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의 글을 따라 가다 보면 단어 하나 하나가 적소에 놓여 있어서 의미를 명료하게 한다. 탁월한 명료성에 매료되어 읽다보면 도치와 은유가 문법을 마음대로 주물르고 있어 사변적이라거나 철학적인 냄새를 걸러내주는 미묘함마저 있다.

한가지 흠이라면, 그가 독서를 통하여 얻은 영향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하여 작가를 이해 하거나 작가가 보는 관점, 극단적으로 글을 쓰는 테크닉 등을 배우려고 한다. 이해를 하려고 천착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영향을 받게 되며, 그 영향을 벗어나는 지점에서 작가로부터 자유롭게 되고 초월하게 된다.

나는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라는 블로그에서 그가 사용하는 단어나 용어가 피상적으로 어느 한 경구나 다이제스트 판에 있는 것을 읽고 이해한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독서와 학습 그리고 사색을 통하여 자신 속에 용해되고, 이해의 폭을 확충시킬 수 있는 강력한 사고의 무기로 변용되었음을 느낀다. 나는 조용히 그가 자신이 존경하는 그들, 알뒤쎄르나 푸코의 영향권을 벗어나 자기 류의 사유를 펼치기를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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